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함이 성공의 기적을 낳는다는 어느 작가의 말처럼 지리 태극 완주 성공은 저에게는 늘 간절한 염원이였습니다.
뭣모를 때 혼산으로 동부능선에서 미아가 될 뻔도 했고 뜻있는 지인들과 완주는 했지만 어거지로 (알바 및 주등로 이탈) 한거라 스스로 납득을 못해 제대로 된 지리태극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중 부산지부에서 진행하는 지리태극 산행날짜가 맞아 참석을하게 되었고 지리 태극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9월2일 10시 10분 사리마을에 도착 후 단사를 찍고 서로 자기 소개하며 산행을 출발합니다.
사진을 보니 당시 해맑은 제 모습에 절로 웃음이 갑니다. (좌측 2번째 스카프)
시무산과 수양산을 오르며 가지고 온 띠지 걸고 콧노래를 부르고 여유가 넘쳐 지태왕복하겠는데? 라는 미친 생각을 하다가 수양산에서 벌목봉을 오를때 악 소리를 내며 산행 시간 1시간30분도 안돼서 집에 가고 싶고 괜히 왔나 싶었습니다. 벌목봉에서 잠시 쉴까했는데 바로 내리막구간이기도 해서 페이스 안떨어지게 먼저 출발했는데 잘못된 선택을 하게됩니다. 용무림산과 마근담봉 가는길은 부드러운 흙길이라 가는 내내 편안했습니다. 문제는 큰들날봉 가기 전에 생겼습니다. 떡바실계곡과 웅석봉 이정표를 지나 능선을 타고 가는 중 커~엉 소리에 화들짝 놀라 앞을 보니 계곡을 내려가는 곰 뒷통수가 보였습니다. 너무 놀란나머지 소리를 지르며 왔던 길로 다시 후다닥 뛰어 올라가 일행들이 오길 기다렸습니다. 괜히 혼자 앞서가다가 죽을 뻔 했다며 마음을 추스리며 일행들과 합류하여 웅석봉까지 무사히(?) 올랐습니다.
웅석봉에서 일행들과 사진 찍고 샘물에서 등목하고 물도 벌컥벌컥마시니 떨어졌던 컨디션이 조금은 회복이 되었습니다.
오후 4시가되니 밤머리재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한 밤머리재는 예전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밤머리재터널이 개통되며 이용객들이 없어 간이 휴게소가 없어진다고 하더니 예전에 간이 휴게소에서 먹었던 라면과 콜라가 사무치게 그리웠습니다.
밤머리재에 도착 후 버스에서 편히 쉬며 라면과 밥을 먹고 보급품을 챙겨 가장 x랄 맞은 동부능선을 오릅니다. 잠깐의 꿀같은 휴식을 취하니 도토리봉 오르는 길이 가뿐합니다. 이 기세를 몰아 동왕등재까지 오르며 보급받은 물과 음료를 들이붓습니다. 날이 저물어 랜턴을 꺼내고 몸을 추스리는데 운해가 올라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가 덮어왔습니다.
운무속 야간 산행은 심신을 지치게 하고 피로도를 급격히 올렸습니다. 왕등습지에 도착하니 찐이 다 빠져 움직이기도 싫었는데 이 마음을 아는지 지부장님이 이 곳에서 잠깜 휴식을 하자하셨고 방울토마토과 잘하고 있다며 응원과 격려를 해주셨습니다.
산청 새재에 도착하니 산행 그룹이 갈렸습니다. 함께했던 일행들은 삼삼오오 나눠져 페이스에 맞게 움직였는데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 앞서가던 일행을 놓쳐 중간에 혼자 진행하다 후미와 합류해 새봉을 올랐습니다. 새봉에서 청이당 가는길이 사고가 많았다며 지부장님이 너럭바위에서 기달려주셨으며 일행과 합류해 무사히 청이당까지 도착했습니다.
청이당에서 휴식 후 하봉으로 향했습니다.
젖은 흙길과 까칠한 오르막을 몇번 오르니 일행분이 여기가 두류봉이라고 해줬습니다. 평소 두류봉과 영랑대를 동경하고 있어 자주 와보고 싶었던 곳이라 지체없이 두류봉에 올라 지리산 조망을 눈에 담아봤습니다.
영랑대 저넘어에 있을 천왕봉을 생각하며 진짜 얼마 안남았다. 천왕봉만 넘으면 고생끝이다고 마음을 다잡아봅니다. 하봉헬기장에 도착 후 잠시 휴식을 취하고 곧 금줄을 넘는다는 생각과 지긋지긋한 비탐을 벗어난다고 생각하니 괜시리 눈가가 촉촉해졌습니다.
일행들 모두 지친 기색이 보였으나 다들 천왕봉만 가면 된다는 마음인듯 얼마 남지 않은 거리에 힘을내며 천왕봉에 오전 3시30분 도착했습니다. 함께 산행한 일행들과 천왕봉에서 기념 사진을 남기는게 목표셨던 지부장님 바램대로 모두와 함께 단체사진을 남겼습니다.
천왕봉을 지나고 각자 페이스에 맞춰 주능선 진행하기로 했으며 저는 쏟아지는 잠을 못이겨 잠시 장터목에서 쉬어가기로 했습니다. 장터목에서 젖은 양말을 벗으니 발바닥 물집과 뒷꿈치가 벗겨져 있어 남은 산행이 쉽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1시간 정도 쉬었습니다. 휴식을 취하고 아침을 먹으니 6시 10분에 세석으로 출발 했습니다. 주능선 길은 비가 한바탕 쏟아진 뒤여서 시원하고 쾌적한 산행이였습니다.
성삼재까지 가는 내내 몇번의 고비가 찾아와 중탈의 유혹이 찾아왔으나 임걸령에서 합류한 제주지부장님과 다짱님 두분 덕분에 완주할 수 있다는 용기를 갖으며 오후 3시 30분에 성삼재 도착했습니다. 오후 5시까지 성삼재에서 휴식을 취하고 서북을 향했습니다. 만개의 복이 있다는 만복대를 넘으니 첫 고비를 무사히 넘겼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령치에 도착해 선두 그룹과 합류하여 보급품을 먹으며 휴식을 취했습니다.
세걸산과 바래봉은 어떻게 산행했는지도 모를만큼 그냥 걸었다는 생각만 들었고 바래봉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나니 진짜 다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북을 지나며 한가지 마음에 걸렸던게 제 랜턴 상태였습니다. 경량화를 추구하면서 작은 랜턴을 사용하다 보니 변수가 많은 장시간 야간 산행을 버틸 수 있을까 했는데.... 우려했던대로 바래봉을 지난 후 빛이 조금씩 약해지며 결국엔 꺼져버렸습니다. 곧 이 고행이 끝나는데 어찌해야할지 모르고 있을 때 악다구니님께서 랜턴이 있다며 건내주셨는데 정말 너무 감사했습니다. 이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2023.09.04 새벽 2시 구인월 마을 회관에 도착하며 길고 길었던 지리 태극을 마무리 했습니다.
산행을 쭉 돌이켜보면 혼자서는 불가능 했던 길이였습니다. 함께하는 일행이 있어 든든했고 힘이 났으며 완주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새내기에 맞춘 산행 일정을 만들어 주시고 부족한점이 없던 지원과 후미에서 이끌어 주신 뛰어갈거다 부산지부장님 덕분에 버킷리스트였던 지리 태극을 무사히 완주 할 수 있었습니다. 많이 부족했던 저와 함께 산행해주신 모든 산우님들 감사했습니다. 다음 산행에서도 뵙기를 바랍니다.
첫댓글 햅쌀로 갓 지은 고슬고슬한 쌀밥을 한상받은 기분이네요
궁금 했더랬는데
전원 무사완주 하셨군요
😨 😨 곰의 뒷태를 ~~~
생각만 해도 덜덜덜
생동감 넘치는 후기 잘봤습니다 ~~
한번쯤 다시 가고픈 길입니다
고생많으셨습니다 ~♡
재미난 지태 후기입니다.
처음과 다르게 점점 지처가는 모습에서
동질감을 느껴 봤구요 함께하신 대단한 산우분들도 생각해 봅니다.
수고 많으셨구요 지친몸 잘 추스리시기 바랍니다
지리태극 산행기가 왜 않올라오나 핸폰만 째리보고 있었는데 올라왔군요. 사리마을부터 구인월도착할때까지 리얼하게 표현해주어 내가 함께 완주를 한기분입니다. 머지않아 15일날 떠나는데 저도 달뜨기 능선 곰조심 하며 미리보는 지태길같아서 맴이 놓입니다. 비도오고 습해서 동부능선길 쉽지않았을텐데 무사히 안착.벽소령에서 햇반에 물이래도 말아먹고 갔으면 든든했을텐데요.
역시 밥심으로 가거든요.
암튼 지리태극종주 무사완주 수고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짝짝짝! 부럽습니다. 저도 내년쯤에는 도전하고 싶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ㅎㅎ 나중에 산에서 뵙겠습니다.
해맑고 멋진 스카프의 남신ㅎ
초반에 왕복하고도 남을기분 압니다...
(초반에 체력안배를 좀잘 했더라면 덜고생하고 시간단축도 더될을듯 합니다.)
리얼한 후기 함께느껴 봅니다.
지부장님의 탁월한 리딩에 많은분들과 단샷도 많이 남기고.많은분들이 완주한것 같습니다.
마지막 랜턴의 위기에서 악다구님이 구세주가 되었군요~
전체시간 40시간 안넘기고 간절한 염원을 이루심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안전산행 이어 가시길 바랍니다
정성스런 후기 재미있게 잘 보구 갑니다
완주 축하드리고 앞으로 걷고 도전하시는 길 응원드립니다🙏🏻
쓰신 후기를 읽으니...지태길이 다 생각나네요^^
수고많으셨습니다 봉블리님 지태완주 축하드립니다~~~^^
버킷리스트 완성~~~
설레임이 콩닥콩!, 열정이 가득 묻어 나는
후기 잘 읽었습니다.
함께 하신 분들 수고 많으셨고, 완주를 축하드립니다^*^
^^ 이런 읽으면서 사랑스러운 후기가 참 좋습니다.
살아있는 이야기 곰도 만나고 물집도 잡히고
그 식겁하고 힘들었을 한발한발
그럼에도 날머리에서 멋지게 인증까지~
고생 많으셨구요. 후기까지 깔끔 완벽하게~ 제대로 완주 맞으시네요.
앞으로도 도전하는 멋진 걸음들 후기 기대하겠습니다.
강아지를 안고 사리마을회관 표지석 앞으로
사진찍으러 올 때만 해도 같이 지리태극종주를
할 사람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냥 가까운 산에 가는 사람이구나... 정도였지요.
멋지게 지태를 완주하심을 축하드리고
앞으로 왕성한 활동 기대합니다.
88.88 거리숫자가 재미있네요..ㅎㅎ
좋은 경험 하셨구요..완주 축하드립니다..
다른 후기에 보니까 광주분이라구요? 대단하시고 부럽습니다. 광주살면서 지태를 꿈만 꾸고 있는 일인으로서 탁월한 리더인 뛰대장님 일행과 함께 무탈하게 완주하신게 한없이 부럽기만 합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