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걷는 길 한쪽의 갈대숲. 그 자그마한 숲으로 작은 새들이 거리낌 없이 들락거린다. 갈대와 새가 서로를 내어주고 있다. 통통 살이 오른 그 새를 ‘갈대새’라 부르기로 했다. 새들이 갈댓잎에 앉아 바람과 시소를 즐기면 갈대는 좋다고 몸을 떤다. 그런 갈대를 보면서 새들은 더욱 힘차게 발을 구른다. 갈대새의 디딤에 있는 대로 몸을 휘는 갈대, 새들이 자리를 뜨면 언제 그랬냐는 듯 이내 매무새를 고친다. 갈대숲에 새가 든 것이라기보다는 심심한 갈대가 새들을 불러들여 무료함을 달래는 것 같다.
- 최연수, 짧은 산문 ‘스밈에 대하여’ 중에서 *********************************************************************************************************************** 어제는 아침 일찍 텃밭에 나가서 김장용 무를 뽑아왔습니다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져서 잘자란 무에 바람이 들까 봐 걱정이 되었거든요 점심 때 지인들과 맛집을 찾아가 맛있게 먹고 카드게임을 즐기다가 저녁까지 먹은 다음 귀가했습니다 살다보면 마음 한자리 내어주었다고 생각했지만, 새처럼 날아왔다가 어느덧 날아간 자리가 빈 둥지 같을 때가 더러 있습니다 영원하지도 않고 짧지도 않은 관계지만, 그렇다고 허무하거나 슬프기보다는 또 다른 관계 속에서 스미고 연결되는 게 사람관계인듯 합니다 두 주일 뒤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면서 어쩌면 꽤 오래 영주를 떠나있어야할 지 모른다고 생각했네요 김장을 마치면 막내 아들네 집에 가서 어린이집에 다니는 손녀들을 돌봐야 하거든요 인생 황혼기라도 가족관계를 어느 한쪽의 희생이 당연시되니 어쩐답니까? 입동날 아침 공기가 서늘한 게 아니라 차갑습니다 하룻길에는 차가운 공기가 스미지 않고 사람괸계 속속들이 따스함이 스미길 소망합니다^*^
첫댓글 따뜻한 선생님의 글 덕분에 오늘 하루, 속속들이 따스함이 스미는 날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