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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주행기
완주하지 않고 받은 백두대간 완주패
밤 11시 10분경 복정역에서 버스에 오르다 깜짝 놀랐다
보통 때 같으면 두 좌석에 한 사람씩 차지하고서 대부분 자면서 올 텐데
오늘은 자리도 거의 다 꽉 찼고 또 아무도 자는 사람 없이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반갑게 인사를 한다
백두대간 마지막 구간이라 그런지 그 동안 자주 보이지 않던 얼굴들이 많이 보인다
기분이 좋다
산행대장이 오늘의 구간에 대해 설명한다
오늘이 드디어 백두대간 마지막 구간 미시령에서 진부령 구간인데 총 16km로 약 8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보통 때 보다 1시간을 당긴 것은 미시령에 통제관이 나오지 않을 2시 반경에 도착 산행을 할 예정이기 때문이란다. 걸리면 벌금이 50만원이라고 하면서……….
그러면 상봉에는 4시경에 도착할 것이며 상봉에서 신성봉 구간은 암릉이라 위험하여 동이 틀 때까지 약 1시간 정도 기다렸다가 출발할 예정이며
진부령 도착예정은 선두는 약10시 후미도
진부령에서 완주 기념 사진을 찍고 강릉 회집에서 멋들어지게 뒤풀이를 한단다.
그리고 서울 도착은 해가 있을 때에 될 것이니 사우나에라도 가서 그 동안 쌓인 피로를 푹 풀어라 고 한다.
모두들 좋아라 한다
한잠을 자고 나니 벌써 미시령이다
기대와는 달리 통제관이 지키고 있다. 황당하다.
그러나 산악회의 빠른 대책으로 금강산 화엄사에서부터 올라 간단다
화엄사에서부터 올라가면 표고차가 약 400m 낮아 약 1시간 반 정도 더 걸릴 것이란다.
화엄사에 도착하니
비 온 후라 벌써 서늘한 기운이 돌고 여기저기서 풀벌레 소리가 요란하다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이 찬란하게 빛나고 파란 하늘이 깨끗하다 못해 심연같이 엄숙하다. 은하수가 하늘 한 가운데를 가로질러 희미하게 흐르고 있다
동쪽하늘에는 삼태별(오리온좌)이 나 보란 듯이 반짝인다
곱게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니 화려한 색체로 단장된 금강산 화엄사라는 글씨가 새겨진 일주문이 어둠 속에서 별빛을 받아 선명하게 나타난다. 얼른 카메라를 꺼내 샷터를 눌렸다. 섬광이 번쩍한다
조금 더 걸어 들어가니 상봉은 오른쪽 산속으로 올라가야 한단다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절을 보지 못한다니 좀 아쉽다
오늘은 왠 일인지 성곤이가 앞서고 대장 석무가 뒤쳐진다
한참을 올라가니 어렴풋한 어둠 속에 거대한 바위가 앞을 가로 막는다. 병풍같이 생긴 것이 작은 울산바위 같다. 카메라 셧터를 눌렸더니 윤곽만 보이다 곧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오른편으로 화려한 도심의 불빛이 보인다. 위쪽이 고성이고 아래가 속초라고 한다. 두 도시가 불빛으로 잇대어 있다
1시간 여를 올라오니 동족하늘이 조금씩 조금씩 붉게 물들더니 금방 주위가 환하게 보이고 시커멓던 산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아직 미시령은 보이지 않고 점점 더 가파른 경사만 나타난다
오늘 초장부터 고생깨나 하겠다
모두들 힘이 드는지 퍼질고 않자 마자 물부터 먹는다
뒤 따라오던 산행대장이 성곤이가 힘들어 한다면서 누가 배낭을 매어 주어야 할 것 같단다. 성곤이의 얼굴을 보니 피로한 기색이 역역하다
그러나 내가 반대했다
내가 성곤이 체력에 맞게 천천히 가자고 하니까
산행대장은 우리가 너무 늦으니 누가 배낭을 대신 메고 선두와 어느 정도 보조를 맞추어야 한단다.
성곤이가 미안해서 안절 부절이다
성곤이의 배낭을 보니 전부 물이다 큰통이 1개 작은통이 3개 그리고 도시락이다
그래서 성곤이 물을 대장 석무와 내가 나누어 가기로 했는데 옆에 있던 여자 대원이 염치없이 물을 자기에게 달란다. 망설이는 성곤이를 보고 물은 내게 많다고 하면서 2리터 자리 물을 주어 버렸다. 아깝지만 할 수 없다
성곤이가 미안해서 먼저 가고 내가 대장 석무와 같이 가면서
“산행대장이 왜 그러냐?” 하니까
대장이
“오늘 일정이 꽉 짜여져 있는데 미시령부터 계획이 어긋났고 또 우리가 너무 쳐져서 오늘대간 완주 행사에 차질이 생길까 봐 그러는 것 같다”고 한다
“그래도 그렇지 그럴수록 늦는 사람에 맞추어야지, 잘 나가는 사람에 맞추어서야 되나?” 하면서 대장 석무를 뒤로 하고 앞서간 성곤이와 함께 하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나아갔다
성곤이가 가벼워진 배낭 때문인지 아니면 좀 쉬어서 그런지 잘도 따라 온다
한참을 앞만 보며 가는데 뒤따라 오던 성곤이가
“어!?”
하는데 보니 배낭 옆에 끼웠던 피보다 더 아까운 물병이 벼랑 밑으로 대굴 대굴 굴러 내려간다 굴러가는 물병을 멍하게 쳐다 보면서 내가
“몇 개 있나?”하니
“하나 남았다” 한다 어이가 없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내게 많다. 잊어버려라” 하고 말은 했지만 작은 병 4개 반으로는 턱없이 부족할 것 같다. 그러나 어쩌랴 이미 굴려가 버린 물인걸!
아쉬운 물병을 뒤로 하고 앞으로 나아 가는데 오르막 길이 점점 더 험해지더니 급기야는 바위로 얼기 설기 덮인 급경사 오르막의 굴이다. 마치 깔대기 같이 생겨 한 사람이 맨몸으로 겨우 빠져 날 갈 수 있을 정도로 좁다
누가 도와 주지 않으면 성곤이 같은 덩치는 도저히 못 빠져 나올 것 같다
배낭을 달라니 안 주겠단다.
“너 등치로는 배낭 메고 못 빠져 나와!” 하니
“넌 어떻게 올라갔는데?” 하면서 순순히 배낭을 준다
힘들어 하는 성곤이의 배낭을 누가 메고 가야 한다는 산행대장의 말에 반대한 것이 마음에 걸려 성곤이가 깔대기 구멍을 빠져 나오길 기다리지 않고 성곤이의 배낭을 내 배낭 위에 겹쳐 메고 먼저 올라 가기로 했다
약 20 여분을 올라오니 물이 졸졸 흘러나오는 옹달샘이 나온다. 엄청 반갑다
배낭을 벗어 놓고 얼른 바가지로 받아 한 모금 들이키니 그 시원함에 속이 다 후련하다. 빈 통 마다 물을 받아 채우고 기다리니 성곤이가 끙끙거리며 올라온다
목이 말랐던지 벌컥벌컥 두 바가지나 마신다
바로 밑에 미시령이 보이고 강릉으로 내려가는 길이 꾸불 꾸불 보인다.
둘이서 한참을 쉬고 있으니 대장 석무와 산행대장이 올라온다
산행대장이 이곳이 미시령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샘터라고 하면서 상봉 까지는 아직 1시간을 더 가야 한단다. 그리고 진부령까지는 7시간 이상이 예상된다고 하면서 잘 해야
한참을 쉬고 나서 약 20분 정도 올라가니 너들 바위가 나오고 조금 더 올라가니 전망이 좋은 암봉(말안장 같이 생긴 작은 봉우리)이 나온다. 전망이 좋다 그러나 지난번 설악산 같은 흥은 나지 않는다.
산행대장이 앞 봉우리가 상봉이고, 저 건너 너들지대가 보이는 산이 신성봉, 그 옆이 馬山. 그 넘어에 진부령이 있고, 안개가 퍼지고 있는 곳이 향로봉이라고 한다. 향로봉이 있는 방향에 금강산이 있는데 안개가 퍼지는 속도를 보아 오늘 금강산 보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한다 복사열 때문에 안개가 생긴다고 한다
이같이 맑은 날씨에 설마 ……..
상봉에 오르니
안개속의 신성봉이라………..
내 상상속의 신성봉은 항상 안개가 자욱히 깔린 산이어야 하니 지금의
신성봉으로 오르는 길은 한결 수월하다
2~30분을 쉬지 않고 오르니 삼갈래 길이 나온다
신성봉으로 가는 길인 모양이다 여기도 다 같은 설악산 국립공원인데 그 흔한 말뚝 이정표 하나 없다 배낭을
약 10여분을 오르니 너들 바위가 보이고 너들 바위를 지나니 삐죽 삐죽한 바위봉우리가 몇 개 나오고 그길 지나면 정상이다. 정상에는 다듬지 않은 거대한 바위 마당으로 되어 있다 전망이 끝내준다
향로봉과 금강산은 안개가 덮여 전연 보이지 않으나 설악산 대청봉은 중턱에만 안개로 덮여 있고 공룡능선과 용아 장상 그리고 백담계곡은 계곡 따라 안개가 강물 처럼 흐른다
여기저기 사진을 찍고 있으니 신행대장과 대장 석무가 올라온다
대장 석무가 바위와 바위를 건너 뛰면서 올라 오더니
“아! 좋다, 아! 좋다” 하더니
“이쪽으로 서라, 이쪽으로 서라” 하면서 카메라 샷터 누르기에 바쁘다
배가 출출하다 벌써
삼거리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산행대장에게 앞으로 얼마를 더 가야 합니까? 하고 물으니 이제 겨우 1/3 왔단다.
가마득하다. 그러나 가야 한다. 힘들어도 가야 한다. 불평을 한다고 누가 대산 가 주지도 않는다.
앞으로 남은 길은 육산이라하니 그것을 위안 삼아 마산을 향하여 나아간다
휴식을 취한 덕인지 점심 먹은 배낭이 가벼워 졌는지 몸이 좀 가볍다
걱정스럽던 성곤이도 잘도 나아 간다
계속 능선을 따라 몇 시간을 걸었는지 걷고 또 걸었다.
갑자기 앞 능선쪽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난다. 앞서간 우리 일행이거니 생각하고 반가워 부리나케 올라가니 반대편 진부령에서부터 올라오는 사람들이다
마산이 얼마나 남았느냐? 하니까
반갑게도 저쪽 봉우리가 마산이란다
다 왔다 힘들던 발 걸음이 갑자기 가벼워지고 새롭게 기운이 난다. 날아갈 듯 하다
기분이 좋아 노래 한 구절을 흥얼 거리면서 내려오니 나무로 된 사이령(
그 기분 이해하겠다
마지막 대간 봉우리 마산 정상에 오르니 마음이 한결 조용해 진다.
“아! 드디어 다 왔다! 진부령이다”
오늘따라 진부령 돌 비석이 여느 때와는 다르게 반갑고 사랑스럽게 느껴져 오래 헤어졌던 고향친구를 만나는 기분이다
대장 석무가 진부령 돌비석 앞으로 가더니
“후딱 후딱 온나! 완주 기념으로 박자!”고 한다
성곤이가 빙그래 웃으며
“그래 박자”한다
기분 째진다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다
백두대간 완주기념 현수막 앞에서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예약된 강릉 식당에서 막걸리 한사발을 단번에 쭉 들이키고
동해 바다에서 금방 잡아 올린 퍼더득 퍼드득 힘이 넘쳐나는 싱싱한 생선회를 한입 가득 씹으니 입안 가득 닿는 풍만함과 신선함이 무어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미롭다. 이런 맛을 일컬어 감칠맛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산악회 회장의 감격에 겨운 인사말과 산행 대장의 어려웠던 코스의 회상, 총무의 경과 보고 등등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 눈물이 글썽 글썽하다. 이거야 말로 진짜배기 기쁨의 눈물이요 성취감의 눈물이다
마지막으로 바다를 구경하니 역시 “산은 산이요, 바다는 바다다”
돌아오는 버스에 오르니 총무가
완주패를 일일이 나누어 준다. 기분이 묘하다
중간에 합류한 나는 지리산 일부와 덕유산 속리산 구간을 완주하지 않았다
대장 석무에게
“완주하지 않고 완주패를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하니
“넌 충분히 자격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자격이 없다. 완주패는 자격증이나 졸업장이 아니다. 완주한 사람만이 받을 수 있는 진실한 패인 것이다
나는 이 패를 못다한 대간을 완주 하라는 격려의 뜻에서 미리 주는 백두대간 완주 기념패라 의미를 붙여 본다
그래서 좀 쉬었다 못다한 남쪽의 남은 대간을 끝내겠다
그리고 기다리며 준비하겠다
혹이나 내 살아 생전 통일이 될지 모르니
내 그 날을 위하여 다리 힘을 기르겠다
그 동안 끝임 없이 성원해 준 우리 군성 15회 동문
그리고 우리 삼총사의 영원한 대장 김 석무
마지막으로 진짜 고생한 밀양 황소 씨름꾼 손 성곤
파이팅! 파이팅이다!
첫댓글 축하~~~ 통일되거던 남은곳부터 백두산까지 완주하기를!!!
백두대간완주를 축하합니다. 무박으로 내리 달려온 그 체력과 기력이 대단합니다. 소인도 완주는 했으나 중간에 몇구간 빠진곳이 있어 보수를 해야하는데 ...
정말 대단하다. 김석무, 박윤시, 손성곤 모두 우리의 귀감이 되고도 남을 친구들이다. 백두대간 완주 축하한다.
축하,축하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