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로드 프리미엄 브랜드인 랜드로버와 레인지로버는 전 세계적인 SUV 인기 상승에 편승해 중국 자동차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끌었다. SUV를 선호하는 중국인들에게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는 아우디 Q7, 포르쉐 마칸 등과 함께 최고의 럭셔리 SUV로 꼽혀왔다. 그러나 최근 레인지로버 인기 차종인 이보크 인기가 급락했다. 아무리 가격을 낮추어도 팔리지 않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랜드로버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레인지로버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수입차 가운데 가장 비싼 가격대인 1억4,000만원을 호가했다. 이 가격은 동급 SUV에 3,000만원 이상 비쌌다. 하지만 많은 중국의 부호와 벼락 부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들은 본인의 신분을 나타내기 위해 비싼 값을 치르고 레인지로버를 구입했다.
이런 인기 호조에 편승해 랜드로버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다 수입관세와 생산비 절감을 위해 중국 치뢰이(奇瑞)자동차와 합자를 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문제는 판매량이 급감한 점이다. 가격 인하와 할인 프로모션을 반복했다. 수입차로 팔 때 이보크는 1억원을 호가했다. 현재는 중국에서 생산하면서 4,000만원대까지 가격이 떨어졌다.한국에서 이보크 가격은 7000만원 내외로 동급 차량 가운데 비싼 편이다.
중국에서 생산하는 레인지로버 이보크(중국명 란셩지광)는 한국 판매차량과 같은 스펙인 2.0 터보 가솔린 엔진에 9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란셩지광(揽胜极光)의 판매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근 몇 개월간 판매순위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18년 2월 판매량은 전년 대비 15% 줄었다. 이 결과는 제품 자체보다는 브랜드 가치와 관련이 있다.
첫째, 현지에서 생산되는 랜드로버는 중국의 치뢰이(奇瑞)자동차와 합자해서 생산한다. 이 차의 뒷면에 '랜드로버' 영문 로고 대신 '치뢰이랜드로버'가 붙는다. 이 말 뜻은 당신이 사는 랜드로버 차가 수입산이 아닌 중국산이라는 뜻이다. 즉 무의식 중에 차주의 신분을 낮게 보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오너들이 구입하자마자 바로 이 로고를 뜯어낸다고 한다.
둘째로, 짝퉁 브랜드의 극성이다. 중국에는 랜드윈드(陆风)라는 레인지로버 이보크 짝퉁 브랜드가 있다. 이 짝퉁 브랜드 회사에서 만들어낸 제품은 외관이 99% 일치한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브랜드 로고를 확인하지 않고는 이보크인지 랜드윈드 차량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거금을 들여 럭셔리 SUV를 샀는데 짝퉁 브랜드로 오해 받는 상황이 달갑겠는가? 어찌 보면 구매 기피 현상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 현상은 중국 자동차 시장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있다. 현재 중국은 세계 각국의 자동차 브랜드가 가장 치열한 경쟁을 하는 시장이다. 서로 더 많은 차량을 판매하려고 판매전략을 세운다. 현대차나 기아차도 중국 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해 한국업체 대신 부품현지화를 통해 가격을 낮추고 성능을 높이는 가성비 전략을 과감하게 실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