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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동암과 문하생들의 행복전하기 원문보기 글쓴이: 엄영자(조령12)
“차렷, 선생님께 경례.”
문경지역의 한 초등학교에서 41년의 교직생활을 마감하는 한 교장이
정년퇴임식 대신 옛 제자들을 불러 교직과 인생을 반추하는 ‘마지막 수업’을
가져 훈훈함을 줬다.
지난 28일 오전 문경초등학교 강당에서는 정년을 맞아 교직을 떠나는 양재동(62)교장의
마지막 수업이 열렸다. 이날 수업은 양 교장의 옛 제자들이 청해 마련된 자리였다.
이날 수업에는 문경초, 봉명초, 조령초 등 지난 40년 동안 그의 가르침을 받고
사회에 진출해 이제는 중년에 접어든 제자 120여명이 스승의 마지막 수업에 참석하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전국 각지에서 달려왔다.
교탁 앞에 선 스승의 머리에는 어느덧 하얗게 서리가 내렸고
그 앞에 모여 앉은 제자들의 이마와 눈가에도 주름이 생겨 있었다.
수업에 앞서 각 학교의 제자들은 자신들의 근황을 소개한 뒤 질풍노도의 시기에
사랑으로 자신들을 이끌어 준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스승 부부에게 큰 절을 올리고
‘스승의 노래’를 열창했다.
양 교장은 ‘돌아보는 교정, 명예로운 교직’이라는 주제를 칠판에 적으며 시작된 수업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제자들에게 모든 생활에서 근본을 튼튼히 해야 한다는 교훈을 던져주고
1시간의 짧은 수업을 마무리했다.
40년 세월이 흘렀지만 스승과 제자, 학생들 간 애틋한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
수업 중간에는 어릴 적 오르간 반주에 맞춰 배웠던 동요 ‘하얀 마음 파란마음’을
함께 불렀고 제자들은 그들이 존경하는 스승의 수업을 경청했다.
수업을 끝낸 양 교장과 제자들은 양 교장이 준비한 점심을 먹으며 추억을 되살리고
오후에는 함께 산행에 나섰다.
이날 행사를 준비한 제자 박시백(51)씨는 “학문적으로나 인격적으로 정말 존경했고,
교장 선생님은 열심히 가르치기 위해 노력했다”며 “정말 잊지 못할 수업이었다”고 말했다.
양재동 교장은 “이 세상에 많은 직업이 있지만 인간의 삶을 가르치는 교육자야 말로
가장 가치 있는 직업이 아니겠느냐”며 “교육계에 발을 디딘 뒤 학생들과 부대끼며
산 것이 가장 행복한 선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경=김형규기자 kimmark@idaegu.com
사진설명 : 지난 28일 문경초등학교 강당에서 양재동 교장이 딱딱한 퇴임식 대신
옛 제자들에게 인생의 교훈을 들려주며 마지막 수업을 하고 있다. [대구일보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