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58년 이어온 향수심의 보답인가?
2025년 12월 7일 일요일
음력 乙巳年 시월 열여드렛날
어제 아침까지만 해도 영하 10도의 매서운 추위,
온세상은 꽁꽁 얼어있었다. 그런데 단 하루사이에
날씨가 확 풀려버린 느낌이다. 절기상 스물한 번째,
큰 눈이 내린다는 뜻의 대설(大雪)인 오늘 아침은
눈 대신 바람이 상당히 불기는 하지만 춥지는 않다.
수은주가 영상 3도까지 쑤욱 올라갔다. 다행이다.
자주 입에 올리는 말이지만 날씨 변화는 그 누구도,
아무도 모르는 신기함이요, 오묘함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다. 겨울이 이렇게 따스하면 우리네 서민들은
좋기만 하니까 말이다.
어제는 주말, 하루종일 집바깥을 나가지도 않았다.
찾아보면 일이야 부지기수로 많은 것이 산골살이,
그러나 일부러 일을 만들어서 하고 싶지는 않았다.
딱히 해야하는 일도, 굳이 찾아서까지 해야만 하는
일도 없기는 하다. 아내가 어제 제설작업을 하느라
힘들었는지 몸살끼가 있는 것 같다면서 오전부터
자리에 누웠다. 걱정스러웠다. 여간해서 잘 아프지
않는 아내는 한번 몸살이 나면 된통 홍역을 치르기
때문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점심을 한번 준비하면
안되겠냐고 했다. 거절할 수 없는 부탁이었다.
난감했다. 뭘 준비할까 고민하는데 아내가 라면을
끓여서 먹자며 맛있게 준비해보라고 했다. 그런데
마음이 좀 그랬다. 이 나이 먹도록 뭐하나 음식을
스스로 만들 줄도 모르는 것이 부끄럽고 미안했다.
결국 라면을 끓였다. 그랬더니 지금껏 먹어본 라면
중에 가장 맛있다며 웃는 아내, 면목없고 미안했다.
45년 세월 아내가 해주는 음식을 넙죽넙죽 받아만
먹었으니...
30년 전이었던가? 광고회사 시절 어느 주말, 아내
친구들이 놀러온다고 했다. 그땐 아내가 상가에서
소일거리 삼아 일을 하던 때였다. 점심은 친구들과
집에서 먹자고 했다. 혼자 준비를 해보겠다고 했다.
냉장고, 창고, 온집안을 뒤져 아내의 요리 레시피와
요리책을 보며 오전내내 음식을 만들었다. 그 당시
뭘, 어떻게 만들었는지 기억이 없지만 있는 것 없는
것 다 동원하여 그득하게 한 상 차렸고 친구분들이
맛있게 잘 먹었다며 칭찬을 했었던 기억이 새롭다.
그런데 그 이후 음식을 만들어 본 기억이 없으니...
솜씨가 전혀 없는 건 아닌듯... 이제부터라도 다시
한번 도전을 해봐야 할까? 생각 좀 해보자!
어제 저녁무렵,
택배사의 문자가 울렸다. 택배 주문한 것이 없는데
하면서 봤더니 고향 선배님이다. 부랴부랴 아랫쪽
카페앞에 갔더니 스티로폼 상자 하나 놓여있었다.
집에 가져와 아내와 함께 열었더니 이게 무엇인가?
큼지막한 생선이 한가득이다. 물메기는 알겠는데
한가지는 돔인 듯 아닌 듯하여 선배 형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물었더니, 고향 남해말로 '감싱이'
라고 했다. 맞다. 감성돔, 고향에서는 '감싱이'라고
부르는 맛있는 생선이다. 아내는 이렇게 선배님의
신세를 져도 되는 것이냐며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생선이 정말 물이 좋고 싱싱했다. 이 산골에서 이런
생선, 물메기와 감성돔을 구하기는 쉽잖은 것이다.
그런데 고향 선배님께서 고향 맛 보라며 보내셨다.
형님은 자연 경관이 아름답고 인심 좋기로 소문난
남해의 최남단에 자리잡은 자그만 항구, 아름다운
미조항이 있는 미조마을에서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계시는 분이다. 오래전 오인태 시인님과 방송작가
엄미영 작가님의 도움으로 형님과 인연이 되었다.
사진 뿐만아니라 구수하게 글도 잘 쓰시는 정말로
멋진 분이시다. 아마도 고향을 떠난 58년 세월을
한시도 고향 남해를 잊지않고 향수심을 품에 안고
살고있는 촌부에겐 선배님의 글과 사진으로 많은
위안을 받았다. 그런데 이렇게 싱싱한 고향의 생선,
물메기와 감싱이(감성돔)를 선물로 받은 것은 분명
58년 이어온 향수심의 보답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선배님 아니 행님!
참말로 고맙십니다.^^
맛있게 잘 묵겠십니다.
P.S: 남해에 가시면 아름다운 미조항 구경도 하고
촌놈횟집에 한번 들리세요. 구수한 사투리의
멋진 경상도 상남자께서 맞이할 겁니다.
생선회 포장 문의는 055-867-4977로...
첫댓글
쾌유를 빕니다
늘 베풀며 사시는 촌부님
건강 관리 잘하시고,
오늘도 많이 웃으시며 행복한 하루되세요.^^*
근정님!
감사합니다.^^
아내는 많이 좋아졌습니다.
나름 열심히 살다보니
이렇게 좋은 선물도 받는군요.ㅎㅎ
휴일 즐겁게 지내세요.^^
잘 읽었네요 . 음식 할 줄 모른다 해도 저보다는 낫겠죠 . 건행하세요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