㉒ 나이듦을 즐기는 삶
103세 할머니가 100m 46초 뛰다
나이는 멋지게 나이 들어가는데 있어서 넘어야 할 큰 장애물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실제 나이는 그동안 살아온 무게 때문에 자유로운 삶을 방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이는 곧 자신의 과거이다. 과거에 끄달리거나 집착하는 이상 현재의 삶에 집중할 수 없다. 미래도 기약할 수 없다. 특히 과거 화려한 경력이 있는 경우 은퇴 이후 상실감과 단절감으로 우울증에 시달리거나 새로운 사회관계에 적응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과거가 현재에 충실한 삶을 방해하는 것이다. 과거에 발목이 잡혀 있는 이상 새로운 신세계는 열리지 않는다.
그러니 과거를 훌훌 털어버리고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새롭게 태어나는 자신을 재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이 바로 내 생애 가장 빛나는 하루라는 생각으로 하루 첫 눈을 뜨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태양을 맞이하고, 하루 만나는 모든 것에 사랑의 손길을 내민다.
◇ 장영희 교수 *출처=중앙포토
어릴 때부터 불편한 몸으로 세 번에 걸친 암 투병을 거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긍정의 기운이 넘치는 글을 쓴 장영희(1952~2009) 교수는 지구별을 떠나기 전 마지막 남긴 에세이집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에서, “아프고 힘들어서 하루하루 어떻게 살까 노심초사하며 버텨낸 나날들이 바로 기적이다.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라고 하였다.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이 기적이자, 눈 뜨는 아침마다 기적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루하루를 기적으로 쓴 글이기에, 그가 지구별을 떠난지 10년이 되는 2019년에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은 100쇄를 찍었을 정도이다. 비록 그의 몸은 갔어도 그의 글은 살아 있어 기적을 낳고 있다.
미국 뉴멕시코주에 사는 호킨스 할머니는 1916년생으로, 2019년에 103살이다. 그는 미국 전국 시니어체육대회 100m 대회에서 46.07초로 우승을 차지하였다. 이 기록은 100살 이상에서 세계 신기록이다.
호킨스 할머니는 100살 때 달리기를 시작해 102살까지 세 차례나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달리기를 열심히 하는 이유를 묻자,“내 나이에 달릴 수 있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라고 하면서, “103살이 되면 하루하루가 기적이에요”라고 하였다고 한다.
◇ 애플 최고 경영자 스티브 잡스 *출처= 애플
스티븐 잡스(1955~2011)의 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애플의 최고경영자로서 누구보다 앞서 인터넷시대를 연 스티븐 잡스는 2005년 6월 죽기 직전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축사를 통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마지막 유언을 남겼다. 그의 말은 청년 뿐 아니라 나이 든 사람들도 귀담아들어야 할 명언이다.
“여러분에게 주어진 시간은 유한합니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사느라 그 시간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독단의 덫에 빠지지 마십시오. 그것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서 나온 결론에 맞추어 사는 것을 말합니다.
남들의 의견에서 나오는 잡음에 여러분 내면의 소리가 묻히도록 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용기를 내어 여러분의 가슴과 직관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그것들은 진정 나 자신이 무엇이 되고 싶어 하는가를 이미 똑똑히 알고 있습니다. 그밖의 것들은 모두 부차적인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의 말대로 유한한 인생, 특히 살 날이 얼마 남지 않는 노년기에는 하루하루를 빛나게 살아가야 한다. 종종 나이 든 분의 명함을 받아보면, 과거의 경력이 화려하게 달려 있거나 중요하지 않은 직함이 나열되어 있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것은 오히려 소외감만 가져올 뿐이다. 과거의 경력이나 직함은 삶의 질을 오히려 방해하고 소외감만 증폭시켜 하루하루 빛나는 삶을 살아가는데 역효과가 나는 경우도 많다.
스티브 잡스의 충고대로 진솔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말고 자신의 삶의 환경, 신체적 조건, 취미, 하고자 하는 일 등에 맞는 자신만의 문화를 창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나이를 초월할 필요가 있다. 나이의 중압감과 늙음에 대한 부정적 생각이 지금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나이를 초월해 자신이 처한 ‘지금 이곳’에서 새로운 창조적인 삶을 꿈꾸고 실천해야 한다. <계속>
글 | 김양식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