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상자 열리다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시샵]성훈]

판도라의 상자 열리다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필름 2.0 2004-06-16 21:00]

경찰 여경진(전지현)과 여고 물리 교사 명우(장혁)의 연애담과 운명적인 인연을 다룬 범아시아 프로젝트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시사 직후 '두 시간짜리 CF' '40억 원짜리 뮤직 비디오'라는 오명을 얻고 있다. 상품인 동시에 문화라는 상업 영화의 건강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면서 아시아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한국영화, 아직 멀리 있는 것일까? 해외 시장 진출 전략의 빛과 그늘, 영화의 내부 논리를 바라보는 비평적 시선을 통해 <여친소>를 근심한다.

“나도 이번 영화 찍으면서 엘라스틴으로 바꿨다.” 곽재용 감독의 씁쓸한 임기응변에 옆자리에 앉은 전지현도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5월 28일 홍콩 팔래스 IFC 시네마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이하 <여친소>)는 다음날 오전 한국 언론을 상대로 기자 회견을 열었다. 시사 결과가 그다지 좋지 않았던 탓에 영화에 대한 비판적인 질문이 이어졌고 급기야 지나친 PPL(Product Placement, 영화 속 제품 광고)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곽재용 감독은 “마케팅팀에선 더 나오게 하려 했고, 나는 적게 나오게 하려 했다. 하지만 영화는 제작비나 수익에 관련돼 있기 때문에 PPL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barbie7’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은 ‘<여친소> 어이없는 명장면 베스트 6’이라는 제목으로 6월 2일 한 영화 사이트에 영화평을 올렸다. 그가 꼽은 명장면은 첫 번째, 장혁은 밥을 먹는데 전지현은 뜬금없이 '비요뜨'를 꺾어서 맛있게 먹는다. 두 번째, 전지현이 자살하는데 아이보리색 풍선이 날아와 전지현을 구해준다. 풍선에는 아주 큰 글씨로 '엘라스틴'이라고 써 있다. 세 번째, 전지현의 경찰 동료가 근무 중에 차 안에서 또 뜬금없이 비요뜨를 먹는다. 네 번째, 전지현이 경찰 제복을 벗으면 '지오다노 81'이란 로고가 박힌 흰 티가 나온다. 다섯 번째, 전지현의 뜬금없는 도로 총격 신에서는 지오다노 가죽 점퍼 겨울 화보와 똑같은 옷차림의 점퍼가 나온다. 여섯 번째, 전지현이 근무 중인 골목에 '라네즈' 현수막이 아파트 1,2층 높이로 세워져 있다. 왜 라네즈? 전지현 이제 라네즈 색조 모델이다. 이상 요약한 글이다.

아시아권 최고의 한류 스타 전지현이 주연한 <여친소>는 애초부터 그녀의 상품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영화다. 전지현 신드롬의 결정적인 계기가 된 <엽기적인 그녀>의 ‘엽기녀’ 캐릭터를 한층 강화하면서 동급의 아시아 스타 장즈이와 장백지에게는 없는 세련되고 발랄한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목적을 두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여친소>는 이 두 가지 목적에 부합하지만 그 사이 ‘영화’는 사라지고 배우 전지현의 ‘연기’도 증발해 버렸다. 전지현은 한국영화의 미래형에 올라탄 것이 아니라 길게 늘린 CF와 두 시간짜리 뮤직 비디오에 출연한 셈이 됐다.

한국영화 국제화 프로젝트

한국 아이필름과 홍콩 에드코필름이 공동 제작한 <여친소>는 기획 단계부터 아시아 시장을 타깃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여친소> 홍콩 개봉 제목은 <야만사저 野蠻師姐>(야만스러운 여경찰). 지난 2002년 2월 <아적야만여우 我的野蠻女友>(나의 야만스러운 여자 친구)라는 제목으로 개봉해 홍콩 내 한국영화로는 최고 흥행 기록인 미화 2백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엽기적인 그녀>의 속편을 자처하는 제목이다. 홍콩에 한국영화 시장을 꾸준히 개척해온 에드코필름은 중국에서만 불법 VCD가 7천만 장 깔렸다는 <엽기적인 그녀>를 계기로 한국영화의 잠재력을 확인하게 된다. 2002년 12월 아이필름의 정훈탁 대표, 곽재용 감독, 에드코필름의 빌 콩 대표는 <여친소>와 관련한 첫 번째 만남에서 “한국 관객뿐 아니라 좀 더 많은 나라의 관객이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자”는 데 합의했다. 빌 콩 대표는 “좀 더 세계적인 공감대를 갖춘 한국영화를 제작하기에 곽재용 감독과 전지현은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전지현 주연, 곽재용 감독 연출에 <엽기적인 그녀>의 실질적인 속편 프로젝트. 공동 제작사인 에드코필름은 미화 350만 달러 제작비 전액을 투자한다. 에드코필름은 자체 투자 대신 미국 보험 회사 시네파이낸스에 영화가 정해진 기간 내에 완성되지 못하면 보험금으로 투자자에게 투자 원금을 보전하는 것을 골자로 한 완성 보험을 들고, LA에 있는 프랑스계 은행으로부터 제작비를 끌어왔다. <여친소>는 자본과 인력, 시스템에 있어 국제적인 필름 메이킹에 준해 만들어진 첫 번째 한국영화라는 데 의의가 있다.

에드코필름은 홍콩 최대의 제작, 배급사로 <와호장룡>과 <영웅>의 프로듀서 빌 콩이 대표로 있다. 그는 멀티플렉스 체인 브로드웨이시네마의 대표이기도 한데, 브로드웨이시네마 체인은 홍콩 전역 58개 극장, 200개 스크린 중 11개 극장, 47개 스크린을 가지고 있다. 6월 3일 한국 300개 스크린, 5일 홍콩 40개 스크린, 5일부터 베이징 및 중국 전역 100개 스크린에서 개봉하는 <여친소>는 곧이어 대만, 말레이시아, 타이 등에 개봉 스케줄이 잡혀 있고 일본에선 한국영화로는 최초로 올 크리스마스 시즌 400개 스크린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빌 콩 대표가 예상하는 <여친소>의 전세계 최종 스크린 수는 최소 800개, 최대 1000개다. 간격을 좁힌 순차 개봉과 직배 전략으로 대규모 수익을 올리려는 배급 전략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해외 배급 관계자는 “인접 국가 동시 개봉 전략을 택하고 있는 <여친소>의 배급 전략은 최다 배급 규모의 상징성뿐 아니라 불법 유통을 막고 컨텐츠의 상업성을 최대한 보전하려는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6월 3일 한국에서 공식 개봉한 <여친소>는 2일 전야제 관객까지 포함, 이틀간 전국 12만7천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홍콩에서는 <여친소> 때문에 <트로이>가 개봉일을 미뤘고 빌 콩 대표는 역대 홍콩 개봉 한국영화 중 최고의 수익을 올릴 것이라고 장담했다.

드라마를 살해하는 PPL

국제 자본과 대규모 배급을 아우르는 한국영화 해외 시장 진출 전략의 외형은 일단 야심찬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완성된 영화의 모든 것을 해명해 줄 수 있을까? 이례적으로 개봉 3일 전 한국 시사회를 연 <여친소>는 이날 시사회가 끝난 후 재편집에 들어갔다. 모니터 결과 극적 비약이 심하다고 지목된 두 신을 4일 통째로 잘라냈다. 총 상영 시간은 124분에서 110분으로 14분이 줄었다(국내 프린트만).

극적 비약을 완화시킨 재편집에도 불구하고 <여친소>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여전하다. 가장 문제시되는 부분은 두 가지다. 그중 하나가 노골적인 PPL이다. <여친소>에는 총 72개의 업체가 협찬했다. 이중 제작부나 소품팀 현물 협찬이 아니라 영화에 등장하는 마케팅 PPL과 의상 PPL은 20개 업체다. 엘라스틴, 지오다노, 라네즈, 비요뜨, 행텐뿐 아니라 홍콩과 중국에 진출해 있는 국내 핸드폰 업체 VK 모바일이 주요 장면에서 PPL 형식으로 자사 제품을 광고했다. 모두 전지현과 장혁이 CF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제품들이다. 이에 대한 거부감은 익히 알고 있는 광고 속 모델과 영화 PPL에서 해당 제품을 사용하는 배우가 동일인이라는 데에서 비롯된다. PPL 대행 업체 씨즈커뮤니케이션 김찬호 대리는 “할리우드영화에 비해 한국영화는 세련된 PPL 연출이 떨어진다. 게다가 CF에서 충실도가 높은 빅 모델이 영화에서 같은 제품을 PPL 하면 CF를 돈 주고 시간 쓰면서 억지로 봤다는 허탈감이 들 수 있다”고 말한다. 세련된 PPL이란 제품을 카메라 앞에 노출시키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 내적으로 동기화가 되는 것을 말한다. 노출 빈도가 잦음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PPL로 평가받는 <아이엠 샘>의 스타벅스 PPL은 드라마를 방해하기는커녕 스타벅스가 장애인 고용에 다소 차별적인 기업이라는 오해를 줄 수 있는 수준에까지 드라마에 부합한다. 물론 숀 펜은 스타벅스의 모델이 아니다.

반면 <여친소>는 거의 매순간 PPL이 드라마의 진행을 방해한다. 잠복 근무 중인 경진(전지현)의 동료 형사가 차 안에서 비요뜨를 먹는 장면은 관용할 수 있는 PPL의 수준을 넘어선다. 경찰이 꼭 라면이나 햄버거를 먹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제 막 출시된 토핑 요구르트를 핥아 먹는다는 것은 분명 어색하다. <여친소> 최악의 PPL은 명우(장혁)을 따라 죽음을 선택한 경진이 옥상에서 뛰어내릴 때다. 바람이 된 명우가 여자 친구를 살리기 위해 풍선을 보내 주는데 그 풍선에 엘라스틴 로고가 있다. 지상에서는 라네즈 이벤트가 열리는 중이다. 영화의 감정선이 가장 극대화되는 클라이맥스가 무분별한 PPL로 훼손됐다.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LG생활과학과 태평양, 그리고 VK모바일,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홍콩 토종 브랜드 지오다노, 토핑 요구르트 시장을 새롭게 개척하고 있는 서울우유 비요뜨 등은 <여친소>가 필요했을 것이다. 상업 영화에 있어 PPL은 효과적인 전략 중 하나다. 하지만 도를 넘어선 상업주의는 드라마 자체의 가치를 망가뜨리고 결과적으로 기형적인 영화를 만들게 된다는 사실을 <여친소>는 알아야 했다.

엽기녀를 가둔 뮤직 비디오

문제시되는 두 번째 부분은 이 영화가 '두 시간짜리 전지현 뮤직 비디오'로 완성됐다는 데에 있다. <여친소>는 영화 전체에 음악이 넘쳐 흐른다. ‘Knocking on Heaven’s Door’ ‘Woolly Bully’ ‘Stay’ ‘Tears’같이 귀에 익은 팝송들이 여러 가지 편곡으로 반복된다. 카메라도 멜로디 라인이 강한 이 음악들에 조우해 뮤직 비디오에서 자주 쓰이는 360도 달리 샷을 반복한다. 이 모든 것은 전지현을 '멋지게' 보이기 위한 스타 이미지 마케팅 전략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사건의 인과 관계는 미약해지고 신과 신은 음악이 쥐고 놓는 감정으로 편집된다. 스타의 이미지에 집중한 카메라는 영화의 본질적 요소인 캐릭터를 아예 폐기시켜 버린 것이다. 그냥 귀엽게 보여야 하는 신, 예쁘게 보여야 하는 신, 슬프게 보여야 하는 신이 있을 뿐이다. 곽재용 감독의 전작 <클래식>에서 지혜(손예진)는 비 오는 교정을 뛰어가며 벅찬 사랑의 감정을 연기했다. 자전거 탄 풍경이 부른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은 지나치게 감상적일지언정 도를 넘지 않아 드라마와 캐릭터를 해치지 않았다. 하지만 <여친소>의 뮤직 비디오 장면들은 과용일 뿐 아니라 전후 맥락에 맞지도 않다. 대표적인 장면이 카페에서 나온 경진과 명우가 칵테일 장식용 종이 우산을 들고 빗속에서 뛰노는 장면이다. 경쾌한 팝송 'Stay'에 맞춰 그들은 연애를 즐기지만 이 신은 앞뒤 연결 고리 없이 뜬금없이 삽입된 것이다. 또, 경진이 탈옥범의 탈주 차량을 광화문 한복판에서 총격하는 액션 신은 뜬끔없이 홍콩 액션 연출이 도입됐다. MC스나이퍼의 ‘BK러브’에 맞춰 촬영된 이 뮤직 비디오 신에서 분노와 슬픔과 회환을 전달해야 할 경진의 아픔은 증발해버린다. 이 장면에서 가장 김이 빠지는 컷은 화염을 뒤로하고 전지현이 긴머리를 뒤로 넘기는 모습이다. 캐릭터 경진은 사라지고 남는 것은 아름다운 생머리 스타 전지현이다. 튜브엔터테인먼트 해외팀의 박이범 팀장은 “<여친소>는 <엽기적인 그녀>가 발굴해낸 매력적인 캐릭터를 더 발전시키지 못하고 스스로 함몰시켰

다는 점이 가장 큰 아쉬움”이라고 말한다. 결국 <여친소>는 그 자신의 물적 토대가 된 <엽기적인 그녀>의 성공을 발전시키지 못하고 반칙 PPL과 터무니없는 스타 이미지 연출로 완성됐다. 스타 마케팅만이 아시아영화의 살 길이라고 외치듯 전지현을 상품화시키는 데 총력을 다한 <여친소>는 여러 가지 의미 있는 첫발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영화'로 평가할 수 없다. PPL과 스타 이미지 연출은 한국 제품의 아시아 시장 진출에 영화가 일조하고, 또 아시아 팬들의 기대에 부합하는 스타의 화려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온당할 수 있다. 하지만, 선을 넘어선 순간 그것은 문화 상품으로서의 영화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한다. 해외 시장 진출에 있어 결국 최대의 무기가 되는 것은 영화 그 자체의 힘이다. 거기서 감동도 나오고 쾌감도 나오고 한국영화의 해외 시장 점유율도 높아진다. 스타 이미지 연출과 PPL은 단기적 효과는 가져올 수 있을지언정 결코 장기적이고 바람직한 전략이라 볼 수 없다. <여친소>의 자가당착은 거기서 비롯된다. 이 영화는 최초의 야심 있는 기획 의도로부터 스스로 멀어져간 결과를 보이고 말았다.

<무사> <역도산> <무기의 그늘> 등 다수의 협작, 공동 제작, 공동 투자 등의 경험을 한 싸이더스 노종윤 이사는 “흥행 결과가 나오기 전에 성패를 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친소>처럼 스타가 먼저 나가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쉬리>처럼 컨텐츠로 스타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제3의 길이 있는가를 판단하기에 한국영화는 경우의 수 자체가 적다”고 결론을 유보했다. 시장의 요구에 맞춰 만들어진 영화를 시장의 반응에 앞서 평가하는 일은 부당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가정할 수 있는 최고의 성공과 최악의 실패 사이에서 <여친소>가 최선의 태도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느낌만은 분명하다.

지켜지지 않은 관객에 대한 예의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는 스타의 이미지를 팔아 돈을 벌겠다는 욕심을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운명의 버라이어티 쇼

<여친소>는 온갖 진부한 상투형으로 가득 찬 안이하고 속 보이는 기획 영화다. 이 영화의 배짱이 놀라울 뿐이다.

[최선그이상]

저도 여친소 봣는데요... 광고가 많기는 많네요... 한번 더 반성해야 할 것 같네요.. 그래도 저는 잼있게 봣습니다.! 지현누나 파팅!!

[오우내사랑]

-_-;; 슬퍼여 재밋게 보면 되지!! 다음 영화는 딴소리 않 듯게 잘만들어봐여..홧팅..지현누나 !!! 파이링..!!!!

[너만을항상]

광고가 심한 경우는 엘라스틴 이 나온 풍선때,, 그때는 정말 어이가 없더군요 그때 제외하고는 별로 인식하지 못하고 봤는데

[청순녀]

제가 광고가 좀 심하다고 느꼈던 부분이 출연자들이 비요뜨를 먹는 장면인데요~ 지현님이 한번 먹는것까진 좋은데 어떤 형사역을 맡으신 연기자분도 비요뜨를 드시더군여-_-;; 한번만 나와도 될것을 두번씩이나 나오더라구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