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 김원일의 '잠시 눕는 풀'에서 보는 공정 사회
민병식
김원일(1942~ )은 경남 김해 출생으로 1966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1961·알제리아'가 당선되고, 1967년 '현대문학'에 장편 '어둠의 축제'가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하였다. 6·25전쟁으로 인한 민족 분단의 비극을 주로 다룬 대표적인 '분단작가'로 잘 알려져있고 대표작 '어둠의 혼'은 당시 비평계의 엄청난 관심을 끌었다. 현대문학상, 한국소설문학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황순원문학상을 등을 수상한바 있다.
이 작품은 1970년 대 서울을 배경으로 산업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을 고발하고 있는 소설로 가진자에 의해 도시 빈민의 고통이 가중되는 부조리한 현실과 애처로운 삶을 묘사하면서 돈이면 다 된다는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시우는 백암리 라는 곳에 살다가 형 종우의 말을 듣고 서울로 상경한다. 서울에서도 힘겹게 살다가 대기업 사장 부인인 김 여사의 집에서 청소부일을 하게되고 운전면허를 취득해 김 여사의 자가용 운전사가 된다. 가족은 총 5식구이다. 이들은 판자촌에 살고 있으며 아주 가난한 가족이다. 반면, 기업 회장님 사모님인 김 여사는 재력으로 가지지 못하는 것이 없었고, 기분이 울적하거나 남편이 출장을 갔을 때 서울과 떨어진 곳으로 가 낯선 남자와의 밀회를 즐기는 부도덕한 삶을 즐겼다. 김 여사가 시우에게 지방으로 드라이브를 하자고 한다. 차 기름이 떨어져 주유소에 들렀을 때, 김 여사는 술에 취한 상태로 시우에게 운전대를 넘기라고 하고, 시우는 불안한 마음을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김 여사는 얼마 전 돈을 주고 운전 면허증을 따고 술이 취한 상태였지만 전 운전사가 입을 잘못 놀리고 말을 듣지 않아 바로 해고되었고 폭력까지 당했기 때문이다. 결국 김 여사는 어두운 시골길을 가다가 아낙네를 치여 사망하는 사고를 내고 그녀의 집사 역할을 하는 이 선생은 심각하게 다친 시우에게 누명을 씌운다. 이후 이 선생은 시우의 형 종우를 설득시켜 시우에게 모든 죄를 넘기는 대신 큰 액수의 돈을 주기로 하고 시우는 실형 (6개월)을 선고 받는다.
시우는 걸국 양심을 버리고 돈을 선택했다. 죄를 뒤집어 쓰고 감옥에 갔지만 그 돈으로 자기 가족들을 위해 가게를 차렸고 가족들의 생계를 유지하고 미래를 위해 가게로 번 돈으로 동생들 교육에 신경 쓰고 안락한 보금자리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시우는 잃어버린 것이 있다. 시우의 결정에는 형 종우의 가족을 위해 희생하라는 집요한 권유가 있었기에 자기는 희생자라는 피해의식을 가질 수있다. 또, 가족과의 트러블이 생겼을 때 억울한 감정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갈등과 불신이 조장되면 서로 믿고 의지한 따뜻한 가정은 더 이상 유지되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거다.
가진자와 못가진자의 대립 구도 아래 가진 자에게 짓눌린 못 가진자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과 돈이면 죄도 사고 팔리며 가족의 희생까지도 강요하는 산업화 사회의 암울하고 어두운 단면을 고발하고 있는 이 작품은 현대 사회에도 많은 교훈을 전달한다.
‘잠시 눕는 풀’에서 풀의 의미는 바람이 불면 몸을 낮추고 한없이 약하지만 다시 일어 설 수 있는 가난한 민중을 의미한다. 사람들이 풀을 밟고 가도 풀은 다시 일어나는 것처럼 가난한 사람, 돈 없는 사람, 권력이 없는 사람도 새로운 희망과 도전으로 포기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작품은 결국 못 가진 자도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는 공정의 세상을 희망하고 있다. 특히 가진 자가 특권을 계속 누리기 위해 온갖 편법과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세상을 비판하고 그것도 모자라 잘못한 것이 없다고 큰소리 치는 세상을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것, 공정과 정의를 바탕으로한 누구든지 꿈에 도전하고 이룰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고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