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학교 경매 막자고 교사들에게 대출 강요
시교육청, A고에 채무관계 해소 요구
학생 수 1천 명이 넘는 부산의 한 평생교육시설학교가 개인 재산 분쟁에 휘말려 경매에 넘어갈 위기에 처하자 이를 모면하기 위해 교사들에게 보증을 서거나 대출까지 받게 한 사실이 드러났다.
부산 평생교육시설학교 A고
교사 7명에 연대 보증 세우고
5명에 2천만 원씩 대출 받아
학교 부지 경매 공탁금 마련
시교육청, 채무관계 해소 요구
11일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학교인 A고의 학교용지와 중·고 건물 4개 동 일체는 소유자의 전 부인에 대한 위자료 지급을 강제하기 위한 방법으로 법원의 강제경매에 넘어갔으며 6월 14일과 7월 16일 1, 2차 경매가 유찰됐다.
이에 이 학교 소유자인 박 모 교장은 오는 20일 3차 경매를 앞두고 강제경매를 막기 위한 공탁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이 학교 교사 12명에게 보증을 서게 하거나 개인 대출을 받게 하는 방법으로 2천만 원씩 총 2억 4천만 원을 마련하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교육청 조사 결과 이 학교 교감은 교장의 지시로 지난 4일 교사 12명에게 신분증과 인감을 지참케 해 학교로 긴급소집한 뒤 이들에게 학교가 처한 상황을 설명하고, 공탁금을 마련하기 위해 학교 금융거래기관을 통해 연대보증을 서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교사들은 이틀에 걸쳐 7명은 학교 금융거래기관의 대출 연대보증인으로, 5명은 개인별로 다른 은행에서 대출하는 방법으로 2천만 원씩을 마련했다.
박 교장이 이 돈을 보태 총 13억 원의 공탁금을 지난 6일 법원에 공탁해 경매 절차는 현재 정지됐다. 소유자가 공탁 후 관할법원에 집행정지신청을 하고 이것이 받아들여지면 경매는 취소된다.
박 교장은 "소유하고 있는 유치원 처분이 지연되면서 공탁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어, 교사들에게 사정을 설명한 뒤 이자부담 일체를 지기로 하고 한두 달만 명의를 빌리기로 한 것"이라며 "학교가 경매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어디까지나 자발적인 참여를 부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인소유 평생교육시설학교에 사실상 근로자 형태로 고용된 교사들에게 설립자이자 학교장의 제안은 사실상 강요로 받아들여졌을 가능성이 크다. 시교육청은 학교가 개입한 교직원 간 비정상적인 금융거래는 운영 정지 처분의 사유로 볼 수 있다고 알리고, 박 교장에게 오는 20일까지 2억 4천만 원에 대한 채무관계를 없애도록 요구했다.
중·고등학교 과정을 더해 1천186명(성인반 133명)의 학생이 다니는 학교에서 이와 같은 황당한 일이 가능했던 것은 이 학교가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정규 학교가 아니라 평생교육법에 따른 평생교육시설로 분류돼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부산 지역 7개 평생교육시설학교는 시교육청으로부터 교직원 인건비 일부 등을 지원 받으면서도 연 1회 회계감사 정도를 제외하면 사실상 교육행정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
부산시교육청 전영근 건강생활과장은 "평생교육시설학교에 법인 전환을 요구하는 등 관리감독을 강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개인소유 재산이라고 해도 학생들의 수업권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사유재산권 행사를 제한할 수 있는 관련 법령 보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