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동원(食藥同源)의 으뜸 주자, 9월에 진행되는 수많은 지역축제 중에 눈길을 끄는 것은 봉평의 메밀꽃축제이다. 애써 이효석의 표현을 빌지 않아도 들판을 가득 메운 메밀꽃을 보는 일은 먼저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하고, 눈이 즐거워지면 다음으로 마음이 편해지면서 여름내 열로 들떠 있던 마음마저도 차분히 가라앉게 되니 일석이조가 따로 없다.
더구나 메밀은 성질이 서늘한 음식재료이니 축제가 열리는 이 계절에 메밀꽃이나 메밀의 싹, 혹은 메밀로 만든 음식을 먹으면 여름내 몸 안에 쌓여 있다가 아직 채 식지 않은 여열을 식힐 수 있으니 더욱 좋다.
메밀은 중앙·동북아시아가 주산지로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며 생육기간이 짧아 구황작물로서 많이 이용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향약구급방>에 최초로 기재되었고, 조선시대부터 메밀국수가 매우 보편적으로 식용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메밀가루에는 단백질 함량이 12.1%로 높고 곡류에 부족한 라이신(lysine)과 트립토판(tryptophan)이 풍부하여 일반적인 곡류에 부족한 단백질에 대한 보족효과가 있다. 비타민 B군, 특히 B1·B2가 비교적 많이 함유되어 있으며, 모세혈관을 강화시키는 루틴(rutin)을 함유하여 고혈압 환자에게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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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밀 |
그러나 프롤라민(prolamin)이 적어 점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면을 만들기 위해서는 밀가루를 10~50% 첨가하거나 난백·마 등을 섞어 반죽해야 한다.
메밀의 줄기와 잎, 꽃 등에도 루틴(rutin)이 함유되어 있어 고혈압, 뇌출혈, 외상출혈 등에 응용하면 좋다. 아르기닌(arginine)과 티로신(tyrosine)이 풍부한 우유와 함께 조리하면 영양에 균형이 잡혀 아주 좋다. 메밀껍질도 찬 성질이 있어 베개의 속으로 쓰면 열을 잘 흡수해서 머리가 맑아지게 되므로 좋다.
메밀은 특히 태양인의 위장병에 좋다. 그러나 성질이 찬 재료이기 때문에 소음인이나 태음인의 경우 많은 양을 지속적으로 먹는 것은 좋지 않다.
당나라 때의 맹선이 쓴 <식료본초>에서도 “메밀은 냉물(冷物)로서 소화가 잘 안 된다”고 했으며, <의림찬요>에서도 “봄이 지난 이후에 메밀이 든 음식을 먹으면 냉기가 동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혈압이 높은 사람들이 메밀로 만든 국수를 한 그릇 먹고 혈압을 측정하면 먹기 전보다 현저히 혈압이 떨어지는 임상경험의 기록들이 있다. 하지만 병의 치료를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평소에 메밀로 만든 음식을 자주 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나 서늘한 성질을 보완하기 위해 성질이 따뜻한 채소나 매운 양념을 함께 넣고 조리하여 먹는 지혜가 필요하다.
메밀의 성질로 보나 선조들이 남긴 옛 문헌들 속의 기록으로 보나 메밀은 겨울에 차가워진 외기로 인해 쌓인 체내의 열을 식히기 위해 먹었던 겨울 음식으로 볼 수 있다.
세상이 많이 변해 계절을 가리지 않고 음식을 먹고는 있지만, 사람은 제철에 나오는 음식을 먹고 한 계절 한 계절을 보내면서 철이 들어가는 것이라는데 생각이 미친다면 메밀꽃이 필 무렵에 메밀꽃축제를 하면서 사람들에게 메밀을 많이 먹도록 권하는 것은 좀 생각해 볼 문제이기는 하다.
왜냐하면 건강한 밥상의 기본 생각은 자연의 일부인 사람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계절의 순환에 적응하는가에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연구원
첫댓글 감사합니다
메밀싹을보니하나뿐인 나의언니생각이납니다
금산에사시는데여름에가면요걸루반찬을해주셨어요
된장에조물조물 ~~~
언니보구싶습니다
낼은통화라도해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