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지자(擔持者)’
중간 계급은 이제 평화라는 이익의 담지자가 되어버렸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경제 체제의 일국적-국제적 성격으로 자양분을 공급받아 평화를 지키는 능력도 그 반동적인 전임자들보다 훨씬 강력했다.” (『거대한 전환』. 저자 칼 폴라니. 번역 홍기빈. 도서출판 길. 2009. 118쪽)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에서 소심한 사자는 용기를 갈망합니다. 허수아비는 머릿속에 비어 있는 뇌를 원합니다. 뇌는 지식 또는 지혜를 담고 있겠지만, 지혜가 더 정확한 의미일 것입니다. ‘용기’와 ‘지혜’를 모두 갖고 있는 것을 ‘담지자(膽智者)’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 국어사전)
하지만 『거대한 전환』에서 나온 ‘담지자’의 의미를 ‘용기와 지혜’로 해석하면 어딘가 어색합니다. 이에 대해 ‘국립국어원’은 “‘담지자’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낱말이지만, 일부 논문에서 한자어로 ‘담지자(擔持者)’라 표현하고 있다”면서 “‘어떤 일을 맡아서 하는 사람’이라 판단된다”는 입장입니다. (국립국어원 온라인 국어생활종합상담 2011.11.10.)
그러면서 “‘담지자(擔持者)’라고 쓰는 것이 틀렸다고 할 수 없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담당자’로 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도 『거대한 전환』에서 나온 ‘담지자’의 문맥과는 달라 보입니다. 번역자는 ‘담당자’ 그 이상의 의미로 표현한 것이라 판단됩니다.
Daum 국어사전에서 담지자(擔持者)는 ‘생명이나 이념 따위를 맡아 지키는 사람이나 사물’ (다음 국어사전)라는 의미로 사용된다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뜻입니다.
세계 5대 갯벌의 하나인 우리나라 서해에는 방조제로 막히지 않고 자연 상태로 남아 있는 거의 유일한 갯벌인 가로림만이란 곳이 있습니다. 천연기념물 점박이 물범이 깃들어 있는 등 멸종위기종의 서식지뿐만 아니라 뛰어난 풍광 등으로 정부 기관의 평가에서도 높은 성적을 받은 곳입니다.
불행히도 몇 년 전부터 일부 발전회사가 이곳에 조력발전댐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지역 주민과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가로림만의 생태와 어민의 생존권을 위해 조력댐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가로림만을 지키는 활동 및 이러한 활동을 하는 이들이 바로 ‘담지자’입니다.
우리와 미래를 위해서 시민 모두가 가로림만의 생명을 위한 '담지자'가 되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