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14. 11. 28. 목요일.
오전 중에 핸드폰에 '택배가 배달됩니다'는 문자가 떴다.
누가 나한테 선물했나?
고개를 갸우뚱했다.
곁에 있던 아내가 '혹시 국보문학에서 월간문학지 보냈다는 뜻일 것 같네요'라고 말했다.
가만히 생각하니 그럴 듯한 아내의 예측이다.
오후에 외출하지 않고는 집에서 머물다가 아파트 현관문을 열으니 택배상자가 보였다.
<한국국보문학 2024년 12월호(통권196호)>.
책 두께가 이번 호도 무척이나 두툼하다. 368쪽.
문학지에는 내 산문도 들어 있다.
'제비가 전세 사는 곳'
2001. 5. 5. 토요일 주말을 이용하여 시골집에 내려가서 쓴 일기이다.
그 당시 충남 보령시 웅천읍 구룡리 화망마을에서 내 어머니는 혼자서 사셨다.
아들이 하나뿐인 어머니는 차멀미, 도시멀미를 심하게 하시기에 차 타고 서울로 올라오시는 것을 매우 싫어하셨기에 혼자서 시골집에서만 사셨다. 때문에 내가 주말을 이용해서 자주 시골집에 다녀와야 했다.
어머니가 살던 시골집은 어머니가 다섯 살 때 보령군 남포면 월전리에서 이웃 면으로 이사온 바로 그 집이다.
이 집에서 컸고, 이 집에서 시집살이를 했고, 1957년에 개보수한 낡은 함석집에서만 평생 사시던 집이었다.
대문이 세 개. 그 가운데 중문 안에 들어서면 남북방향 앞뒤로 일꾼사랑방, 안사랑방이 함께 있었고, 각각의 아궁이가 있어서 가마솥에 군불을 땠다.
높은 천장 벽에는 여러 개의 제비집이 붙여 있었고, 그 중 하나에는 제비가 알을 까서 새끼 제비를 키우고 있기에 내가 글감으로 삼았다.
제비는 여름철새이다.
봄철에 와서 알을 낳아 새끼를 치고는 가을철에 떠나간다.
제비는 논 벼에서 벌레를 잡아서 먹기에 벼농사 짓는데 아주 소중한 새이다.
아쉽게도 제비는 새똥을 아무 데나 찍찍 갈기기에 집안팍으로는 설사똥 새똥이 흔히 보였다.
하지만 시골태생인 나는 동물과 식물을 좋아해서 제비가 물똥을 찍찍 갈겨도 별로 더럽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위 글에서는 새끼를 키우는 어버이 제비에게 내가 고마워 한다는 내용이다.
이 일기를 쓴 지는 벌써 23년 전.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은 2024년 11월 말이다.
나는 정년퇴직한 뒤에서야 시골로 내려가서 수십년 만에 모자가 함께 살기 시작했다.
몇 해 함께 살았으나 어머니가 만95살이 된 지 며칠 뒤인 2015. 2. 25. 돌아가셨다.
서낭당 앞산에 있는 아버지 무덤 한 자락을 파서 부부 합장해드리고는 나는그참 고향집을 떠났다.
* 당뇨병을 치료받아야 하는 내가 혼자서 시골에서 계속 살기가 뭐해서 처자식이 있는 서울로 되돌아왔다.
이제는 고향에 내려갈 일이 거의 없어서 시골집은 지금껏 빈 집이며 해마다 더욱 낡아간다. 집 주변 텃밭 세 자리에서는 잡목이나 더욱 무성하다.
나이가 자꾸만 많아질 수록 내 기억은 자꾸만 흐려져서 옛일을 잊어버린다.
이렇게 문학지에 글을 내면 그 기억은 오래토록 보관되며 전수된다.
많은 세월이 흘러도 책이 남아 있는 한 내 기억과 옛일도 그대로 보관된다.
때문에 내 산문일기를 이번에도 <월간 국보문학지>에 올려주신데 대해서 나는 고마워 한다.
"고맙습니다"
고개를 거듭 끄덕거리면서 문학지를 찬찬히 읽기 시작한다.
이번 문학지도 책 두께가 무척이나 두텁다.
그만큼 회원들이 열성적으로 문학-글을 책에 낸다는 뜻이다.
이번 호 국보문학를 찬찬히, 거듭 읽어야겠다. 끝.
2024. 11. 28.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