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와 KBS: 같지만 다른 방송
지난 시간 런던 시내에서는 현재의 3천파운드선에서 무려 9천파운드로 등록금을 3배로 올리겠다는 영국 정부의 방침에 반발하여 5만명이 넘는 영국 대학생이 가두 시위를 벌였다. 시위는 시종 평화롭게 이루어졌지만 일부 학생들이 보수당 당사의 유리문을 부수고 들어가 옥상을 한동안 점거하면서 과격해졌다.
그날 BBC는 학생들이 보수당 당사로 몰려들어가는 모습도 생생히 보여주었지만 평화로운 집회를 벌이는 모습도 균형 있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정부 관리와 경찰만이 아니라 시위에 참석한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생생히 전했다. 시위를 조직한 남학생은 일부 과격한 학생들이 막판에 폭력을 휘두르는 바람에 항의 집회의 대의를 망쳤다고 분통을 터뜨렸고 지도부에 속한 한 여학생은 경찰의 과격 진압이 학생들을 자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은 평화로운 시위가 막판에 폭력으로 끝난 것을 아쉬워했고 미안하게 여기면서도 경제 위기의 주범인 금융가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재도 못가하면서 다음 세대를 빚더미에 앉혀놓는 정부에 편향된 정책이야말로 자신들을 거리로 나서게 만든 주범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고 이런 학생들의 견해는 여과없이 그대로 BBC를 통해 방송되었다. BBC가 다양한 영국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려고 노력하는 공영방송임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방송의 공정성은 사회 갈등을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한다. 20세기 초 프랑스의 엘리 알레비라는 역사가는 영국에서 혁명이 일어나지 않은 원인은 영국 교회 특히 감리교 목사들이 사회 개혁에 헌신적으로 앞장섰기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그가 좀더 오래 살았더라면 BBC라는 공영방송의 존재도 영국의 사회 갈등을 줄이는 데 기여한 주역의 하나로 꼽았을 것이다. BBC는 약자의 목소리를 담아내려고 노력하며 앵커 중에도 인구 비례로 따졌을 때 유색인의 비율이 무척 높다. 적어도 형식적으로라도 유색인에게 소외감을 주지 않고 끌어들이려는 BBC의 의도가 엿보인다.
한국에서 비슷한 시위가 벌어졌다면 KBS는 학생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목소리만을 내보냈을 것이다.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 특히 약자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하는 공영방송은 존재 이유가 없다. KBS는 권력의 앵무새로 전락한 지 오래다. 얼마 전에 끝난 G20 정상회담 관련 방송을 KBS는 무려 3300분이나 내보냈다. G20이란 건 그저 경제 규모가 좀 크다는 나라들이 6개월마다 한 번씩 돌아가면서 여는 거시경제 정책 조율 회의에 불과하고 구속력도 없다. 그런데도 G20 회의의 경제 효과가 한국 1년 국내총생산의 절반에 육박하는 450조원이나 된다는 황당무계한 추정치를 대서특필하면서 KBS는 국민을 바보로 만들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한국의 G20 부풀리기’라는 기사에서 한국의 한 여학생이 애국가를 들으면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는 내용의 보도가 한국 방송에 나왔다면서 북한 방송인 줄 착각했다고 꼬집었다. 또 G20을 앞두고 외국인 기자들에게 한국의 전통 의상이다, 요리다, 관광이다 엇비슷한 행사에 얼마나 많이 끌려다녔는지 가난한 한국 납세자의 돈을 이런 식으로 탕진해도 되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비아냥거렸다. 터무니없는 자화자찬이 국격을 어디까지 떨어뜨릴 수 있는지를 이번 서울 G20은 보여주었고 그 선봉에 선 것이 KBS다.
BBC가 약자의 목소리도 실으면서 영국이라는 공동체를 지켜나가는 수호자의 역할을 한다면 KBS는 강자의 목소리만 보내면서 한국이라는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파괴자의 역할을 한다.
얼마 전 대구의 한 여학생은 학자금으로 대출받은 돈 700만원의 원금과 이자를 못 갚아서 고민하다가 목을 매 자살했다. 여학생은 자살하기 전날 몸이 아픈 엄마를 붙들고 미안하다면서 하염없이 울었다고 한다. G20을 치르는 데 서울시에서만 630억원을 썼다. 전체 예산은 국가 기밀이라며 쉬쉬하고 숨기지만 적어도 그 몇 배는 될 것이다. 그 돈 가운데 상당액은 외국인 기자만이 아니라 KBS 기자를 포함하여 한국 기자를 접대하는 데도 들어갔을 것이다. 1억원이 훨씬 넘는 연봉을 받는 KBS의 간부급 기자들은 700만원을 갚을 길이 없어 G20 개막을 이틀 앞두고 목숨을 끊은 가난한 21세 휴학생의 자살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KBS를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게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은 이제 부질없다. 야당들은 거창한 이념 싸움으로 시간을 허비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한국이라는 공동체를 망치는 암덩어리 KBS를 합법적으로 망하게 하고 새로운 공영방송을 세울 것인지를 지금부터 머리를 맞대고 궁리해야 한다. KBS에는 일부 양식 있는 기자들도 있지만 기술직과 관리직에는 공영방송을 수호하는 데는 눈꼽만큼도 관심이 없는 고임금 철밥통들이 수두룩하다. 지금의 KBS는 머리와 가슴은 없고 위장만 발달한 이런 철밥통들의 볼모가 되었다. 지금의 KBS가 망하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는 없다. 지금의 KBS를 죽이지 않으면 가난한 사람만 끝없이 죽어나간다. 한국은 세계에서 자살률이 제일 높은 나라다.
첫댓글 잘 읽고 갑니다..
KBS가 건너편에 있어 지나는 길에 들렀더니 외부로 전달 되어야 할 일들인데 그렇지 않은 일들이 많이 있더군요..
그들이 바뀌지 않는다면 바뀔수 밖에 없다는것을 알도록은 해주어야겠지요. 진실을 말하는것에 누구나가 나선다면 왕따는 그들이 되는건가요 우리는 남들보다 더 나은것을 바라는것이 아니지요. 있는그대로의 사실들을 말해달라는것 판단은 우리가 한다는것 정말 국익이라면 우리가 조율하고 정말 국민건강을 해치는것이라면 우리가 단합하여 추방할 수 있는 힘이 있는데 왜 우리에게 거짓을 말하는것에 분노한다는 것이지요. 결국 그들도 우리의 힘에 의하여 해택을 보는것이지 그들로인한 해택이 아니라는것을 알아야할것이다.
고약한 병이 만연한 사회에서 발병하지 않고 강하게 살아남았다고 건강한 신체라고 볼순 없습니다. 변화를 말하고 변했다고 주장하는 kbs는 과거의 땡전과 달라진게 전혀없지요. 그저 더 고약하게 잠복하고 숨어들었을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