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충격적인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직후 감산을 결정하며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관련주가 증권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인위적 감산은 없다’고 선을 그어오던 삼성전자마저 결국 백기를 든 만큼, 반도체 업황이 이제 바닥을 찍고 서서히 올라올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지난해 내내 부진했던 반도체 부품업체들도 업황 개선 속에 이제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전자 감산 발표 후 하나머티리얼즈 15%대↑
12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이날까지 반도체 소재주 하나머티리얼즈(166090)는 15.30% 상승하며 4만6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기간 코스닥의 상승률 2.89%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감산을 언급한 7일 하나머티리얼즈(166090)는 무려 16.67% 오른 바 있다.
이엔에프테크놀로지(102710)도 7일 이후 이날까지 10.19% 상승하며 2만1000원에서 2만3250원으로 뛰어올랐다. 반도체 부품주인 티에스이(131290) 역시 4거래일간 8.11% , 하나마이크론(067310)은 3.41% 상승했다. 반도체 장비주 유진테크(084370) 같은 기간 5.17% 오른 3만5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실적 발표를 통해 1분기 잠정 연결 매출액이 63조원, 영업이익은 6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에프앤가이드가 제시한 매출액(64조2012억원)과 영업이익(1조1억원)을 각각 1.87%, 40.00% 하회하는 ‘어닝쇼크’였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실적발표 이후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며 감산을 사실상 처음으로 인정했고, 반도체 업황에 대한 시각도 바뀌기 시작했다. 최도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역사상 최악의 메모리 업황을 경험 중이지만 삼성전자의 감산을 발표했다”면서 “이제 업황은 바닥 형성을 향한 변곡점을 지났다”고 설명했다.
이미 발 빠른 외국인은 7일 단 하루 만에 삼성전자를 8800억원 어치 사들였다. 소부장 업체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한 매수세가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2차전지주 열풍이 양극재나 음극재에서 소재업체, 재활용업체 등으로 온기가 전해졌듯 반도체 역시 반도체 소부장으로 서서히 매수세가 나타날 것이란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과도하게 축소했던 국내 반도체 관련 비중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2차전지 급등세 속 소외…가격 매력도
뿐만 아니라 조세특례제한법(K-CHIPS법)도 반도체 소부장 업체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달 30일 국회를 통과한 이 법안은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기업 설비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비율을 대·중견기업의 경우 현행 8%에서 15%,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각각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게다가 지난달부터 2차전지 기업들이 급등하면서 코스닥이 비싸질 대로 비싸진 점을 감안하면, 반도체 소부장주는 가격 매력도 가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하나머티리얼즈(166090)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1.8배다. 솔브레인(10.44배)이나 하나마이크론(12.62배), 유진테크 (17.12배)도 가격 매력이 있다는 평가다. 코스닥 평균 PER(19.50배)은 물론 최근 강세를 보인 2차전지주인 에코프로비엠(247540)(63.59배)이나 에코프로(086520)(27.12배), 엘앤에프(066970)(30.55배) 등에 비해 훨씬 저렴한 수준이다.
이건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뒤를 이어 시장 랠리를 이어갈, 또는 경착륙을 위해 2차전지 수급을 소화해줄 섹터로 IT, 특히 반도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후공정 외주(OSAT)나 비메모리, 반도체 검사장비 더블데이터레이트(DDR)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들에 주목해 볼 만 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