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 라이프 인산의학저널 202402 p14-15
전립선비대증 앓는다면 ‘앉아쏴’ 도움
글 손수원 사진 게티이미지
“앉아쏴!” “서서쏴!” 야구에서 도루를 견제하는 포수 이야기가 아니다. 화장실에서 소변보는 남성에 관한 이야기다. 좌변기에 앉아서 소변보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아내에게 혼나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건강에 도움이 된단다. 과연 남성에게 ‘앉아쏴’는 어떤 이로움이 있을까?
20여 년 전 배우 최민수는 한 TV 프로그램에 나와 “집에서 소변을 볼 때 앉아서 일을 본다”고 말했다. 이유인즉 아내가 힘들게 변기를 청소할 텐데 아내를 사랑한다면 서서 일을 봐 변기를 더럽힐 수 없다는 것이었다. ‘터프가이’의 대명사인 그가 앉아서 일을 본다니 당시 사람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요즘엔 ‘앉아 쏴’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앉아서 소변보는 게 훨씬 청결하고 잔뇨감도 없어서 좋다”고 말하는 남성이 많다.
실제로 일본의 생활용품 기업인 라이온사의 실험에 의하면, 남성이 하루 동안 서서 소변을 볼 때 변기 밖으로 튀는 미세한 소변은 약 2,300방울이나 되었다. 일본 기타사토환경과학센터는 소변이 튀는 범위도 연구했는데, 바닥의 경우 반경 40cm, 벽은 30cm 높이까지 소변 방울이 튀었다. 이쯤 되면 남편이 화장실에 다녀온 후 아내가 소리 지르며 화내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세계적으로도 앉아서 일을 보는 것이 확산하는 추세다. 유럽에선 이미 2010년대부터 북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앉아서 일을 보는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최근 영국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YouGov’가 유럽과 미국, 남미 등 14국 남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독일 남성의 62%가 앉아서 소변을 본다고 답했다. 스웨덴 남성은 50%가, 덴마크도 44%의 남성이 앉아서 일을 봤다. 이슬람 국가에선 남성의 성기를 남에게 보이지 말라는 율법에 따라 ‘앉아 쏴’가 보편화되어 있고, 이웃 나라인 일본에서도 이미 많은 남성이 ‘앉아 쏴’를 실천하고있다.
#앉으면 골반 근육 이완 소변 배출 도움 : 그렇다면 위생적인 면 외에 건강적인 면에서 ‘앉아쏴’는 어떤 장점이 있을까? 방광을 완전히 비우지 않고 잔뇨가 남아 있으면 방광결석, 요로염, 심지어 신장염까지 걸릴 수 있다. 남성의 요는 ‘S’자 모양으로, 서서 음경을 잡고 살짝 들어줘야 두 번 꺾인 요도가 똑바로 펴져서 소변이 잘 나온다. 그런데 좌변기에 앉아서는 요도를 똑바로 펴는 동작을 취할 수 없다. 즉 앉아서 소변을 본다고 잔뇨 없이 시원하게 소변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란 뜻이다.
반면 앉아 일을 보는 것이 더 깔끔하게 소변을 비울 수 있다고 주장하는 쪽도 있다. 네덜란드 라이덴대학 의료센터의 연구에서는 서 있을 때는 골반과 척추근육이 긴장되어 있는 반면, 변기에 앉으면 근육들이 이완되어 소변을 더 쉽게 배출할 수 있었다. 이는 빈뇨, 요절박, 야간뇨 등 배뇨장애 남성은 앉아서 소변을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다. 서서 소변을 볼 때 골반 근육의 긴장도가 높아지면 배뇨장애가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UCLA 비뇨기과 임상 부교수인 제시 밀스 Jesse N. Mills 박사는 “앉아서 소변을 보면 복부 근육을 더 많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배설할 수 있어 방광을 더욱 효율적으로 비울 수 있다”며 “오랜 시간 동안 일어서 있기 힘든 노인이나 전립선비대증 같은 병을 앓고 있는 남성들은 앉아서 일을 보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전립선비대증은 전립선이 비대해지면서 소변길을 막아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증상을 유발하는데, 앉아서 소변을 봐야 복압이 올라가 배뇨가 원활히 이뤄진다. 다만, 이때도 좌변기보다는 재래식 화장실에서처럼 쪼그려 앉아야 복압을 올릴 수 있다. 앉아서 소변을 보면 요도괄약근(요도를 조이는 근육)이 더 쉽게 열리는 장점도 있다. 덧붙여 밀스 박사는 “모든 남성에게 앉아 소변보는 것이 좋은 건 아니다”라고 말한다. 각자 잔뇨감 없이 방광이 비워진다고 느낀다면 어떤 자세로든 소변을 봐도 괜찮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