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관람 후기
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공학 교육행정 융합
e55031 노희주
나를 짝사랑하던 사람이 있었다. 내가 운영하던 동호회의 운영진이었는데, 나에게 고백하고 차인 후부터 빈번하게 조직 운영관련해서 불만을 늘어놓았다.
실제로 운영에 문제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나는 그 불만의 원인이 운영사항 내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마치 애정결핍? 애정적 욕구 불만을 표출하는 것으로 보였다.
꽤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터에, 친구에게 이야기를 털어놓다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바로 케파에 대한 것이다.
‘케파’란? Capacity의 줄임말이다. 단어의 뜻은 능력, 용량, 가능성, 기능, 자격 등을 뜻하고
일상적으로 뉴스에 경제용어로 나오는 케파를 말할 때에는 대부분 ‘수용능력’ 또는 ‘능력’으로 바꿔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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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 나 이러이러해서.. 걔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야. 걔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친구: 케파가 작아서 그래.
나 : 케파가 뭐야?
친구 : 케파는 말이야..음... 마치 지구의 내부 구조처럼 여러 겹으로 이루어져 있는 구를 생각해봐.
가장 안쪽 깊숙이 있을수록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고, 바깥에 있을수록 그렇지 않은 것이야.
그럼 가장 안쪽 깊숙이 있는 것은 의식주가 될 것이고, 그 바깥으로 갈수록 중요도가 떨어지는 요소들이라고 해보자.
어떤 층의 욕구가 충족되지 못했을 때, 그 바깥에 있는 층들은 눈에 보이지 않아. 마치 전혀 생각할 수 없는(=이해할 수 없는) 세계와 같은거야.
예를 들어,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은 사람(A)이 ‘나는 어떤 자동차를 사고싶다.’ 라는 생각이 들겠어? 당장 먹고 살 것도 없는데 말이야...
그렇지만 의식주를 포함해서 케파의 안쪽에 있는 욕구들이 충족되어 있는 사람(B)이라면 ‘아 자동차 사고 싶다. 이왕이면 벤츠 S클래스 같은 거로..’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
만약 위의 두 사람이 만나서 대화를 나누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B가 A에게 ‘아 자동차 사고싶다. 근데 돈이 없어서 벤츠는 못 살 것 같고, 현대 자동차 정도나 사려고’
그럼 A는 아마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겠지 ‘미친놈.. 세상 사는게 얼마나 힘든데 자동차는 무슨 자동차? 철이 아직 안들었구만, 으휴...’
A와 같이 누군가를 보며 답답함이나 불만 따위를 느낀다면, B에 비해 케파가 작은 사람인거야. 케파의 크기와 생각할 수 있는 크기(수용능력)는 똑같다고 보면 돼.
그러니까 너의 친구가 너한테 불만을 얘기하는 건 결국 자기 기준에 비해 욕구 충족이 덜 되어 있는 상태 라는거야. 만약 걔가 돈 100억이 생겼어봐. 너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겠어? 아니면 갑자기 여자가 100명 정도 좋다며 자기를 따라다니면, 그때도 너한테 불만을 이야기할까? 아닐걸? 결국, 불만에 대한 원인은 굉장히 복잡하다는거야.
살아가면서 너가 무언갈 보고 답답함을 느낀다면, 그 것이 진짜 문제(problem)이 아니라 너의 내면의 무언가의 결핍 때문일 수도 있다는거야.
(필자의 생각: 따라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가 인과 관계가 확실한 문제인지..해결 가능한 것인가? 아님 그렇지 않은지 스스로 구분할 줄 알아야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에 발생하는 문제들의 대부분은 정말 예측불가능..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인 문제이다..)
만약 너가 어떤 할머니가 수레에 폐지를 모으고 있는 걸 봤어. 그럼 무슨 생각이 들거같아? 저거가지고 생활이 되나..? 저게 돈이 벌어지나? 라는 의문이 생기면 그건 너의 케파(생각할 수 있는 정도)가 할머니보다 작기 때문이야. 너는 돈으로 맛있는 것도 사먹어야하고, 예쁜 옷도 사 입어야하고 하고싶은 게 많겠지만(욕구 충족 기준이 높으므로 만족이 힘듬), 나이가 들면 입맛도 없고 갖고싶은 것도 사라지거든(욕구 충족 기준이 낮으므로 만족이 쉬움) . 그럼 뭐 때문에 폐지를 줍는걸까? 그냥 줍는거야. 심심해서.
케파가 작은 사람은 케파가 큰 사람보다 항상 낮은 수준으로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어. 그리고 모든 욕구가 만족되면 그 끝에 있는 가장 고차원적인 생각의 범주가 바로 ‘그냥’ 인거지. 이유가 없이 무엇인갈 하는 것.
나 : 와... 어떻게 하면 케파의 크기를 늘릴 수 있어?
친구 : 만족의 기준을 낮추면 돼. 없어도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래서 절교에 그런 훈련이 있잖아. 유명한 혜민 스님의 무소유 같은 거. 계속 욕심을 버리는 훈련을 하는거야.
욕심을 버릴수록, 욕구가 쉽게 충족되는 거고, 그만큼 케파가 커져서 생각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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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이 굉장히 길었는데.. 친구가 나에게 해주었던 정말 인상 깊었던 이야기였던지라. 이 기회를 통해 다시 한번 정리하여 기쁘다. 왠지 케파에 대한 설명을 적고 싶기도 했고, 적어야 소통이 가능할 것 같다 생각해 꽤 길게 적어버렸다.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보며 인생사 새옹지마......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것. 행복이 주어지면 최선을 다하라
문제가 발생할 때 마다 대답은 “ 그냥.. ” “춤이나 추지” “술이나 한잔 주지그래” 따위와 같이 내용이 없는 대답 .. 인과관계가 없는 듯한... 내용이 없는 대답은 케파가 큰 사람이나 할 수 있는 대답. 생각할 수 있는 범주가 훨씬 큰 사람. 틀에 얽매여 있지 않은 사람.
알란이 생각도 없고 엉뚱한 대답을 하는 것 같지만, 훨씬 고차원의 생각을 하는 사람인 것이다.
전체적인 영화의 포인트가 인생사 새옹지마처럼 보여지지만, 그 속에 깨알같이 박혀있는 알란 특유의 수준 높은 대화.... 너무 재미있었다.
사고방식이 깨어있는 알란의 매력은 두 가지이다.
1. 어떤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어.. 그럴 수도 있지.’, ‘그래 그럼 그러자’ 상황을 인식하고 받아들일 뿐이다. 케파가 크기 때문에 딱히 답답함이나 불만, 불편 따위를 느끼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산다. 마지막 영화 대사에 나온 것처럼, 주어진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행복이 주어진다면 누릴 수 있을만큼 누리라는 주제와 같이..
2.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걱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책을 찾아 해결한다. 영화 마지막 즈음에 삶의 위협을 받자 구닐라는 벌벌 떨며, 돈가방을 돌려주자고 하지만 알란은 신경도 안쓴다. 오히려 돈가방 주인과 통화할 때, 어..나 벌써 100살이니까 죽일려면 서둘러야할 걸..라고 하며 만사태평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예를 들어 불텐이 돈가방을 찾으러와 생명의 위협을 느꼈을 때와 같은.. 곧바로 해결책을 찾는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걱정하지 않으며, 일이 발생했을 때는 주저없이 행동하는 것이 바로직관모델의 전형적 삶을 일구어온 알란의 두 번째 매력이다.
첫댓글 케파라는 용어와 함께 작성해주신 후기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제 케파를 늘리기 위해...알란처럼 욕심을 버리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만족하는 삶을 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