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기와 쇠의 기운이 부딪히니 용쟁호투가 따로 없구나 이런 날은 술로 화기를 식혀주어야 마땅하리 화를 태워 식은 재가 밑거름이 되어주고 일월성신이 세상을 비추이고 땅의 기운을 제대로 받은 목기들이 잎을 내고 꽃을 피울 게 아닌가 월화수목 스트레스를 풀러 술잔들이 날아다닌다 뾰족구두를 신은 긴 머리 아가씨들이 늘씬한 다리로 봉춤을 춘다 당신은 나의 친구 힘들 때 빛이 되어주는 친구 시청 앞 회전로터리를 돌아가며 해가 뜨고 달이 진다 해삼과 멍게를 담은 수족관 바다횟집에서는 싱싱한 해를 뜨는 어부들이 의자에 매달려 참이슬을 털고 있다 한잔 또 한잔 그래도 털게 남았던지 아랫도리를 내리고 벽에다 꼭지를 트는 그림자 지린내가 진동하는 바닥을 놀란 걸까 푸르죽죽 노란 민들레가 콘크리트 틈과 틈으로 피어오른다 회사에서 승진하려면 더러운 가면이 필요하지만 관계를 위해 선의의 거짓말도 필요하다지만 민들레는 다 필요 없단다 홀씨로 날아든 몸 내 걱정일랑 말고 너나 잘 살란다
불타는 금요일
지퍼를 올리고 바다횟집 쪽으로 걸어가며 나는 오늘 무엇을 했나 나는 오늘 무엇을 못했나 나는 오늘 나는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