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경로당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가희와 혜윤이.
할머님들이 입을 모아 “참 곱다” 하십니다.
아직 말도 서툰 민아의 “새(해)~뽁 마이 바드셰요”
월드스타 “비”가 부럽지 않습니다. 철암의 스타입니다.
“야(얘), 어데 사나?”
“몇 살이가?”
묻는 말에 더듬더듬 말을 하는 민아.
할머님들이 귀여워서 어쩔 줄을 몰라 하십니다.
세배 드리기 전에 시나리오 워크샵을 함께 했던 명호는
아직 어색한지 공수(拱手)한 손을 어디다 둬야할지를 몰라
당황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대학생 규현씨는 고등학생 같다는 말에 부끄러워 고개를 못듭니다.
“복 많이 받아라, 건강해라, 올 한해는 하는 일이 모두가 잘 되거라,
공부 열심히 해라, 부모님 말씀 잘 들어라,”
덕담하시는 도중, 새뱃돈은 준비하지 못했지만 뭐라도 먹여 보내고 싶다며
할머니 한분이 맛있는 토마토 쥬스을 저마다 받은 컵에 따라주십니다.
맛있게 쥬스를 마신 아이들은 다시 공손히 인사를 드리고 경로당 문을 나섭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아이들의 인사를 웃으며 화답하시는 할머님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아요. 와줘서 고마워요.”
연신 고개 숙여 인사하시는 할머님의 모습에 감동을 받은 선생님은 할머니 손을 따뜻이 잡으며 더 깊게 고개 숙여 인사합니다.
‘할머니, 감사합니다.’
♯문화연쇄점(형우네 할머니)
몸이 편찮으신 형우네 할머니.
세배 전에 아이들과 들렸을 때, 세배할 때도 없는데 무슨 세배냐며 괜찮다 하셨지요.
하지만 ‘자기 손자손녀들이 와서 인사하는데 받아야지’라며 좋아하셨지요.
혼자 사는 제가 걱정된다며 먹을 것은 제대로 먹고 다니는지, 반찬은 있는지, 어떻게 밥을 먹는지 물어봐주셨어요.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아이들과 함께 할머니를 찾아뵈었을 때, 환하게 웃으시며 아이들을 맞아주셨어요.
“날도 추운데 밖에서 절하게 해서 미안하다.”
“한복을 곱게 입고 왔네.”
밖에서 돗자리를 깔고 있는 우리를 위해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문화연쇄점 입구까지 나와 주셨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아이들의 함성이 남동가에 울려 퍼지자 할머니는 바쁜 걸음으로 가게 안으로 들어가셨어요.
새뱃돈 대신 아이들이 함께 나눠먹을 수 있는 과자와 덕담을 선물해주신 할머니, 감사합니다.
그뿐인가요? 요즘엔 어떻게 먹고 사냐고 물어보시고는 며느리가 먹다가 남기고 간 거라며 스파게티 한봉, 김치찌개 끊일 때, 같이 넣으라고 주신 두부, 모든 음식에 쓰일 재료라고 주신 파, 특별히 철암스타 민아만을 위한 과자 하나...
잘 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저만치 가는 아이들을 하염없이 보시며 고개를 떨구시는 할머니.
다가가 손을 잡아드렸습니다.
다른 지방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손자 형우가 생각나셨데요.
보고 싶다 하십니다. 그립다 하십니다. 고맙다. 잘가라 하십니다.
사람이 사는 마을, 살맛나는 철암.
♯안씨상회
도착하자마자 “우짜노” 하십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가희와 혜윤이에게 시선이 가나보다 했는데,
미나에게 시선이 고정된 홍종옥 할머님.
날이 추우니 들어와 새배하라 하시지만 공간이 적어 밖에 돗자리를 깔았습니다.
반짝반짝 빛이 나는 돗자리...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온냐, 니들도 새해 복 많이 받거라.”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들의 마음을 아셨는지 귤 한바가지를 주시며,
먹고 더 먹으라 하십니다.
아이들에게 귤이 하나씩 돌아가는지 물어보시고는 한바가지를 더 주십니다.
덕담도 듣고, 귤도 맛있게 다 먹은 아이들...
인사를 드리고 나가려는 찰나, 손짓하시며 저를 부르십니다.
정월 초하루 부럼이라며 땅콩 한 되 반을 봉지에 넣어주십니다.
할아버지께 뭔가 말씀하시더니 민아에게 줄 새뱃돈이라며 직접 전해주십니다.
감사합니다. 어른신.
♯삼방약국
일찍 도착한 아이들이 밖에서 기다리는 사이, 뭔가를 준비하시는 약사님.
손님도 계시고 자리도 좁아 밖에서 돗자리를 펴는 아이들.
왜 아이들이 안들어오냐고 제게 물어보시고는 밖에서 새배할 준비를 아이들을 보시고는 깜짝 놀라십니다.
내가 뭐라고 어린애들 밖에서 떨게 하냐며 얼른 들어와 목례만 하라 하십니다.
아이들이 들어오자 반갑게 맞아주시는 약사님.
“새해 복 많이 받거라.”
미리 준비해두신 초코파이와 캔디를 한봉지 가득 주십니다.
아이들의 밝은 웃음이 입가에 피어납니다. 약사님의 미소가 가득합니다.
감사합니다. 약사님.
반나절을 마을 어르신들께 새해인사 드리러 다닌 아이들.
여기저기서 받은 맛난 음식을 나누어 먹습니다.
배부르다며 제게 찾아온 아이하나가 큰소리로 외칩니다.
“선생님, 낼 또 가요. 가는 거 맞죠? ”
아이도, 어른도 신이 나는 철암마을.
오늘도 잘 누리고 잘 먹고 잘 돌아다녔습니다.
첫날새배.hwp
첫댓글 고맙습니다. 그런 이웃 어른, 이웃 할머니 할아버지 있으면 좋겠다.
어릴땐 윗마을 옆마을에 사는 친척, 아저씨, 아주머니께 세배하고 떡국도 먹고 했는데. 지금은 어디 사시는 지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