쉴새없이 흔들린 인도의 골망
청소년 대표 7대 0으로 완승
< 2002-10-26 오전 6:32:35 금상섭 기자>
한국이 4년 만에 세계 청소년 축구 대회 본선에 진출했다.
인도를 맞아 후반에만 7골을 몰아치는 파괴력을 선보이며
완승을 거두었다.
예선 마지막 태국전에서 의도적으로 전력을 감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답답한 경기를 펼쳤던 한국은 세계 대회 본선
진출권이 걸린 4강 결정전 상대로 인도를 맞았다. 성인 무대에서는 사실상 아시아에서도 하위권에 속하는 인도지만,
청소년 레벨에서는 각국의 전력차가 그리 크지 않은데다
예선을 통과한 팀이기 때문에 만만히 볼 수는 없었다.
최성국이 아시안 게임 대표와 청소년 대표팀을 오가면서
너무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 거의 쉴 틈이 없는 경기 일정으로 인해 대회가 진행될수록 컨디션이 점점 떨어지는 모습이 나타났다. 하지만 여전히 민첩하고 재치있는 드리블로 상대의 양쪽 측면을 헤집으면서 중앙의 김동현에게 찬스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권집이 플레이메이커로 새로이 활약하고 있고, 임유환과
박주성이 주축이 된 수비진도 실점을 허용하지 않으며 안정된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청소년 대표 선수들의
상황이 그대로 잘 드러난 경기가 이번 인도전이었다.
인도, 예상밖 정면 승부
전반전은 예상외로 거세게 공격적으로 나온 인도가 선전했다. 선수들의 체격과 힘에서 모두 우위에 있는 한국이 리드를 잡고 있었지만 수비를 우선적으로 굳히리라는 예상을
뒤엎고 공격을 많이 시도했다. 전원이 수비에 투입되어 볼을 돌리기만 하며 시간을 끌었던 태국처럼 지공으로 나가는 것이 어쩌면 현명한 전략일지도 모르지만, 인도는 기싸움에서 지지 않으려는 듯 정상적인 경기 운행을 했다.
태국전의 재탕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인도의 골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한국 선수들의 컨디션은 모두 괜찮아 보였고 문전까지 볼이 연결되는 과정도 깔끔했다. 하지만 마지막 처리에서 조금씩 실수가 나오면서 전반에 있었던 두 차례의 득점 기회를 놓쳤다.
단신이지만 인도의 골키퍼는 전반 동안 김동현의 완벽한
찬스를 두 차례나 선방하며 인도가 초반에 무너지는 것을
막았다. 공격에서는 인도가 주도권을 잡지 못했지만 전방으로 한번에 찌르는 패스가 날카로웠다. 인도도 득점할 결정적인 기회가 있었다. 측면에서 수비 사이로 대각선 패스가 이어졌고 쇄도하던 인도 공격수가 단독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마지막 볼터치가 길어서 김영광에게 잡혔다.
우세한 경기 운영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결정을 짓지 못한
채 승부는 후반으로 넘어갔다.
11분동안 무려 4골을 퍼부어, 계속되는 득점 행진
후반은 한국이 인도 골문에 골세례를 퍼부었다. 시작 1분만에 김동현이 헤딩골을 넣었다. 이번 대회 3번째 결승골.
키가 작은 인도 수비수들 사이에서 높은 타점의 헤딩으로
한국의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사실 인도의 골키퍼가 쳐낼
수 있는 볼이었지만 무리하게 잡으려고 한 것이 화근이 되어 손에 맞고 골문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심리적으로도 안정을 찾은 한국은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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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1분만에 선취골을 넣은
김동현 선수ⓒ 연합뉴스 |
두 번째 골은 5분에 터졌다. 인도의 오른쪽 측면에서 권집이 프리킥을 했는데 중앙에 서있던 김동현이 헤딩을 하는
척하면서 고개를 숙여 볼을 흘렸다. 이것이 키퍼의 타이밍을 뺏으면서 볼은 그대로 골문안으로 들어갔다. 뒤쪽으로
정조국이 대쉬하고 있었기에 바로 들어가지 않았더라도 정조국의 발에 걸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김동현의 재치있는
페인팅 하나가 인도의 기세를 완전히 죽였다.
한국은 11분동안 무려 4골을 퍼붓는 화력을 자랑했다. 조성윤이 페널티 박스 정면에서 흘러나온 볼을 침착하게 발리슛으로 연결하여 3번째 골을 넣었고 이종민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달려오던 정조국이 머리로 받아 넣어 4골째를 기록했다. 4:0으로 점수가 벌어지면서 사실상 승부는 갈렸고
한국은 여유 있게 볼을 돌리며 편안하게 경기를 할 수 있었다. 인도는 전반에 선전하긴 했지만 자신들의 여력을 남기지 않고 무리한 페이스의 경기를 하는 바람에 후반 10분을
넘기면서 체력이 거의 고갈된 모습을 노출했다.
한국의 득점행진은 그치지 않고 계속되었다. 김수형이 인도의 오른쪽 모서리의 골망을 흔드는 위력적인 중거리 슛으로 5점째를 넣었고 김동현이 특유의 터닝슛으로 가까운
포스트와 키퍼 사이의 50cm 사이를 통과하는 절묘한 골을
성공시켰다. 집요하게 왼쪽을 파고들던 최성국이 페널티킥을 얻고 직접 차넣어 7:0.
팀 분위기 끌어올린 김동현의 선취골,
최성국 몸 상태 우려
후반 들어가자마자 쉽게 득점을 하면서 경기가 잘 풀려나갔다. 태국전에서처럼 밀집된 수비 사이에서 불필요한 잔패스와 드리블을 남발하며 공격의 흐름을 끊는 모습이 사라졌고 간단한 방법으로 인도 진영을 공략했다. 태국전에
비해서 크로스의 정확도가 향상되었고 패스가 나가는 타이밍도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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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과 청소년 대표
출전으로 인해 심신이 지친
가운데 최선을 다한 최성국
선수ⓒ 연합뉴스 |
장신인 김동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상대적으로 신장의
열세를 보인 인도 문전을 쉽게 공략했다. 체력적으로 문제를 보인 인도 선수들은 좌우로 끊임없이 움직이는 정조국과 최성국을 잡지 못하면서 크로스가 정확하게 올라올 수
있었고 중앙의 김동현의 파워에 밀렸다.
김동현이 이른 시간에 골을 성공시킨 것이 팀 전체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리드를 잡으면서 안정되자 선수들의 플레이도 침착해졌다. 조성윤의 슈팅과
김수형의 로켓같은 중거리슛은 흔히 보기 힘든 정확하면서도 힘이 실린 슈팅이었다. 김동현의 감각적인 터닝슈팅이나 정조국의 헤딩골 역시 침착한 볼처리가 돋보였다.
후반엔 거의 모든 면에서 우위를 보이며 완벽한 경기를 펼쳤다. 전반과는 전혀 다르게 힘의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골결정력도 뛰어났고 경기의 속도를 적절하게 조절하며 지친 인도 선수들을 계속 압박했다. 하지만 공격이 모두 측면
크로스에 의존하는 등 패턴이 단순하고 중거리 슈팅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
최성국은 몸이 다소 무거워 보였으며 계속 드리블 돌파를
시도했지만 상대의 이중 수비에 막혔다. 드리블이 상당히
많아 보이는데 마치 월드컵 때의 이천수를 보는 듯 했다.
히딩크 감독의 지시대로 이천수의 저돌적인 측면 돌파는
수비수를 많이 몰리게 하여 다른 선수에게 찬스가 나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 1명의 수비로는 최성국을 잡을 수 없었기에 2명 이상의 수비가 최성국을 맡기 위해 몰렸고 중앙과 반대편으로 공간이 많이 생겼다. 아쉬운 점은 빈 공간으로 패스가 빨리 나가지 못하고 수비에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종료 5분을 남기고 수비 3명 사이로 드리블하던 최성국이
상대 선수와 충돌하면서 넘어졌는데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다. 호흡 곤란 증세를 일으켜 의료진이 산소 호흡기를 사용하는 모습이 잡혔다. 계속 일어나지 못한 채 실려 나와 치료를 받았다. 심각한 부상이 아니기를 빈다. 최근 컨디션도
떨어지고 무리한 드리블 동작이 많아졌다. 경기 중에도 쉴새없이 좌우 측면을 모두 뛰어다닐 정도로 운동량이 많다.
휴식을 통해 회복을 우선시해야 할 단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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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하는 청소년 대표 ⓒ 연합뉴스 |
본선 진출, 이제 목표는 우승
세계 대회 직행 티켓은 잡았지만 한국의 목표는 아시아 대회 우승이다. 97년과 99년 연속으로 우승했지만 다음 대회인 2001년 대회에선 중국에 덜미를 잡히며 예선 탈락하고
말았다. 다음 상대는 중국과 사우디 전의 승자. 어느 팀이
올라오든 까다로운 상대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공수 양면에서 안정을 찾아가고 있으며 공격진이
그 어느 대회때보다 무게감이 있어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
힘과 스피드를 주무기로 하는 중국보다는 개인기 위주의
경기를 하는 사우디가 경기하기 편할 것이다. 중국은 시리아에 패하고 베트남과 비기는 등 예선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8강에 턱걸이했다.
하지만 터프한 경기를 하기 때문에 한국이 의외로 고전할
가능성도 있다. 어느 팀이 올라오든지 박진감 넘치는 대결이 될 것이다. 현재 한국이 승리한 모든 경기에서 김동현이
결승골을 터뜨렸다. 과연 다음 경기에서도 김동현이 골을
터뜨릴 수 있을지의 여부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