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작전권 간여-트레이드 구설수…
프로야구단에서 프런트와 코칭스태프 사이의 역할 분담은 어떻게 돼야 할까.
지난 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후 경영자인 사장과 현장 책임자인 감독 사이에는 은근한 긴장관계가 형성돼왔다.
성적이 좋을땐 "형님", "아우"처럼 가깝지만, 반대의 경우 사장이 감독의 작전권을 간섭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러나 사장과 감독은 지위에 따른 역할이 분명히 다르다.
사장은 선수단의 효율적인 구성과 관리, 지원 등으로 흑자구단과 성적향상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는 게 1차 임무다.
또 프로야구라는 특성상 지역사회와의 화합, 모기업의 이미지 제고 등 홍보 마케팅 분야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감독은 구단이 구성해준 선수로 최상의 성적을 내는 게 소임이다.
그런데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않는다고 사장이 감독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결과는 뻔하지 않을까.
지난 20일 기아가 1,2군 코치진을 대폭 맞바꾸는 수술을 했다.
요즘 기아 선수단의 분위기는 밝지는 않은듯 하다. 김익환 사장과 정재공 단장의 "우승을 해야만 한다"는 지나친 강조가 코칭스태프는 물론 선수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 탓이다.
여기에 김진우의 폭력가담 사건, 박재홍 등 주전들의 줄이은 부상, 선수 트레이드 시도 과정에서의 잡음 등이 얽힌 것도 원인이다. 또 잘못을 외부에서 찾는 책임회피도 분위기를 더욱 어둡게 한다.
김진우의 폭력가담 사건이 불거졌을때 정재공 단장은 "농구담당 기자들 같으면 기사화하지 않았을텐데, 야구기자들은 인정이 없다"는 식으로 책임을 외부로 돌리기도 했다.
김익환 사장은 이쯤해서 지난 2001년 6월 창단한 이후 기아가 광주 지역사회에 무엇을 기여했는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11월 기아 구단은 쾌적한 관람문화를 위해 광주구장의 개보수를 검토하다가 슬그머니 접었다. 광주시가 정비를 해야지, 기아가 돈 들일 필요가 없다는 논리였다.
기아 프런트는 감독의 작전권이나, 구설수에 오를 트레이드에 관여하기 보다는 구단에 대한 중장기적 비전을 제시하고, 광주시민과 호흡하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게 급선무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