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정의 음악 정류장]
가수 임희숙의 특별한 공연
----가수 임희숙----
지난 25일과 26일 이틀 동안 임희숙의
특별한 공연이 용산아트홀 대극장에서
열렸다.
임희숙은 덕성여고 2학년에 재학 중이던
1966년에 임가령이라는 예명으로
‘외로운 산장’
을 발표하며 데뷔하였다.
그녀는 타고난 재능이 있거니와 평소
자신이 즐겨 듣던
아레사 프랭클린·샘 쿡·로베타 플랙의
노래처럼 풍부한 성량으로 진한 정서를
잘 표현한다.
‘노래 잘하는 가수’로 정평이 나 있는
그녀는 ‘한국의 티나 터너’,
‘솔(soul) 디바’ 등의 애칭으로 불렸는데,
이번 공연에서도 농도 짙은 솔 창법으로
대표곡인 ‘진정 난 몰랐네’,
‘내 하나의 사람은 가고’,
‘돌아와 줘’, ‘사랑의 굴레’ 등을 선보였다.
----내 하나의 사랑은 가고=임희숙----
그녀의 목소리에는 굴곡진 인생의
나이테가 겹겹이 쌓여 있는 듯하다.
결혼한 지 5개월여 만에 이혼하고 한때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였으며,
대마초 파동에 휩싸여 한동안 활동을
하지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역경들을 딛고서 1980년에
조동진이 작사하고 작곡한 ‘밤새’를
비롯하여 ‘잊어버린 노래’,
‘이 마음 아시나요’
등의 노래를 발표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MBC TV 프로그램 ‘주부가요열창’에서
1990년 100회 방송을 기념하며
‘최다 애창 가요와 애창 가수’를 조사한
적이 있다.
이에 따르면 임희숙은 패티김과 이미자에
이어 애창 가수 부문에서 최진희와 공동
3위에 올랐고, 그녀가 노래한
‘내 하나의 사람은 가고’
는 애창 가요 부문에서 ‘사랑은 생명의 꽃’
(패티김)에 이어 2위를 차지하였다.
노래 자체가 경연 대회에 어울리기도
하거니와 그녀의 인생 역정과 노래가
어우러져 빚어낸 울림이 오랫동안 대중,
특히 주부들의 공감을 얻은 결과라 할 수 있다.
----진정 난 몰랐네=임희숙----
그녀는 1980년에 오태석의 연극
‘1980년 5월’에 출연하며 배우로도
데뷔하였다.
이후 TV 드라마 ‘노다지’, ‘남자는 외로워’,
‘엄마는 못 말려’ 등에 출연했으며,
1995년에는 영화 ‘개 같은 날의 오후’에서
공주댁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 영화의 이민용 감독은 임희숙의
이부동생인데, 6·25 전쟁 때 아버지가
사망한 후 어머니가 재혼하여 얻은
두 아들 중 막내다.
700석이 넘는 공연장의 좌석이 모두 찼고,
총 4회 공연은 모두 매진이었다.
오랜 우정을 자랑하는 재즈 피아니스트
신관웅이 이끄는 빅밴드가 반주를 맡았고,
조영남과 최백호 등이 초대 가수로
함께하여 공연을 빛냈다.
미국에 사는 또 다른 동생도 공연장을
찾아 누나의 열정을 응원했다.
자신만의 독특한 빛깔을 지닌 채
무대에서 열창하는 그녀를 보며 힘들고
어려워도 버티면 언젠가 영광의 날이
온다는 걸 느꼈다.
음악으로 버틴 그녀의 삶에 박수를 보내며,
그 음악으로 우리를 위로해 준 그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장유정 단국대 자유교양대학 교수
[출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