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짜 경비의 설움
/김수기
나는 오늘도 새벽 세시 지하 주차장 4층에서 7층까지 순찰 돌고 와서 잠시 의자에 앉아
눈을 붙였을 뿐인데 딱 걸려들고 말았다.
반장 노무스키가 잠자러 왔느냐며 경위서를 들이민다.
아이고,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쓰벌 노무스키 최반장님,
자식 새끼들 먹이고 입히고 갈쳐야 할텐데 한번만 봐 주이소. 딱 한번만 눈감아 주이소.
그건 당신 사정이고 당신이 어디 한 두 번이야 빨리 작성하이소.
을매나 보기 싫었으면 꼴보기 싫었으면 그랬을까.
생각하면서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그만 둘 수도 없고 꿀떡꿀떡 참아가며
그 얄팍한 자존심 구겨가며 경위서를 작성한다.
다음 번엔 사표 써라 할까 봐 사실은 겁나게 두렵다.
돈 벌어 먹기가 남의 돈 먹기가 와 이리 아니꼽고 드럽고 치사한지
저 높은 노무스키들은 아가리가 커서 그런지 국가 돈 꿀꺽꿀꺽 잘도 처 먹던데
아가리 작은 초짜 경비는 일당 팔만원 짜리 초짜 경비는
오늘도 새벽 세시에 일어나 졸면서 깨면서 지하주차장을 맴돈다.
매쾌한 이산화탄소 마시면서 오르랑 내리랑 계단을 타고 내린다.
그나저나 어제 저녁 우리집 안식구 사준 갈비탕 맛있게 먹었던
13,000원 짜리 왕갈비탕이 역류한다.
<김수기 님이 주신 카톡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