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헤어 드라이어 미풍같은 봄 바람이 뺨을 간지려 줄 정도는 아니지만, 정색하듯 꽤 달라진 햇살이 느껴지는 이때... 추위 속 이를 갈며 그토록 기다리던 봄의 재림은 임박했다.
부드러운 재즈 넘버인 척 맨지오니의 Feels So Good도 좋고, 버스커버스커의 벚꽂 엔딩을 들어도 좋고...
뭐...귓가에 속삭이는 봄의 노래는 다양하지만, 듣기 좋은 노래만큼, 보기도 좋은 봄 사내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
겨울잠에서 깨어난 곰 처럼 눈을 껌뻑거리며 기온 변화를 감지한 당신. 일단 더우니,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패딩을 확.실.히. 내던진 남자.
봄. 남자에게 꼭 필요한 6가지 스타일 팁 [Vol. 1]
남자. 봄. 그리고,
이제 밖으로 나갈 때다. 허나 변화한 햇살 속 어찌해야 하는지... 남자 OS 기반. 스타일링 어플의 버퍼링에 남자 자신도 약간 당황스러울 수 있다. 허나, 그건 누구에게나 당연하다 말하고 싶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멋쟁이라도 달라진 계절의 스타일링에 시간은 필요하니까. 그러나, 딱 하나. 꼭 말하고 싶은 건 있다.
무턱대고 똑같이.
별 생각 없이 백화점 아무 매장 혹은 주말 아울렛 땡처리 매대에서 사진 말자. 그렇게 하고 나중에 또 수선집 가서 팔 줄이고, 팔 줄이니, 품은 그대로네? 하며
결국 정 떨어지고 구석에 쳐박아두진 말잔 얘기다.
'이제 그렇게 하진 말자!' 뭐, 지금까지 그렇게 반복해서, 스타일 좀 나아지셨습니까?
1. 지난 2년간 입지 않은 옷은 버리자.
네, 이건 필자의 진한 경험상 조언이다. 지난 2~3년간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은 버리자. 앞으로도 선택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에. 보기엔 그럴 듯, 또 계절은 돌아오고 기타 등등... 못 버리는 이들의 자기 합리화에도 불구, 결론적으로 필요 없을 확률이 높다. 안 입을거면 버리자, 짐만 된다.
2. 눈에 잘 띄는 곳에 3~4가지 타이를 걸어두자.
블레이저와 타이는 댄디가이의 기본. 드레시한 타이와 함께 벼룩시장에서 구입했을 법한 빈티지 타이, 면 소재의 타이도 캐주얼 셔츠와 함께 착용하면 첫 인상이 확 달라짐을 발견하게 된다.
일주일에 처음만나는 분이 아무리 적어도 한두 명쯤은 있을 거다. 남자에게 첫 인상은 정말 중요하다. 급히 스타일링을 해야 할 때, 그렇게 걸어두어서 쉽게 눈에 띄는 타이를 매봅시다. 하루의 출발이 달라지니까.
3. 자신에게 꼭 맞는 재킷 서너 벌은 구비해 놓자.
주로 밖에서 활동적인 일을 하거나 블레이저 재킷 대신 편안함을 이유로, 집업 혹은 야상 재킷류를 입는 남성들이 많지만, 그런 이유로 점수를 깎아 먹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오랜 동료나 여자 친구인지라, 뭐 새삼스레 잘 보일 필요 없다는 안일한 생각, 요즘 같은 관리의 시대에는 아니다. 가장 소중한 건 가까이 있다. 더 멋져보이자. 큰 힘 들이지 않고 가능하니까.
4. 구식 바지는 버리자.
'패션은 사람을 판단하는데 전혀 중요하지 않아!'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제외. 무턱대고 스키니핏 팬츠를 강요할 생각도 없고, 필자도 다 좋아하진 않는다.
다만, 이제 트렌드의 존재 자체는 인정할 때. 워크웨어와 아메리칸 빈티지 마니아인 필자도 구식 바지가 단순히 통 넓은 바지들을 통칭하는 의미는 아니지만, 이 글은 기본판, 심지어 Vol. 1 이다. 추후 소개될 다양한 스타일에 대해 더 심도 있는 얘기가 기다리고 있다.
5. 데님 셔츠를 잘 활용하라.
청남방이라 불리우는 데님셔츠. 이거 굉장히 쏠쏠한 매직 아이템이다. 야성미와 섹시함. 투박함과 편리함. 데님 (샴브레이) 셔츠의 고실한 느낌을 필자 개인적으로 참 사랑해 마지않는다.
남녀 모두에게 해당되는 얘기이다. 멋져보이기도 하고, 관리가 편해서이기도 하다. 웨스턴 타입 이건, 워크셔츠 타입 이건. 계절에 따라 두께 별로 갖고 있어도 될 법한 매직 아이템. 다소 포멀한 자리에도, 주말의 데이트에도. 매칭만 잘하면 매직 착장은 따 놓은 당상. 어두운 계열의 수트와 샴브레이 셔츠 + 니트 타이, 코튼 소재의 재킷에도 안성맞춤.
6. 스타일에 나이는 없다. 과감하게 도전하라.
작년 겨울, 거리에서 우연히 발견한 블랙코트에 그레이 수트. 거기에 헌터그린 페도라와 빨간 머플러로 마무리한, 한 백발 노 신사의 중후함과 위트를 필자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스타일에 나이는 없다. 주책도 없다.
이제 70을 바라보는 - 필자가 이번 시즌 뉴욕 캡슐 참가 시 만난 - 뉴욕의 파워 패셔니스타이자, 테일러 장인 Mr. Ignacio Quiles. 손으로 세심하게 깍아 만든 꽃 모양의 자개 부토니에를 선물 받고 아이처럼 기뻐하는 그의 웃음.
아직도 필자 눈에 선하다.
Jan. 24, 2015. New York, Mr. Ignacio Quiles / Sartorial Pairin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