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날아가고, 낙엽이 지고, 음악 소리가 흩어진다.
아기의 젖니도, 어른의 머리도 빠진다.
우울과 두려움도 결국은 어디론가 사라진다.
영원한 것은 없으며 모든 것은 결국 바스러지고 흩어진다.
엄마와 아이가 꼭 껴안은 모습이 “영원히”라는 글자와 함께 클로즈업되는 장면을 생각해 본다.
모든 것이 사라지는 세계에서 사랑만이 예외라는 말은 아름답지만,
현실에서는 사랑 또한 바래고 변하며 때로는 사라진다.
부모의 사랑만큼은 절대적인 것이란 말도 신화일지 모른다.
부모라는 역할을 맡게 된 사람들도 자주 길을 잃으며 사라져 가는 존재일 뿐이니까.
우리에게 진짜 위로가 되는 것은 영원한 사랑의 보다는,
사라지는 존재라 해도 지금 너와 눈을 맞추고 함께 흘러갈 거라는 유한함일지도 모르겠다.
“부스러질 혀와 입술”, “부스러질 맑은 눈”을 가진 우리에게, 영원이란 건 애초에 어울리지 않는 옷 같기도 하다.
(작가: 한강)
삶은 일시적이지만 그렇기에 매 순간이 절대적이다.
일시성은 오히려 영원이라는 허구에 매달리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을 긍정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
(시몬 드 보바르)
꽃은 곧 시든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아름다워지고,
인간은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이 인간들을 참된 삶으로 이끈다.
이 세계에서 우리가 무언가를 잃어버렸다는 사실보다
그것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한 것은 아닌가.
돌아가신 부모님처럼, 어떤 존재가 ‘있었음’의 감각이 우리 삶의 지층을 이루는 것이니까.
첫댓글 한강의 글은 어느 책에서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