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성찰과 타자와의 소통
네이버 블로그 - 호오컨설팅/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자아성찰 명언
노원호 시인의 동시집이 어린이의 일상을 농익게 다루었다는 것은 어린이의 생활에서 겪는 갈등을 다양한 관점에서 찾아냈다는 것이다. 요즘의 아이들은 성적 때문에 겪는 갈등 외에도 동생, 친구관계에서도 수 없이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또 이성친구와 사랑을 둘러싼 심리적 갈등도 어린이들의 일상 중의 하나이다.
“너하고는 안 놀아!”
내가 너한테 말할 때는
아무렇지도 않더니
네가 내게 말할 때는
왜 자꾸
가슴을 콕콕 찌르는지.
-노원호의 「말」 전문
무심코 던진 말에 대해서 돌이켜 생각하지 않는 것이 우리들이다. 그러나 내가 누군가로부터 들은 싫은 소리는 가슴에 상처가 된다. 너무나 평범한 진리이고 흔한 일상이다. 동시 「말」에서는 똑같은 말이지만 “네가 나한테 말할 때는/ 왜 자꾸/ 가슴을 콕콕 찌르는지.” 되새겨 봄으로써 나의 행동을 성찰하고 있다. 이와 유사한 동시로 「말 한마디」가 있다. 또 이성 친구에 대한 사랑의 정서를 곱게 물든 나뭇잎에 빗대어 전달하는(「너를 위하여」) 재미를 주고 있다.
또 요즘의 모든 어린이들이 가지는 공통된 고민 중의 하나는 성적일 것이다. 경쟁의 일제고사를 실시하고 상대평가를 통해 백분위로 줄을 세우는 교육여건은 어린이들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학고 공부 끝나고
피아노, 수학, 원어민 영어
학원을 세 곳이나 다녀왔다.
어깨가 축 쳐졌다.
밤에 만이라도
그 무거운 짐을
옷걸이게 걸어 두고 싶다.
-노원호의 「옷걸이」 전문
화자의 힘든 상황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문제는 화자가 이 힘든 현실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3연에서 그 안타까움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 동시는 1연은 사실 묘사에 그치고 있으며, 2연에서는 감정이 직접 노출되어 있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미학적인 완성도가 떨어진다. 그러나 3연에서 “옷걸이”에 그 무거운 짐을 걸어 두고자 하는 낯선 발상과 힘든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하루 종일이 아니라 “밤에 만이라도”라는 표현에서 잠시잠깐만이라도 벗어나고 싶은 절박함이 시적 분위기를 긴장되게 하고 있다.
문제는 노원호의 동시가 기호와 낱말을 일차적 의미와 닮은 새로운 의미로 치환하거나 아니면 인접한 의미로 자리를 바꾸어 전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순한 표현은 동시의 특징이자 동시의 한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의미와 기호를 직선적으로 일치시켜 시적상황을 전개한 것에 그친 것이 아쉽게 느껴진다. 시적상황의 공감에서 오는 감동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미적으로 승화되어 관념화된 언어의 틈새를 뚫고 새로운 의미가 불쑥 솟아날 때 우리는 더 큰 시적 감동을 느낀다. 이러한 미적 아쉬움이 있지만 그의 동시에서 화자는 자신과 동일시하던 존재를 비동일적으로 인식하면서 주체를 찾아가고 있다. 그래서 화자를 둘러싼 주변의 인물들에게 무조건적으로 동일화되어 행복을 찾지도 않고, 그렇다고 반동일적으로 거부하지도 않는다.
이렇듯 노원호의 『꼬무락 꼬무락』은 일상의 주관적인 정서를 다룸으로 인해 이슈화된 특수한 동심이 아닌 일상에서 흔히 겪는 사소한 고민과 갈등을 제시하였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로써 삶을 반성적으로 돌아보고 또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 < ‘동심의 표정 동시의 미학(김종헌 평론집, 소소담담, 2017)’에서 옮겨 적음. (2019.03.20. 화룡이) >
첫댓글 "시적상황의 공감에서 오는 감동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미적으로 승화되어 관념화된 언어의 틈새를 뚫고 새로운 의미가 불쑥 솟아날 때 우리는 더 큰 시적 감동을 느낀다." 새로운 의미. 자신만의 눈으로 바라보고 자신의 목소리로 표현하고, 새로운 의미를 형상화하는 일을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평론을 읽을 때마다 많은 부분 공감합니다.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시는 일상의 새로운 발견입니다. 평범한 일상의 나열에서 결국 시로 성공할 수 있음은 마지막 아무나 생각할 수 없는 작가만의 독특한 마음의 표현이리리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