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결말이지만 사울에게 놉의 대제사장 아히멜렉과 팔십오 인의 제사장들이 죽임을 당했다. 이유는 다윗이 그들과 접촉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삼상 22:16~17) 왕이 이르되 아히멜렉아 네가 반드시 죽을 것이요 너와 네 아비의 온 집도 그러하리라 하고 왕이 좌우의 호위병에게 이르되 돌아가서 여호와의 제사장들을 죽이라 그들도 다윗과 합력하였고 또 그들이 다윗이 도망한 것을 알고도 내게 알리지 아니하였음이니라
다윗은 사울을 피해 놉으로 가서 제사장을 만났다. 그런데 그때 다윗은 제사장에게 자신의 처지를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않았고 사울의 천부장으로만 안 아히멜렉은 사심 없이 그를 도왔다. 그런 그의 행동은 사울에게 보고 되었고 이렇게 참담한 결과가 나오고 만 것이다.
(삼상 21:1) 다윗이 놉에 가서 제사장 아히멜렉에게 이르니 아히멜렉이 떨며 다윗을 영접하여 그에게 이르되 어찌하여 네가 홀로 있고 함께 하는 자가 아무도 없느냐 하니 (삼상 21:2) 다윗이 제사장 아히멜렉에게 이르되 왕이 내게 일을 명령하고 이르시기를 내가 너를 보내는 것과 네게 명령한 일은 아무것도 사람에게 알리지 말라 하시기로 내가 나의 소년들을 이러이러한 곳으로 오라고 말하였나이다
다윗은 제사장을 속였고 그 사실을 모른 체 제사장은 성소의 상에서 물린 진설병과 골리앗의 칼을 그에게 내어 주었다. 그런데 이런 모든 과정을 지켜보는 목격자가 있었다. 그는 사울의 목자장 도엑이었다.
(삼상 21:7) 그 날에 사울의 신하 한 사람이 여호와 앞에 머물러 있었는데 그는 도엑이라 이름하는 에돔 사람이요 사울의 목자장이었더라
비록 다윗은 떡과 칼을 챙겨서 장소를 옮겼지만, 다윗과 제사장의 이 은밀한 접선은 그대로 사울에게 보고 되었고 그 여파로 제사장 무리가 몰살당하게 된 것이다. 그때 다윗이 조금 더 솔직하게 말했더라면 어땠을까? 자신의 처지를 진실하게 말하고 제사장들도 자신들이 취할 방도를 마련하도록 했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 다윗은 자신의 목숨을 건졌고 위기를 피했지만 애꿎은 제사장들은 팔십오 인이나 죽임을 당한 것이다. 세상은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거짓으로 거래도 하고 그것을 일종의 재치라고 평가할지 몰라도 그리스도인들은 그들과 같이 행동할 수 없다. 거짓을 대가로 생명을 얻을 수는 없다.
며칠 전 가짜 스티커를 여행용 가방에 붙이고 다니는 사람들의 심리를 다루는 기사를 읽었다. 사람들에게 “나 여행 좀 많이 다닌 사람입니다.” “나 돈 좀 쓰고 삽니다” 이런 메시지를 주려고 가보지도 않은 나라의 화물용 스티커를 제작해서 파는 것이다. 가능하면 국적기, 그리고 비즈니스석을 탄 것처럼 만들어서 열 장을 만 원에 파는 인터넷 판매처가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을 훔치기 위해 짝퉁의 인생을 사는 것이다. 진짜는 살 수 없으니까 가짜를 가지고 도배해서라도 사람들 사이에서 튀어 보이려는 것이다. 이런 형태의 풍조에 대해서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실제로 돈이 많으면 자기 몸을 사리지 결코 타인의 시선을 끌기 위해 유난을 떨지 않는다”며 “정신적 가난과 미성숙을 드러내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거짓이 처세술로 둔갑한 세상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언제까지 정직을 덕목으로 지켜갈 수 있을까? 이스라엘의 위대한 왕 다윗마저도 거짓으로 자신의 목숨을 건졌지만 애꿎은 팔십오 인의 제사장들은 목숨을 잃지 않았는가? 이런 말이 있다.
“생명 자체도 거짓의 대가로 사지 말아야 한다. 한마디의 말을 하거나 머리를 한 번 끄떡임으로써 순교자들은 진리를 부인하고 그들의 생명을 건질 수도 있었다. 또한, 한 알갱이의 향을 우상의 제단 위에 떨어뜨리는 일을 수락함으로써 그들은 고문대나 교수대나 십자가의 형벌을 모면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생명의 은혜를 받을 수 있었지마는, 말이나 행실에 있어서 거짓되기를 거부하였다.”(2 보감, 71) 성경도 (계 21:27) 무엇이든지 속된 것이나 가증한 일 또는 거짓말하는 자는 결코 그리로 들어가지 못하되 오직 어린 양의 생명책에 기록된 자들만 들어가리라
하나님 아버지! 우리 입술에서 거짓말을 제하여 주시고 진실의 가치를 결코, 훼손하지 않도록 우리를 지켜 주소서. 생명이라도 거짓의 대가로 사지 말게 하시고 하나님을 믿음으로 순교자의 길을 가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