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데기를 아십니까 유충이 되려다 난전에 올려진 번데기들에게도 유통기한이 있다지요 나는 가끔 번데기를 술안주에 올립니다 젓가락으로 납작하게 성형을 한 번데기가 나비의 몸에서 육화 된 해바라기 씨앗같아요 둥근 해바라기 씨앗 말이죠 지난여름은 정말 무더웠습니다 그만큼 장마도 길었습니다 비를 맞으며 땅 속 깊숙이 설마 번데기가 자라고 있을 줄은 미처 생각을 못했더랬는데 더 기가막힌 점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잠만 잔다는 사실 잠만 자는 저 번데기가 나비가 된다는 사실 잠만 자다 인간의 먹잇감이 된다는 사실 어쩌면 해만 따라가며 몸을 비트는 해바라기의 일생 번데기에게 해바라기 씨앗을 파종하고 싶습니다 노란 해바라기 우로 번데기들이 날아다녀요 나는 가끔 편의점에 들러 번데기의 유통기한을 재고조사합니다 나비가 되려면 땅 속 깊숙히 침잠하는 씨앗 씨앗에다 물을 줍니다 잘 자라기를 가볍게 꾹꾹 눌러도 주고 일찍 개화를 시작한 꽃들을 따라 나비가 날개를 접어요 향긋한 꽃눈을 단 쥐똥나무에서 둥근 해바라기 씨앗이 피어납니다 종이컵 가득 번데기들이 깨어나 세상 바깥을 향해 날아오릅니다 진종일 아무 것도 먹지 않은 노란 단무지와 양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