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보문동 벚꽃길 Telepathic Drive · Unicorn Heads
님 찾아갔던 고국땅 이상우 - 천년의 고도 경주와 주변을 둘러보고서 -
4월 3일 오후 1시 30분 보스턴을 출발하여 그 이튿날 4월 4일 오후 4시 30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길고 긴 15시간의 비행시간에도 나는 그렇게 피곤함을 느끼지 못했으며 지치지도 않았다. 고국방문이란 흥분된 심리적 효과가 작용되고 있음도 한몫을 했으리라 본다.
인천국제공항은 깔끔한 시설과 설비를 갖추고 있었다. 친절하고 재빠른 입국심사는 대한민국의 위상이 서비스측면에서 이미 선진국 대열에 속해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대구에서 인천공항까지 먼 길을 마중 나온 처남 내외의 자동차를 타고 우리 일행은 대구로 향했다. 고속도로를 달려 용인휴게소에 잠시 들러 국밥 한 그릇으로 간단히 저녁식사를 마쳤다.
휴게소의 화장실은 정말로 깨끗했고 현대식 수세식으로 선진국을 능가하는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휴게소는 인터넷 서비스까지 가능한 WiFi 시설도 겸비되어 있었다. 무료 서비스를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미국의 현실은 한국으로부터 배워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었다. 미국의 시스템에 은근히 불만이 생겨났다. 미국 국민 개개인 소득의 30~40%를 공제하는 세금제도에 비해서 공공서비스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되었다.
4월 5일, 신라 천년의 고도인 경주로 향했다. 경주는 나의 선조를 모신 경주 양산재, 경주 6부 촌장을 모신 사당이 탑동에 있기 때문이다. 신라를 건국한 경주 5부 촌장의 위패를 모시기 위해 세워진 사당이 있다.
경주의 여섯 마을 6촌은 북천 북쪽 알천양산촌(경주 이 씨), 남천 북쪽 돌산고허촌(경주 최 씨), 월성 동쪽 취산 진지촌(경주 정 씨), 모량천 유역 무산대수촌(경주 손 씨), 북천 북쪽 백률사 부근 금산가리촌(경주 배 씨), 보문사 부근 명활산고야촌(경주 설 씨)을 말한다. 현재 대한민국 주요 성씨의 시조이기도 하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6촌은 유리왕 9년(32)에 6부로 개편되면서 이들 6촌에 성씨를 내렸다고 전해진다. 그 가운데 ‘알천 양산촌‘의 촌장이었던 그분이 바로 필자의 조상이며 경주가 씨의 시조로 족보에 기록되어 내려오고 있다.
6부 촌장들은 서기전 57년에(지금부터 2081년 전) 알천 언덕에 모여 알에서 탄생한 박혁거세를 신라의 첫 임금으로 추대하여 신라가 건국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천년의 고도를 자동차로 달리니 가는 곳마다 자동차 행렬은 정체현상을 빚고 있었다. 벚꽃이 만개한 가로수와 도로는 화사하고 평화로운 꽃길의 연속이었다.
경주의 구경도 식후경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 일행은 경주에서 맛있다는 식당을 찾았다. 식당 구내는 생각보다 무척 한산했다. 식당 주인의 얼굴에는 무엇인가 깊은 근심과 걱정이 꽉 차 침울해진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도 동유럽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었다.
화사한 벚꽃길에 가려져 겉으론 전혀 볼 수 없었던 천년고도 경주시의 뒤안길은 위축된 경기와 물가상승 및 일손부족 현상을 목격하고 돌아오는 필자의 발걸음이 한결 무겁게 느껴졌다.
그늘진 곳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희망찬 삶을 가로막는 요소는 과연 무엇이며 그들은 어떻게 소생할 수 있을까. 확충 정비된 도로망과 발달된 자동차문명은 대부분의 관광지가 하루생활권으로 변화되고 단일코스로 선택되고 있다는 현실을 필자는 직감할 수 있었다.
따라서 기존하던 호텔 및 숙박업의 생태계가 급격히 위축 소멸되어 가고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고 느꼈다. 자가용 자동차가 일반화되기 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현지에서 숙박하며 관광을 하기 일쑤였다. 따라서 호텔과 숙박 및 요식업이 필수적인 요구 사항이었다.
그렇지만 요즘은 시대가 변했으며 관광방법에도 변화의 물결이 불어닦치고 있었다. 앞으로는 현대 자동차문명에 걸맞게 드라이빙 스루 주문픽업(Driving Through Order Pickup) 시스템 개발이 절실하게 요구된다고 본다. 인구 소멸과 고령인구의 폭등으로 노동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어 인력수급에도 큰 차질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예를 들면, 커피와 간단히 자동차 내에서 취식할 수 있는 먹거리 식사패캐지가 특별하게 개발되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 미래의 산업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로버트를 이용한 기계화로 사업의 승부를 좌우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제한된 자동차 주차공간과 폭 좁은 도로도 문제이지만 사업자들의 입장이 아닌 일방적인 지방자치의 소극적인 행정력이 삶을 살아가는 서민들에게 그늘을 지우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되었다.
하필이면 왜 벚꽃이 만개하고 관광객이 몰려드는 대 낮시간에 경주보문단지와 주변에서 경주마라톤대회를 개최하는지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사이렌을 울려가며 도로를 가로막아 교통정체현상을 피할 수 없게 만들고 있었으니 얼마나 답답한 행정을 하고 있을까 싶었다. 차라리 오전 9시경에 마라톤대회를 개최했으면 교통혼잡과 정체현상을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되었다. 이처럼 행정담당자들은 언제나 사소한 일에도 서민의 입장에서 정책을 입안 실행한다면 얼마나 다행일까 싶었다. 인사가 만사라는 뜻을 직감했다.
꽃길만 바라보면서 시내관광을 했는데 그늘진 곳 서민들의 생활 속에 담긴 애환도 잠깐 엿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가는 곳마다 벚꽃이 만개한 천년고도 경주는 마치 일본인들이 남겨둔 문화유산을 꽃피우는 길거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을까.
벚꽃도 좋지만 가로수를 복숭아꽃 살구나무 꽃사과 배나무로 특성화하여 다양하게 심고 가꾸어 꽃 피우면 내고국은 더욱 아름답지 않을까 싶다. 미래의 고국땅 사월은 더욱 희망적이며 서민들의 얼굴에 벚꽃처럼 화사한 꽃웃음이 활짝 피어나길 바라며 이 글을 쓴다.
2024년 4월 5일 천년의 고도인 경주 벚꽃길에서 재미동포 보스턴 거주 이상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