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드 버닝을 그려 놓고
시월 마지막 주 월요일이다. 주말 이틀 제주 부근까지 근접하던 태풍 영향으로 가을비가 넉넉하게 내렸다. 잠 깬 새벽 ‘가을 빗속 송정에서’를 남겼다. “가을비 내리던 날 동해선 전동 객차 / 부전역 기점으로 도심을 빠져나가 / 송정역 바닷가에서 우산 펼쳐 걸었다 // 어릴 적 국민 동요 한인현 섬집 아기 / 노래비 모자상은 빗물에 함초롬히 / 파도에 원드서핑족 몸을 맡겨 놀더라”
새벽까지 내리던 비는 날이 밝아오자 그쳐 주었다. 월요일 오전은 서부권 지역 농촌 지역 역량 강화 교양 강좌 나가는 날로 목공 수업을 받는 3/8 차시다. 이른 아침 안민동을 출발 월영동으로 가는 101번 버스를 탔다. 창이대로에서 명서동을 거쳐 창원역에서 합성동을 지난 마산역에서 내렸다. 광장으로 오르는 길목은 주말만큼 아니라도 노점이 펼쳐져 계절감을 느낄 수 있었다.
목공 강좌가 10시부터 열려 그 시각에 맞춰 8시 반에 진전 상평으로 가는 75번 버스를 기다렸다. 비가 그친 아침 마산역 광장 은행나무는 서리가 오지 않음에도 단풍으로 엷게 물드는 기색이 보였다. 어디선가 옮겨와 심은 우뚝한 소나무 몇 그루 앞에는 가곡 ‘가고파’ 작사자 이은상 시비가 세워져 있다. 노산을 기리는 행사에 지역 진보 인사들이 매번 딴지를 걸려고 해 유감이다.
정한 시각 진전면 상평으로 가는 버스가 출발했다. 어시장과 댓거리를 두르면서 촌로들이 시장을 봐 끌개에 담아 차에 올라 도움을 주는 이 모습이 아름다웠다. 댓거리를 거쳐 밤밭고개를 넘어 동전을 지나 진동 환승장에 잠시 들러 되돌아 나왔다. 창의탑에서 동촌 입구를 지난 진북 행정복지센터에서 내렸다. 예전 오일장이 서던 장터에 새로 들어선 진북면 상생활력센터로 갔다.
1층은 사무실과 지역민 체력 단련 헬스장이고 강의는 2층 프로그램실에서 이루어진다. 이번에 세 번째 시간으로 강사는 지난주와 다른 분이 나와 수업을 준비했다. 수강생으로는 내가 제일 먼저 도착해 교육을 모둠으로 받게 두 개씩 맞대는 작업을 도와주었다. 이어 수강생이 속속 나타나 수업이 진행되었다. 앞서 지나간 시간을 맡은 강사는 다른 일과 겹쳐 새로운 분이 맡아주었다.
지난 시간은 정육각형 틀에 얇은 나무 조각을 퍼즐 맞추듯 끼워 찻잔 받침을 만들었다. 이번 시간은 다음 시간과 연계해 우드 버닝을 하는 수업이라고 했다. 강사는 전선으로 끼워 쓰는 버닝 기구를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이어 얇은 판재에 무늬를 새기는 작업에 들었는데 무늬를 먹지에 깔아 바탕을 먼저 그렸다. 나는 고양이와 물개가 어미에 안긴 새끼를 그렸다.
수강생들은 각자 다르게 꽃이나 글씨로 그리고 싶은 문양을 새겼다. 전원에 달구어진 인두로 얇은 판재에 조심스레 무늬를 새겼다. 동물상을 입체감이 나타나게 음영으로 처리하는 부분이 신경 쓰였다. 마음에 흡족하지 않아도 최선을 다해 마쳤다. 강사는 이번 시간 그린 우드 버닝화는 다음 시간에 만들게 되는 작품에 일부가 된다고 알려주었다. 테이블을 정리하고 수업을 마쳤다.
오전 일과를 마치고 예전 장터에서 가까운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어디선가 토목 현장에 일을 하는 인부들 여럿이 먼저 식사하고 일어섰다. 식후는 면 소재지 지산에서 알려진 숲 공원을 찾아갔다. 수령이 꽤 되는 활엽수들이 방풍림처럼 모여 자라는 데다. 빗돌에 한국전쟁 후 이곳에서 초여름 그네를 타는 행사를 가져오다 2000년대 초 인구가 줄어 중단되었다고 적혀 있었다.
숲 공원은 서촌마을 회관과 가깝고 곁으로 인곡천이 흘러갔다. 느티나무가 주종이고 회화나무와 포구나무도 섞여 자랐다. 점심때여서 근처 농촌센터 직원들이 식후 거닐다가 사무실로 들어갔다. 숲 그늘에서 한동안 머물다 인곡천을 따라 천변을 걸었다. 강수량이 제법 되는 비가 온 뒤라 의림사 계곡에서 맑은 냇물이 넉넉하게 흘러 진동만으로 향했다. 점심나절 하늘은 쾌청했다. 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