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밥 한 그릇이 소반 위에 놓여 있다 소반이 적막하여서 무밥도 적막하여서 송송 채를 썬 흰 무의 무른 살에 스민 뜨거움도 적막하여서 무밥 옆에 댕그라니 놓인 양념간장 한 종지도 옛적에 젊은 외삼촌이 여자를 만난 것처럼 가난하게 적막하여서 들척지근하고 삼삼한 이 한 저녁을 나는 달그락달그락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 겨울엔 제주무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만지고 싶은 뽀얀 몸매에 반쯤 걸친 연두색은 접어 두더라도 배보다 깔끔한 단맛, 딱딱하지도 무르지도 않은 야문 식감에 어디에 저장되었던 걸까 스며 나오는 넉넉한 물기... 익을 수록 투명해지는,
제주무를 좀 굵게 채쳐 볶아 먹는 무우나물은 가장 순정한 반찬아닐까 먹고 있으면 어디 한군데가 투명해지는 것 같은...
첫댓글 파도 넣지않은 무나물.
아, 무나물엔 파 안넣는거군요 !!!
달그락달그락 사랑해야할 소박한 것들..
투명한 무처럼 자신의 속내를 모두 보여주는
착한 마음으로....
맞아요~! 무는 겉과 속이 같아요. 깎아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감자도,고구마도, 호박도, 가지도 겉과 속이 다른데 ... 착한 무우~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