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수박을 벌하지 않는 것은 내일의 똥파리에게 용기를 주는 일이다.”
며칠 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 문장을 해석하려면 ‘수박’과 ‘똥파리’의 뜻부터 알아야 합니다.
이 커뮤니티엔 주로 이재명 의원 지지자들이 모여 있는데요.
수박은 민주당에 있지만 속내는 보수인 배신자란 말입니다.
똥파리는 이재명을 거부하는 문재인 지지자를 뜻한다고 하네요.
어던 유명 정치인(?)은 대선 당시 “극문 똥파리 빼고는 (친문세력도) 다 뭉치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극문 똥파리’는 반명(반이재명) 극렬 문파란 뜻이었고요.
그러니까 저 커뮤니티 문장은 “당내 보수 배신자를 벌해야 장차 반명 문파의 준동을 막을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뮨파’란 말도 있습니다.
문재인의 ‘문’과 윤석열의 ‘윤’을 합친 뮨파는 윤석열 지지로 돌아선 문파를 일컫습니다.
대선 때 윤석열 지지선언을 했던 일부 그룹이 해당됩니다.
많이 알려진 ‘개딸’(개혁의 딸)은 이재명을 지지하는 2030 여성인데,
이들에게 동조하는 4050은 ‘개삼촌’ ‘개이모’로 불립니다.
환갑이 다 된 일부 의원은 스스로 ‘개중진’(개혁의 중진의원)이라 칭하며 발을 걸칩니다.
‘양아들’(양심의 아들)과 ‘희아’(희망의 아줌마)는 개딸과 생각이 같은 남성, 아줌마를 부르는 말이랍니다.
이런 용어를 숙지하지 않고서는 친야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제대로 읽을 수 없습니다.
뜻풀이 사전이 필요한 그들의 언어는 계속 확장하는 중인데, 실제 어떤 이가 어휘해설집을 올려놓았습니다.
‘밭을 갈다’(이재명을 지지토록 주위를 설득하다)
‘발치하다’(이를 뽑다. 즉 이재명을 뽑다)
‘아묻따’(아무것도 묻거나 따지지 않고 지지하다)
‘마삼중’(마이너스 삼선 중진. 국회의원 세 번 낙선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뜻함)
‘주학무’(주부·학생·무직. 이들이 대선서 2번을 많이 찍었다며 통칭하는 말)
‘부자연습생’(경제적 약자인데 2번에 투표한 사람)….
서술어는 ‘~잖아체’(“내가 책을 샀어” 대신 “내가 책을 샀잖아” 하는 어느 개딸 커뮤니티 화법)가 보편화됐습니다.
“어제 밭을 가는데 그 사람이 자꾸 마삼중 얘기를 꺼내잖아. 부자연습생이었어. 아묻따가 안 돼.”
이렇게 그 무리의 일원이 아니면 독해 불능인 그들만의 언어가 생겨났습니다.
수박, 똥파리, 뮨파, 개딸, 양아들, 희아, 주학무, 부자연습생….
이런 말은 어떤 집단을 지칭하는 이름이란 공통점을 가졌습니다.
이들은 작명에 무척 골몰하나 봅니다.
이름을 짓는 것은 구별하는 일이고, 구별은 선을 긋는 행위잖아요?
그 집단은 내 집단과 다르다, 이 집단은 우리와 비슷하다, 하면서 끊임없이 울타리를 쌓고 있는 겁니다.
그들이 붙이는 이름에는 선명한 가치판단이 담깁니다.
내 편에는 개혁 양심 희망, 내 편이 아니면 배신 변절 또는 세상 물정 모른다는 조롱.
그렇게 쌓아 올린 울타리 안에서 통용되는 그들만의 언어.
지나칠 정도로 배타적입니다.
정치 팬덤의 시작인 노사모는 노무현이 지향한 가치에 공감하는 이들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것이 문재인의 문파, 이재명의 개딸로 이어지면서 공감의 대상은 가치가 아닌 사람이 됐습니다.
문파와 개딸이 추구하는 가치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떠올리기 어렵습니다. 각각 추앙하는 사람이 다를 뿐이거든요.
그렇게 수많은 정치인들이 이렇게 변질된 팬덤을 자산으로 여겼고 지그도 휩쓸려가고 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양념”이라 했고, 모 의원은 “세계사적 의미가 있는 정치 행태”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들이 만들어낸 배타적 언어를 정치 무대에 가져다 썼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의 SNS에선 수박 같은 어휘부터 잖아체까지 거부감 없이 사용한 글이 자주 보입니다.
일상의 말은 생각을 규정합니다.
배척의 언어와 함께 우리 정치는 갈수록 노골적인 편 가르기가 돼 왔고 지금도 진행중입니다.
미국 정치의 양극화를 분석한 에즈라 클라인의 책 제목은 ‘우리는 왜 서로를 미워하는가’입니다.
거대 정당이 배타적 언어에 끌려다닌다면 한국 정치는 더욱 극단화하고,
그 판에서 우리는 서로를 더욱 미워하게 될 것이 뻔합니다.
하루 빨리 이상한 말 사용을 줄여야 합니다.
정치인들부터 사용하지 않도록 힘써야 할 것이고, 언론종사자도 이를 계속 지적해야 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
첫댓글 분명 지구별에 함께 살아가고 디지털이라는 공간에 몸을 실었지만
오늘 처음 들어 본 단어가 대부분입니다.
머릿속이 입력을 거부하는지?
두 번을 읽었지만 이해가 어려운 신조어들입니다.
시대가 만들어 낸 말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남용 되어서도 안되고 또 "이건 아니라고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