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속의 방한장비는 이제 완전히 치워버렸다. 산행복장도 한결 가뿐해졌다. 가벼워진 발걸음에 어디를 오르든 자신감이 생긴다」.
요즘 산풍경에는 물 오르는 만물에서 뿐만 아니라 산을 찾는 사람들 표정에서도 생기가 감돈다. 이런 때는 들꽃 산꽃들로 「눈」이 즐거운 산행도 좋지만, 길게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가쁜 숨을 몰아쉬며 힘차게 걷는 산행도 「몸」을 깨어나게 해준다.
『하도 러셀을 많이 했더니 다리가 다 아파.』
이번 산행의 막바지에 다시찾는 근교산취재팀의 누군가가 툭 던진 우스개소리였다. 알다시피 러셀이란 겨울등산에서 깊게 쌓인 눈을 헤치며 전진하는 눈길산행을 말한다. 물론 이 농담에 나오는 「러셀」의 대상은 눈이 아니다. 끝도 없을 듯이 나서는 잡목과 낙엽을 빗대 한 말이었다.
이번 주에 소개하는 답사산행로는 경북 청도의 「반룡산(679.9m)∼발백산(670m) 종주」다.
청도가 자랑하는 풍광의 하나인 운문댐을 지척에 두고 시작하는 이번 산행은 뜻밖에 시원스런 조망을 내놓지 않았다. 푸른 운문호의 경치가 보일라치면 수풀에 가리고 능선이 막아섰다. 그게 미안했던지 이번 산길은 그 대신 봄기운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잘 뻗은 능선길을 내주었다. 산위에서 흠뻑 땀을 흘려 몸속의 노폐물을 몽땅 쏟아내버리고 싶은 동호인들이라면 찾아볼 만하다. 급경사구간이나 힘겨운 오르막은 크게 없어 산행로 길이에 비해 체력부담은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산행도중 식수를 구할 수 있는 곳이 한 군데 있지만 후반부에 속해 물을 충분히 준비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
산행경로는 청도군 운문면 대천버스정류에 하차해 새대천슈퍼앞∼방지마을회관∼(능선진입)∼헬기장∼985호 지방도 내려섬∼도로가 묘지(산길 재진입)∼송전철탑∼임도통과∼반룡산(정상우회)∼개간지(민가 1채)∼발백산정상∼청도군 운문면 정상리 새말 하산으로 이어진다. 7시간 가량 소요.
대천버스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도로를 따라 왔던 길을 잠깐 되짚어 걸어내려온다. 운문면사무소와 운문면우체국을 지나쳐 마지막 건물인 대천떡방앗간앞에서 오른쪽으로 틀어 마을로 진입한다(만약 여기서 약 100m가량 더 내려가면 산길로 곧장 진입할 수 있는 농로입구를 만날 수 있다).
방지리복지회관 앞에 서면 밭이 이어지는 갈림길이다. 왼쪽 흙길로 올라선다. 밭사이 오솔길을 잠시 지나치면 농로에 올라서고 곧장 능선위 갈림길이 열리는 고개에 올라선다. 오른쪽 오르막을 택한다. 운문호 전경이 잠깐 잠깐 시원하게 열리는 능선을 따라가다 짙은 잡목길로 접어들어 25분 정도 따라가면 내리막을 거쳐 도로에 내려선다. 985호 지방도다.
200m쯤 도로위를 직진하면 「경산 20㎞, 용성 10㎞」라는 표지판앞에서 왼쪽으로 묘지 2기가 보인다. 도로곁 철조망이 걷히는 이 곳으로 들어서면 이제부터 본격 산행길이 열린다.
잠깐 올라서면 고갯길이다. 오른쪽 능선길로 올라붙는다. 잡목이 매우 심하게 진행을 가로막는다. 교묘하게 조망을 가로막는 숲길을 따라 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한다. 이 능선은 찾는 이가 적고 바람이 없어선지 푹신한 낙엽길과 사나운 잡목길이 번갈아 나선다. 낙엽아래서 솟아오는 대지의 봄기운이 흠씬 느껴진다. 중간에 돌로 축대를 만들어 놓은 곳에서 조망이 잠시 열린다. 축대위에서 뒤돌아서면 정면(12시 방향)으로 이마가 톡 튀어나온 억산이 보인다. 그 왼쪽이 운문산이며 억산 오른쪽은 사자봉이다. 운문호 정경도 반갑다.
발길 닿는 곳마다 「운문댐」표지석과 삼각점이 설치돼 있고 길도 단순한 편이어서 길찾는 수고는 크게 덜어준다. 걷기 자체를 즐기며 2시간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서 사방조망이 트이고 송전철탑 1기를 만난다. 철탑 바로 뒤쪽에서 자동차도 다닐만한 넓은 길위에 올라선다. 오른쪽으로 꺾어 이 길을 잠시 타고 가다 오르막과 평평한 구간이 반복돼 제법 품이 많이 드는 봉우리에 올라선다.
그 뒤로는 숲속의 비교적 평평한 산길을 약 1시간 동안 진행하면 개간을 해놓은 넓직한 공터에 내려선다. 여기서 길을 따라 맞은 편 능선으로 바로 올라붙을 수도 있으나 임도에서 오르쪽으로 내려서면 외딴집 1채를 만날 수 있다. 이 민가에서 5분만 내려가면 작은 암자가 있는데 「장수샘」이라는 샘이 있다. 수량이 풍부하고 물맛이 좋다.
민가앞을 지나쳐 왼쪽편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산사면으로 올라붙으면 곧장 넓은 길에 올라서는데 이 길을 무시하고 산 사면의 숲속으로 들어서 능선까지 가야한다. 이 때쯤이면 해거름이 시작돼 바람이 쌀쌀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 능선은 낙엽이 매우 두텁게 쌓이고 잡목이 짙어 길 흔적을 찾기 어렵다. 국제신문리본을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 정면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발백산 정상인데 바라볼 수록 꽤 멀게 느껴진다. 그만큼 만만찮은 구간이다. 민가를 출발한지 40여분이면 고즈넉한 발백산정상에 올라설 수 있다.
정상에서 직진해 좁고 가파른 내리막을 타고 15분 가량 내려선 고개에서 길 오른쪽으로 난 오솔길로 15분 정도면 운문면 정상리 새말쪽 도로로 내려설수 있다.
▲산행정보 문의=다시찾는 근교산취재팀(051-500-5151) 또는 이창우 산행대장(백두산장 051-852-0254)
# 교통편
우선 열차편으로 청도까지 들어간다. 청도까지는 무궁화호 열차가 오전 5시30분 6시15분 6시45분 6시55분 7시15분 7시30분 8시35분 9시30분 등에 출발한다. 표준요금 4천1백원(월요일및 금 오후 6시 이전) 할인요금 3천7백원(화 수 목) 할증요금 4천5백원(금 오후 6시이후 및 토 일요일).
청도에 내린 뒤 연계교통편을 감안할 때 한가지 주의할 것이 있다. 산행초입으로 가려면 청도공용버스터미널에서 「운문사방면」 버스를 타야한다. 최근 이 버스시간대에 변동이 생겼다. 오전 8시대 버스편이 폐지된 것. 오전 7시35분 9시10분 10시20분 등 하루 12회 운행. 당일산행을 위해선 늦어도 오전 9시10분 버스는 타야한다. 부산서 출발해 운문사행 첫 버스(오전 7시35분)를 타려면 적어도 오전 6시15분 부산발열차(7시11분 청도 도착)를 타야한다. 그러나 9시10분 버스를 이용하려면 조금은 여유가 있다. 부산역에서 7시30분 열차를 타면 된다.
운문사방면 버스를 이용해 「대천버스정류소」에 내리면 산행초입이다. 2천3백원. 55분 소요.
청도군 운문면 정상리로 하산하면 교통편이 까다롭다. 우선 도로를 따라 아랫마을인 봉하리 삼거리까지 걸어나가면 청도군 마일리에서 출발해 동곡까지 들어가는 오후 6시께의 막차를 이용할 수 있다. 동곡에서는 청도행 오후7시40분 막차를 탈 수 있다.
만약 이 차편을 놓쳤다면 봉하리에서 지촌리 삼거리까지 나가야 한다. 정규교통편이 없는데다 걸어가기에는 너무 먼 거리다. 지촌까지 드나드는 트럭 등을 얻어탈 수 있다. 지촌삼거리에서는 대구 자인에서 출발해 경주 산내를 거쳐 경주시외버스터미널까지 들어가는 차가 오후 8시 이후까지 있다. 이 차편으로 경주까지 들어가 부산으로 되짚어 나오는 편이 안전하다.
첫댓글 조금 더 가면 울 외할배, 외할매 산소 있는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