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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세계여행 후기 스크랩 베아슈베 백화점
동쪽하늘,Chang 추천 0 조회 115 10.09.29 22:04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어때어때? 신기하지? 신기하잖아

건물벽을 정원으로 꾸며논거 본 적 있냐고.

 

보여보여? 왼쪽 아래에 꽃.

 


말이지. 시청건물을 정면으로 바라본다면

왼편 길 건너에 BHV백화점이 있거든.

들어가서 샅샅이 뒤져 보지도 못하고

쓸데없는 구경만 하다가 나왔는데 말이야.

건너편 건물 벽에 초록이 무성한 거야.

촌시럽게 벼락박에다 뭐 저딴 조화를 붙여놨으까 했어.

야야야 잘봐봐 저거 진짜다?

그래? 음마나, 진짜네 진짜야 벽에다 정원을 만들었네.

저걸 어떻게 만들었지?

머리가 자꾸 옆으로 제쳐져 봤어?

생각해 봐, 건물 벽이 기울어져 있는 것도 아니고 멀쩡히 서 있는데

서 있는 건물 벽에 어떻게 정원을 만들 수 있냐고.

어때, 깜짝 놀랐지? 안 놀랐어?

꽃나무도 심어져 있고 온통 초록으로 벽 한 쪽이 가득 찬 건물

그런 건물 본적 없을 것 아냐. 없으면 좀 놀라지 그래 ㅎㅎㅎ


그래도 안 놀라겠다면 이건 어때?

놀라운 걸 발견했는데 누군가에게 알려주려면

뭐가 어디에 있다고 말해 줘야 하는 거잖아.

그런데 그 넘의 백화점 이름을 알아야지.

스펠을 불러주기도 그렇고 읽을 수가 없잖아 대체.

주변에 서 있던 어떤 젊은 오빠야한테 물었어.

저 건물 이름이 뭡니꺼?

저기 써 있잖아요?

그러게, 그걸 뭐라고 읽느냐고?

음, 내가 미국인이라 발음이 맞을지... 비아비..

찌랄또, 생각났다.

여기가 의류나 패션 소품은 물론이고

DIY제품이랑 인테리어 소품이 제일 많다더라.

아침에, 출장차 와서 관광하다가 지갑 잃어버려

빈 털털이 되었다는 어떤 아저씨한테 쥔아주머니가 일러주더라고.

‘베아슈베’라고 말이지.

들을 땐 몰랐지만 미쿡오빠야 때문에 아~ 쥔아줌니 말하던 거기구나 했어.

젊은 오빠야, ‘베아슈베’ 말해 봐라 베아슈베. ㅋㅋㅋ

내 무식이 하늘을 찌를래나 말더라 다행이.


이렇게 맘대로 돌아다니다 보니까 별난 것도 보고

역시 나는 내 맘대로 여행이 좋은 것 같아.

‘여행이 좋아’를 연발하는 동안 또 병이 도졌어.

짧은 시간동안, 망막에 핏줄이 터질 만큼이나

눈 속에 많은 걸 담으려고 애썼던 것이 얼마나 어리석었었는지,

내 몸을 잘 대접하지 않았으니 감정을 걸러내지 못하고

곁에 있어 삶의 위안이었던 친구를 불편해 하기까지 했었음에도

비행기티켓을 제대로 컨펌받고 나니까

파리에서 제대로 시간을 쓰지 못한 사흘이 너무 아까워지는 거야.

그러니까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하더라.

그럼 이제 가는 날 까지 며칠 남았지?

사흘 반 남았네.

시간을 어떻게 쓸까? 일단 내일은 오르쉐를 가자.

그리고 고흐의 지베르니와 모네의 오베르 쉬아즈를 가고 오랑주리도 가자.

아~ 어떡하지? 갈 데가 너무 많아.


저녁식사 전에 민박집으로 돌아와서는

파리에서 컨펌 받았다고 가족에게 보고하듯이 말하고

그리고 모두들 잘 되었다고 기뻐하고.

사람사귀는 일에, ‘까탈스럽다’고 말하려 했지만

나 그건 아닌 것 같아.

처음 보는 누구의 말도 잘 들어주고 대답하고 하는 걸 보면 말이지.

룸메이트들은 대부분, 어딘가 꼭 가야 할 곳을 지정해 둔 것 같지는 않더라.

다시는 오지 못 할 곳을 보는 것처럼,

한꺼번에 넘치게 보려던 나와는 급이 달랐어.

책 한 권 들고 뤽상부르 공원에 가서

종일 책 읽다 졸다 왔다는 혜선이도 그렇고

몽마르뜨에 가서 ‘에밀졸라’ ‘드가’등의 묘지에

꽃 한 송이 놓고 왔다는 은숙이도 그렇고

다른 사람과 인사를 나누는 일 별로 없이 혼자 조용히

쪼마난 이층침대에서 뭔가를 열심히 검색하다가

가장 늦게 돌아오는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그녀도 그렇고

자주 여행 다니면 우리도 아마 그렇게 되겠지.

아니, 나 자주 다니지 못할지라도 여유 가지고 느긋이 즐기고 싶어.

앞으로는, 아니아니 이제 이 순간부터라도 나는

느긋해 지고 싶었어. 내 급을 좀 업그레이드 해야지. 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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