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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복무 시절에도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녔는데, 또 최초로 여군 출신 예비군 지휘관이 됐다. 책임감이나 부담감이 크지 않나?
부담이 큰 만큼 보람과 긍지도 크다. 내가 처음으로 예비군지휘관의 길을 터 놓았기 때문에 올해 두 명의 여군 출신 후배가 예비군중대장 시험에 도전해 합격했다. 누군가 첫 발을 떼면 다른 이들이 용기를 얻게 된다. 그 첫발을 내가 내딛어서 후배들의 롤모델이 되고 멘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자긍심을 느낀다.
▲ 원래 꿈은 뭐였나?
군인도 되고 싶었고, 시인도 되고 싶었고, 대학 교수도 되고 싶었다. 욕심이 많았나?(웃음). 결과적으로 꿈은 다 이루었다. 28년간 명예롭게 군생활을 했고, 비록 교수는 아니지만 지금 대학에서 예비군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고, 시는 마음 내키는 대로 쓰고 있다.
▲ 현역을 관리하는 일과 예비역 자원을 관리하는 일 차이가 있나?
현역은 현존 전투력 향상에 중점을 두고 전투에 승리하는법 위주로 관리했다면, 대학생 예비군은 학업과 취업, 안보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결국 이들이 졸업후 사회에 진출해 경제 일선에서 활동할 대한민국의 미래다. 그런 면에서 학생예비군들은 아무래도 학습여건 보장에 중점을 두고 있다.
▲ 예비군 자원들에게 강조하는 말 있나?
학생 신분이기 때문에 공부가 우선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처한 안보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학업에 열중해서 취직하는 것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일이지만, 예비군 훈련은 유사시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므로 이것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특히 일반적인 예비군은 2박 3일간 동원훈련 또는 36시간 동미참 훈련을 받지만 대학생이란 이유로 국가에서 훈련시간을 8시간으로 배려해 주는 만큼, 이 시간만큼은 헛되이 보내지 말고 열심히 훈련에 임하면서 조국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라고 강조한다.
▲ 요즘 젊은이들의 안보관이나 국가관은 어떤가?
내가 보기엔 긍정적이다. 지난 8월초 북한군의 목함지뢰 사건 당시를 떠올려 보라. 현역병 일부는 전역을 연기하고, 예비역은 ‘불러만 주십시오’라는 글을 SNS에 올렸다. 아무 생각 없어 보여도 사실은 생각이 깊다.
나는 예비군 훈련간에 직접 안보교육을 한다. 현재 우리가 처한 안보상황과 세계의 안보정세, 그리고 우리나라의 역사적 사실들을 되짚어보며 예비군으로서의 역할을 생각해 보게 한다.
그리고 학생예비군들도 예비군 훈련에 대부분 성실하게 임한다. 금년도 학교 예비군훈련 대상자중 훈련실시 결과를 분석해서 총장님께 보고 드렸는데 99.6%가 훈련에 참석했고 0.4%는 어쩔 수 없는 사정에 의해 연도 이월하여 내년에 받게 된다.
▲ 통상 예비군훈련장이나 장비 등 훈련 여건이 열악하다는 불만이 있는데 이곳은 어떤가?
수원예비군훈련장은 동시에 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훈련장으로 훈련 여건이 아주 좋다. 육군본부에서 실시한 훈련장 점검에서 최우수 훈련장으로 선정될 정도다. 훈련 장비도 문제없다. 지난 봄에 중국발 황사가 심할 때 1회용 마스크까지 지급되었고 우천에도 훈련에 지장없다.
▲ 예비군 훈련 대상자 가운데 동원지정 및 훈련보류 대상자가 25%나 돼 대학생 훈련보류를 점진적으로 완전 해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 문제는 현실적으로 추가 검토가 필요한 사항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본다. 대학생들이 2박3일간 동원훈련에 응하려면 수업에 빠져야 한다. 일반 직장예비군은 업무 공백기를 이용해 훈련을 할 수가 있지만, 대학생들의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방학기간을 이용해 훈련을 하려면 대학생을 동원하는 소집부대가 훈련일정을 맞추어서 수용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고, 또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대학생이 원 소속의 소집부대에 응소하는 것도 문제다. 앞서 얘기했지만 대학생들의 학습여건을 보장해 주는 것도 한국의 미래를 위한 것이다. 대학생들의 예비군 훈련은 이런 측면에서 보장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예비군 훈련에 응하지 않으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되나?
3번의 기회가 있다. 기본훈련에 참가하지 않으면 1차, 2차의 보충훈련이 있는데 여기에도 응하지 않으면 향토예비군설치법에 의해 고발조치가 되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태료에 처해진다.
예비군 지휘관으로 부임이후 4월에 처음 훈련을 시작하는데 훈련 전날 과음을 하고 술이 덜깬 상태로 훈련에 응한 이들이 일부 있었는데, 훈련을 받으러 온 자세가 안됐다는 생각에 돌려 보냈다. 사전에 문자를 통내 훈련 전날 음주 금지, 복장 착용 등에 대한 주의사항을 분명히 알렸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음주를 한 것이다. 불만들이 제기됐지만 훈련에 사격도 포함돼 있는데 모두의 안전과 훈련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 그랬더니 후반기 훈련에서는 음주 입소자가 한 명도 없었다. 훈련과 관련하여 법규위반 문제는 훈련을 시키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의 인식전환이 중요하다고 본다.
▲ 어려웠던 점은?
현역시절 군대생활과 마찬가지로 최초라는 것은 어쩌면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것과 같이 감수해야 될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금년 1월에 보직되어 이곳에 왔을 때 경기대학교 예비군연대는 별도로 편성된 조직이 아니고 비상계획팀에서 예비군업무를 하고 있었고 또 나처럼 국방고시를 통해서 선발된 지휘관이 보직된 것이 아니고 이전에 규정이 변경되기 전 자격을 갖춘 사람을 예비군지휘관으로 선발할 수 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13년전에 학교 총장이 선발한 지휘관이 보직되어 관리하고 있었다.
지금은 예비군연대로 총장 부속기구로 편성하였으며, 예비군연대 홈페이지도 만들어서 예비군들이 쉽게 훈련관련 사항을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고, 또 예비군연대 참모조직도 보강하고 사무실에 갖추어야 할 상황판 등 근무환경과 체계를 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 예비군훈련 발전을 위해 제언하고 싶은게 있다면?
통일에 대비해 예비전력 관리기구를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군은 예비전력에 관해 관심이 저조한 실정이다. 통일이 되면 상비군이 축소될 수 밖에 없고, 부족한 전투력은 예비전력으로 보충해야 한다. 그래서 국방부 차원에서 ‘예비전력사령부’를 만들어 통일 준비를 해야 한다고 본다.
▲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인생 1막을 군인으로 살았고, 인생 2막은 예비군지휘관으로 보내고, 인생 3막은 봉사활동을 하면서 노년을 향기롭게 보내고 싶다.
내년 1월 4일부터 23일까지 PAS(태평양 아시아 협회) 청년봉사단원인 전국 대학생 26명을 이끌고 베트남으로 봉사활동을 간다. 봉사활동은 주로 한국어 교육, 보건위생, k-pop, 사물놀이 등 한국문화와 고아원방문 노력 봉사 등을 하게 되는데 교육부와 외교부가 후원한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저개발국이나 한국의 소외된 이웃들에게 내가 가진 것을 조금이나마 나누어 주면서, 누구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 온전한 ‘나’로 향기롭게 늙어가고 싶다.
향기로운 노후를 보내고 싶다는 말이 천상 여성인 이도이 경기대학교 직장예비군연대장. 그녀의 끝없는 도전이 늘 새로운 결실을 맺기를 응원한다.(k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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