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 보고 여행도 하느라 3주만에 동검도채플에 왔다. 여전히 영혼의 고향처럼 편하고 좋다. 창밖으로 보이는 갯벌이 봄을 기다리는지 훨씬 더 부드러워졌다. 참나무와 아카시아나무들도 검게 메마르던 모습이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
이제 며칠이 지나면 봄이다. 겨울은 겨울 대로 좋지만 생명이 약동하는 봄이 기다려진다. 여덟살 손녀를 보면 봄과 같은 파릇파릇함과 씩씩한 생명력이 넘쳐난다.
봄이 되면 산에 있는 나무들이 가지 끝까지 물을 빨아올려 개울물이 반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그 생명의 물이 새싹과 나뭇잎과 꽃을 피게 한다.
나이가 들어도 마음은 늙지 않는다. 마음 속에 생명의 강물이 흘러 넘쳐 새싹처럼 파릇파릇하고 생기와 기쁨과 활력과 사랑이 솟아났으면 좋겠다.
쌍계사 벗나무들은 칩십살이 넘었어도 활짝 꽃을 피운다. 마음이 새로우면 육체적 나이는 아무 것도 아니다. 마음이 젊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이제 몇번의 봄을 더 맞이할른지 몰라도 이번 봄은 내 생애 최고의 축제의 날들로 보내고 싶다.
동검도채플 창가에 서있는 죽은 나무처럼 보이는 아카시아 나무들도 봄이 되면 꽃을 피워 그 향기를 사방에 날릴 것이다.
나라고 그렇게 못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마음은 푸르고 사랑하는 이웃들이 있고 무엇보다 나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한결 같이 나를 사랑해주시는 하느님이 계신데.
이 봄에는 실실 웃으며 노래도 흥얼거리고 걸을 때도 춤추듯 걸어야겠다. 하는 모든 일들을 기쁘게 하고 만나는 모든 이들을 꽃본듯이 반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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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한 생각
봄을 기다리며
홍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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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32
24.02.20 10:5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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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홍선생님 봄소식을 안고 돌아 오셨군요!!!
동검도채플의 아름다운 천사들이 무척 보고싶어 하든디... ㅎ^^
우주에 봄이 오는 행성이 몇개나 있을까요?
얼었던 땅에서 싹이 돋아 나고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 나는 봄을 생각하면 아내를 처음 봤을 때 처럼 마음이 설렘니다.
올 봄은 굳이 꽃을 심지 않고 싹 나는 대로(하늘이 주시는 대로) 즐겨 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