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장 두 칸에 양말이 가득한데 정작 신을 만한 변변한 양말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두툼한 방한양말과 목이 긴 신사양말, 짝 잃은 양말은 수두룩한데 반바지차림에 신을 양말들은 아마도 빨래바구니에서 장기 채류중인가 봅니다.
당장 신을 양말이 아쉬워서 잠시 짬을 내 동네 대형마트에서 똑같은 양말 여섯 켤레를 구입했습니다. 이래야 나중에 한 짝을 분실하든, 낡아서 헤지든 간에 짝을 맞춰 알뜰하게 신을 수 있습니다.
대형마트에 온 김에 매장을 한 바퀴 돌다보니 해산물코너 한켠에 있는 명주조개에 눈에 갑니다. 어린애 주먹만한 것들을 10~20개쯤 팩에 담아 5천원씩에 파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길조차 주지를 않습니다. 요즘이 살도 통통하게 올라 한창 맛있을 때인데 말입니다. 툭 건들여보니 순식간에 벌렸던 입을 굳게 다뭅니다. 선도를 확인했으니 그 중 갯수가 가장 적게 담긴 것을 골랐습니다. 포장물의 중량이 거의 비슷하니 갯수가 적게 담긴 것이 씨알이 굵습니다.
강구막회로 돌아 와보니 마침 지인이 복순도가의 술을 들고 놀러 와 있었습니다. 조개를 해감하려면 소금물에 하루는 담가놔야겠지만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긴급조치로 식촛물에 10~20분 가량 담갔습니다. 조개들이 느닷없는 신맛(?)공격에 놀라 금세 속에 담아 두었던 것들을 모두 토해내니 급할 때 써봄직한 해감법입니다.
냄비에 물 붓고 끓이다 조개가 입을 벌릴 때 불을 끄고 파송송으로 향만 보테면 달큰하면서도 개운한 명주조개탕이 완성됩니다. 살큰하게 씹히는 식감도 좋지만 오렌지빛 육즙에 감칠맛과 단맛이 넘칩니다. 조갯살의 크기도 숟가락에 가득 찰 정도이니 댓 개만 먹어도 모자르지 않습니다.
붐철의 황금대게도, 알찬 주꾸미도 당연히 맛있습니다만 명주조개도 별미이니 시장에서 만나면 한 번 사보실 것을 적극 추천합니다. 국물이 아주 끝내줍니다.
첫댓글 저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은 무슨 뜻이셨는지
아직도 의문입니다-_ㅡ
엥?
이번 주말에 시간을...
그래서 온다고? 오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