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에 태어난 나는 평생 추웠습니다.
대한민국 현대사 비극은
나이 어린 여자 아이라고 비켜가지 않았습니다.
나는 철들자 바로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버지 얼굴을 모르고, 어머니는 나를 두고 가버려 할머니랑 둘이 살았습니다.
아버지는 대한민국 육군 소위로 전사하셨다지만 내겐 원망과 그리움의 대상이었고
어머니에 대한 증오와 그리움으로 내 평생을 살았습니다^^
어릴때 본 엘비스는 미국 아저씨인데도 그냥 좋았습니다
할머니랑 둘이 사니까, 혼자 놀고 혼자 공부하고 그랬습니다
아마 그래서 엘비스에게 푹 빠진게 아닐까 싶네요
내가 자람에 따라 엘비스는 아저씨, 오빠, 아버지, 애인으로 역할을바꿔가며
내 옆에 항상 있어주었습니다.
자연히 엘비스에 대한 자료^^조사를 하느라 영어 공부 엄청 했습니다.
인생 중반 참으로 힘들고 어려웠을 때
나는 엘비스를 <내 마음 속의 등불>로 삼고
두 아들과 함께 이를 악물고 주어진 인생 고비를 넘겼습니다.
엘비스의 인생, 그의 노래, 그의 모든 것은 나의 위로였지요, 돌아가시기 전 그의 아픔조차도.
엘비스가 없는 내 인생은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2016년 1월 투펠로, 멤피스 순례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뭔가 나를 감싸고 지켜주는 <따뜻한 기운의 흐름>을 감지했습니다
아! 한 평생 쓸쓸하고 외롭고 추웠던 기억뿐이었는데
이제 내 인생이 달라졌어요^^
단지 엘비스가 태어난 도시와 그가 살았던 도시를 찾아보고 왔을 뿐인데......
하버드대학 교수였던 시인 롱펠로우(Henry Longfellow)의 시 <화살과 노래>에서 처럼
- 어린 소년이 허공을 향해 화살을 쏘았으나
화살은 너무 빨리 날아가 소년은 화살을 쫓아갈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소년은 이번에 허공을 향해 노래를 불렀는데
노래는 어디로 갔는지 간 곳을 몰라 노래를 따라 갈 수 없었답니다
소년은 <화살과 노래>를 그만 잃어버렸습니다
아주 먼 훗날 소년은 어른이 되어 <화살과노래>를 찾았다는 동화같은 시 입니다.
늘 혼자라서 쓸쓸한 여자 아이는 허공을 향해 <화살>을 쏘아 올렸습니다.
좀 더 어른이 되었으나 여전히 외로운 여학생은 허공을 향해 <노래>를 불렀습니다.
65년간 나는 <화살>과 <노래>를 찾을 생각도 못했습니다.
발단은 2015년 7월 18일 토요일 아침에 있었습니다
장소는 막내 아들네 동네 카페
(시집온지 5년되는) 막내 며느리: 어머니, 가을에 적금 5백 타요
나: 그래. 3년간 육아 휴직이었는데도 살림 알뜰히 살았구나!
며느리: 어머니, 그 돈으로 <멤피스> 다녀 오세요
---- 그 순간, 하늘이 노랗고, 정신이 아득했어요 ----
며느리 휴직 끝나고 복직하는 막내네 가계 상황을 잘 알고 있으면서, 덥석~ 오냐~ 그럴 수 없어 옥신각신하다
미국에 있는 큰아들과 한국에 있는 작은 아들 두 형제 의논
내 나이 (우리 나이로) 예순 여섯 살에
할머니 혼자 백팩메고, 씩씩하게 아메리카 여행을 다녀왔지요
내겐 딸이 없는데 이로써 막내 며느리는 딸이 되었답니다.
<큰아들 가족 귀국하면 냉장고 사 줍니다. 2년 후, 작은 아들 가족과 하와이 여행 갑니다.>
이것이 나의 미래기억입니다. 아무리 부모 자식간이라도 <공짜>는 없어야 한다는 게 나의 경제론
참! 투펠로에서 나는 엘비스 생가 뒤, 아름드리 나무 아래서 <부러지지 않은 화살>을 찾았답니다^^
멤피스에서 나는 엘비스 저택 곳곳에서 <아름다운 노래>를 찾았답니다^^
이제 나는 엘비스로 인해 <따뜻한 기억>을 가지고 내 인생 2막 살아갈 것입니다.
나의 엘비스여!
내 인생에 님이 있어서 외롭지 않았습니다.
내 인생에 님을 사모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고맙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하늘이 주신 <은총>입니다.
- 위의 블루 하와이 포스터. 어린 초등학생이 보고 처음으로 반한 엘비스님입니다.
그냥 여행기를 쓸때는 밋밋했는데 발췌하여 카페에 올리니까
제 인생 그대로 녹아난 글이 되어 흡족하고 정말 카페의 귀한 게시판에 감사드립니다
글을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2016. 2. 23 화 graceand
참고문헌:
최인호, "나는 나를 기억한다.", 여백, 2015
장영희, "장영희의 영미시 산책." 비채, 2006
첫댓글 지난 목욜 새벽, 정신없이 원고 작업하다가 머리도 아프고 해서 써놓았던 글중에 엘비스 관련 글을 한 번 카페에 올려보자 시작했는데 새로운 아이디어가 막 생겨나 앞으로의 원고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 입니다. 날짜와 시간 등등 간략한 메모 뿐인 기행문 초고가 카페 게시판을 만나 생생해졌습니다. 지루하던 원고 작업이 재미있어졌습니다. 엘비스 관련 외의 항목도 더 세련되어질 것 같아 가슴 두근두근 합니다. 이게 다 <엘비스의 힘>아닐까요? 작업 끝나 좀 한가해지면 엘비스 관련 에피소드 가끔 올릴게요. 고맙습니다
그동안 올리신 글 잘 읽었습니다. 행복한 여행 하셨군요...축하드리고,,,또 부럽습니다.
저는 중1때 TV에서 엘비스 영화 3편보구 좋아하게되었어요...blue hawaii, fun in acapulco, girls,girls,girls...이렇게 세편입니다.
그후로 모든 자료 찾아보게되고 노래 모으고, 거기에 더해 올드팝에 푹 빠졌습니다.
지금도 올드팝에 빠져삽니다. 저는 이제 50줄에 들어섰는데 60이 되기전에 그레이스랜드에 꼭 가보고 싶네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큐어비스님, 고마워요. 엘비스 좋아하면 영어 공부는 거의 오토매틱^^으로 하게 됩니다. 저는 중학생때 영어 사전을 끼고 살았어요. 교과서 영어가 아니라 엘비스 자료-대구에 캠프 헨리가 있어 거기서 엘비스 매거진 나왔어요-그런데 비스는 힘을 뜻하는데 큐어는 무엇입니까? 분석은 저의 버릇^^ 엘비스 기념관 회장님은 멤피스 방문 불필요를 고수하시지만 이번 60대 할매 경험으론 한 번 가시는 게 (직접 보시는게) 좋다고 봅니다. 사실 저도 50여년을 미뤘지요. 겁시 나는거예요. 혹시 실망하면 내 인생 전부가 무너질 것 같은 하하핳! 완전 소심증. 직접 가서 둘러보니 그 분은 거기 계시더군요
@graceland kuerbis 독일어로 호박이란 뜻입니다. pumpkin은 너무 흔해서 큐어비스로 쓰고 있습니다. '호박'이란 말을 좋아합니다.^^
@큐어비스 이런 나의 무식. 독일어는 고교때. 대학때 교양과목 비슷하게 한 학기 들은 거 밖에 없어서^^이히 리베 디히는 알아요^^우리 독일어 쌤이 수업 첫 시간. 아이 러브 유를 독일어로 가르쳐 주마. 엘비스 이름은 헤브라이즘+ 헬레니즘 이랍니다. 엘은 유대민족의 하느님 EL 그리고 VIS는 라틴어로 힘(영어로는 FORCE) 스타워즈에 <포스가 함께 하기를>그러죠^^ 고마워요. 이름뜻 알게해 주셔서
그레이스랜드님의 일대기가 눈앞에 펼쳐진듯 감동입니다......
엘비스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꿈을 선사했는지 상상이 되는군요...........
행복하세요,,,,,,,,
러브미님, 땡큐. 님께서도 복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시길 빕니다. 고마워요
착한 며느님을 두셨군요.
부럽습니다^^
잉카님, 언제 명동(기념관)에서 쌍화차 한 잔 하실래요^^우리 막내며늘이 친정모친께서 안 계셔 시어미인 저한테 찰싹 붙어있어요. 저도 교사할 때 홀어머니, 할머니 양육 학생들을 봐와서~친정부친께서는 홀아버지로 딸 넷(우리 며늘 셋째)키우셨어요. 훌륭하신 어른이시지요
@graceland 네 연락주세요.
우와 ~ 감축드려요 ~
정말 좋으시겠어요 ~
부럽습니다 ~
비비안나님, 제 기억으로 우리 <그 여름, 뜨거운 여름 날, 엘비스 기일에 기념관에서 만났지요?> 아주 멋진 부인으로 기억하고 있는데~~~아닌가요? 죄송. 맞아요? 방가방가(요즘 이 말 잘 안 쓰지만)
ㅋㅋ 모임에 나간적은 없습니다 ~
가끔 눈팅만 하고 글을 남긴적은 거의 없는데 너무 부러운 소식이라 저도 모르게 댓글을 남기도 말았네요 ~
이런~ 죄송. 전도연 드라마 체코 뭐~ 한참 인기 있을 때 파주 기념관에서 만난 귀부인 닉이 비비안나? 아니었나 봐요^^
vivianna님, 고마워요. 늘 건강 챙기며 아름답게 살아요, 우리 모두!
너무 감동적인 후기에 눈물이 나네요,,,잘 봤습니다,,,,
마음에 따스한 물결이 출렁거립니다. 제가 엘비스를 사랑하는 만큼
사랑하시는 분이 계시니까요~
그레이스랜드님♡ 정말 오랫만입니다
감동의 글 읽으니 오래전 파주에서의 추억이 떠오르네요 서울 기념관이 생겼다니 더욱 반갑네요 우리 모두 한번 모여 엘비스를 추억하면서 만나 회포 풀었으면 좋겠네요
엔젤과는 지속적으로 만났지만 다른 분들은 정말 보고파요
복받으신 분입니다~~부럽습니다,
항상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