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
1. 사건의 개요
청구인들은 부부로서 아들이 군 복무 중 사망하자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제1심에서 승소하여 가집행금을 수령하였는데, 상소심에서는 그 사망이 국가배상법상 순직에 해당하여 손해배상을 구할 수 없다는 이유로 패소하였다. 그 후 대한민국은 지급하였던 가집행금을 반환받고자 예산회계법 제98조 예산회계법 제98조 (시효중단의 효력)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국가가 행하는 납입의 고지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다.
에 따라 납입의 고지를 한 다음, 반환을 청구하여 제1심에서 승소하였으나, 항소심에서는 동 가집행금 반환채권은 사법상 원인으로 발생한 것인데 이미 5년의 시효로 소멸되었다며 패소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국가가 하는 납입의 고지에 의한 시효중단의 효력은 채권의 발생원인이 공법상의 것이든 사법상의 것이든 마찬가지로 인정된다며 항소심 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청구인들은 그 후 계속된 당해사건에서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국가가 행하는 납입의 고지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다.”고 한 예산회계법 제98조이 사법상의 원인에 기한 납입의 고지에도 종국적인 시효중단을 인정함으로써 민법 제174조에 의한 최고(납입고지)가 잠정적 시효중단 효력을 인정하는 것과는 달리, 국가에게 우월적 혜택을 준 것은 평등권과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위헌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 기각되자 이 사건 청구를 하였다.
2. 판단
이 사건의 쟁점은 국가의 채권이 공법적 원인에 기한 것이 아니라 사법적 원인에 기한 것에 있어서도 국가가 행하는 납입의 고지에 대하여 종국적인 시효중단의 효력을 인정하는 법률조항이 평등원칙에 반하는지 여부이다.
가. 평등원칙의 위배 여부
(1) 입법자가 소멸시효의 중단 문제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 하는 점은 상당한 정도로 입법재량이 허용된다.
(2) 예산회계법 제98조상의 국가채권에 대한 납입의 고지는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하는 것이므로, 절차와 형식이 명확하게 정하여져 있어 채무이행을 구하는 국가의 의사가 그 절차에서 명확히 드러나며, 이 점에서 민법상 사인 간에 행해지는 최고가 아무런 형식을 요하지 않는 점과 차이가 있고, 국가채권의 정당한 회수는 공공복리의 증진을 위한 사항이다. 만일 국가채권의 납부의 고지에서도 그 채권이 사법상 발생한 경우에는 납입의 고지를 한 후 민법 제174조에서와 마찬가지로 일정 기간(6개월) 내에 재판상의 청구나 가압류, 가처분 등을 행하여만 시효중단의 효력을 받을 수 있다면, 법령에 따라 적법절차에 의하여 명확하게 이루어지는 국가채권의 납입의 고지에 추가하여 불필요한 추가적 국가재정의 손실과 국가업무의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공법과 사법의 구분이 명확한 것은 아니고, 입법기술상 그러한 구분을 행하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국가채권의 납입의 고지의 특성과 국가채권의 회수에 관한 공익적 요청, 공법과 사법의 구분에 대한 입법기술상의 곤란성 등에 비추어 볼 때, 입법자가 비록 사법상의 원인에 기한 국가채권의 경우에도 납입의 고지에 있어 민법상의 최고의 경우보다 더 강한 시효중단 효력은 인정한 것은 합리적 이유가 있어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3) 종전에 헌법재판소는 국가의 사법적 작용 내지 국고행위에 있어서 일반 사인들보다 국가를 더 우대하는 제도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국가를 상대로 하는 재산권의 청구에서는 ‘가집행’ 선고를 할 수 없도록 한 구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6조 제1항 단서와, 잡종재산에 대하여 ‘취득시효’를 인정하지 않은 구 국유재산법 제5조 제2항을 위헌이라고 판단하였으나, 이 사건의 경우는 그 사건의 사안들과는 성격이 질적으로 다르고, 앞서 본 바와 같이 민사관계와 차별할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경우이므로, 종전 판시가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
나. 재산권 침해 여부
청구인들은 이 사건 조항에 의한 재산권 침해를 주장하나,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국가의 납입의 고지로 인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을 종국적으로 받지 않고 계속하여 소멸시효를 누릴 기대이익’은 헌법적으로 보호될만한 재산권적 성질의 것은 아니며 단순한 기대이익에 불과하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청구인의 재산권이 제한되거나 침해될 여지는 없다고 볼 것이다.
※ 재판관 윤영철, 권 성, 주선회의 반대의견
국가가 행하는 납입의 고지는 국고작용에 기인한 사법상 채권에 기하여 행하여지는 경우와 조세징수 등과 관련된 공법상 채권에 기하여 행하여지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조항은 전자의 경우에도 일반 사법(민법)상의 최고와는 달리 종국적인 시효중단의 효력을 부여하고 있는데, 이는 사법적 규율을 받아야 할 것에 대하여 그렇게 하지 않고, 일반 사법상 법률관계에 있어서보다 국가를 우대하는 것이다.
다수의견은, 국가가 하는 납입의 고지에는 형식적, 절차적 명확성이 있어 사인이 하는 최고의 경우와 다르다고 하나, 사인인 경우에도 내용증명에 의한 경우 등 형식적, 절차적 명확성이 인정되는 경우가 많이 있고, 국가가 행하는 납입의 고지도 구두로써 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형식적, 절차적 명확성만으로 양자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하기 어렵다.
국가가 재정권력작용의 일환으로서 조세채권과 같은 공법상 급부청구권을 확보하는 문제는 공익적 요청이 강하므로 국가의 납입의 고지에 종국적인 시효중단의 효력을 인정할 필요성이 있겠지만, 국고작용에 기인한 행위는 사법상의 행위이므로 이에 기한 사법상의 국가채권을 확보하기 위하여 국가의 납입고지에 대하여 더 강한 시효중단의 효력을 인정하여야 할 필연성은 없다 할 것이다.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재산권 또한 중요한 헌법적 가치를 구성한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사인보다 국가의 재산이 더 효율적으로 확보되는 것이 공공복리에 보다 더 기여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단지 국가의 재산이라는 이유만으로 국가가 사경제의 주체로서 관여한 경제활동의 결과까지도 더 강하게 보호하는 것이야말로 국가라는 이유만으로 국가를 우대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항이 공법상 채권이든 사법상 채권이든 그 종류를 묻지 않고 국가의 납입의 고지에 대하여 무조건 종국적 시효중단의 효력을 부여하고 있는 것은, 명백하게 국가를 일반 사인보다 더 우대하는 것이며 그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를 발견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 사건 조항은 ‘국가의 사법상 권리에 의한 납입의 고지를 포함하는 범위’에서 위헌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