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는 항구다. 또 한 꽃 피는 유달산 자락 아래 옛 것들이 아직도 살아 공존하기에 60,70년대의 추억이 남겨진 우리들이 여행하기에 참 좋은 곳이다. 그곳에서 나는 질풍노도처럼 쉼 없이 빠르게 달리는 쾌속선에 몸을 실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터가 쾌속선이 멈추는 그곳에 있어서다. 갈매기 맴도는 머나먼 수평선 저 바다는 오케스트라의 힘찬 연주를 보는 듯 나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하고 오고 가는 수많은 사연들이 1004개의 섬이라서 천사의 고장이라 불리는 신안의 이름 모를 섬을 전설로 만들고 있다. 물결이 천 번 만 번 밀려와 문득 내 밑바닥 가슴까지 출렁거려 추억을 깨운다. 머나먼 육지가 그리운 흑산도 아가씨의 가슴이 검게 타 버린 그 가슴 시린 사연을 노래한 이미자의 흑산도 아가씨의 노랫말이 절로 흥얼거려진다. 세계 자연유산에 등록된 유일한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이라선지 바다 위 수많은 돌섬들이 각각의 자태를 자랑하고 유혹한다. 해무가 내려 깔린 허허바다에 조각배 하나가 분주하게 움직인다. 그 옆을 바리톤 같은 굵직한 뱃고동이 울음을 토하며 커다란 상선이 바다 위를 질주한다. 천혜의 비경이 바로 이런 것인가 싶다. 하나님만이 빚어낼 수 있는 신비함에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의 찬송가 한 구절이 내 마음속에 그려진다. 끊임없이 괴롭히는 해풍에 가녀린 몸 흔들리어 비틀어진 어린 해송은 절벽 끝에 매달린 그 생명력이 차라리 경이롭기까지 하다. 코로나로 답답했던 지난 몇 년간의 세월 속에 그 누구에게도 말 못 한 사연들의 속내와 감춰진 설움들을 짙은 잉크 빛 바닷속에 묻고 가기에 딱 좋은 곳이다. 그래서 난 고향이 좋다. 특별하게 잘 난 체 하지 않아도, 거짓으로 날 꾸미지 않아도, 객기를 부리지 않아도 산과 천과 초와 목이 다 나를 너무 잘 알기에~ 이 편함과 자유로움과 뿌듯함을 위해 지난 6월에 수국 축제날에 맞춰 고향에 다녀왔다. 수령 최소 50년에서 200년까지 살아온 팽나무 780그루가 서 있는 십리길은 더 이상의 설명이 무의미하고 그 밑으로 심긴 20여 종의 수국이 환상의 앙상블을 만든다. 나는 아마도 전국을 세세하게 서너 바퀴는 돌았던 것 같다. 그중 세 곳을 꼽으라면 주저 않고 도초도의 팽나무 십리길을 추천하고 싶다.
제 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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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토말이야기~
토말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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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27
22.10.25 07:13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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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햐!좋으네 요런 좋은 곳을 고향으로 뒀으니 어찌 멀리 가겠는가 딴 맘 먹고 달아 났더라도 오래 못 버티고 빠꾸 했을겨 ㅎㅎ 팽나무 십리길? 가보고 싶다 그곳도 촌장님 부락만큼 좋을까?
내가 4년째 겨울이되면 산불전문진화대라는 아주 특별한 일을 합니다.
올 해도 11월 1일부터 내년 5월까지 할 것 같습니다.
산불 예방도 하고 건강도 챙기고 수익 또한 시골살이에 큰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요즘 열심으로 글을 올립니다.
내용이야 허다하고 잡스런 것이지만 그래도 이래야
지난 13년 동안 몸 담아 온 삶방에 대한 도리라 생각하기에
눈치, 무거운 부담 다 내리고 있습니다.
간간히 글 올리겠지만 내년 5월까지는 소원해 질 것 같아서 입니다.
비금도 이웃 섬이 도초도 이네요
넘 이쁜 수국 길입니다
이곳 저곳 봄 꽃 축제 많아도 애향심에는
못 따라 갈 것 같습니다^^
도초도라
한번 가봐야 겠네요
목포 유달산 거쳐서
참 멋진 곳이네요
즐감 하고갑니다
멋진고향
백만번 자랑해도 손색이 없을듯 합니다
이쁜글 아름다운섬 이야기
토말촌장선배님 통해서 눈이 행복합니다 ^^
팽나무 십리길~대단하고 빛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