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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02
S#1. 자영 방 / 밤
1부 연결로.
자영 : 엄마 미쳤어?
자영모 : ...
자영 : 나 죽어도 안해! 절대로 못해!
S#2. 지하층 부엌 / 밤
퇴근해 들어오던 자영부, 이게 무슨 소린가 귀를 기울인다.
자영엄마, 방에서 나온다.
아빠 : 자영인 왜 저래?
엄마 : 아무것두 아녜요.
아빠 : 얘가 저렇게 소릴 지르는데 아무것도 아니긴... 무슨 일이야?
엄마 : 아무것도 아니라니까요.
아빠 : 내가 자영이한테 가서 직접 물어봐? (자영 방으로)
엄마 : (못가게 잡으며) 아니...아까 사모님이...
양복입은채 식탁에 앉아있는 아빠. 화가 나있다.
아빠 : 저 집 사모님도 너무한거 아냐? 대리시험이라니... 그거 걸리면 쇠고랑 차는거 아냐. ...그걸 쟤더러 하라구?
그랬다 잘못되면? 응? 그러다 발각이라도 되면?
엄마 : 좀 조용해요. 위에서 들리겠네.
아빠 : 남의 딸 인생 망칠려구 작정을 했나 사람들이... (자영 방을향해) 자영이, 너 그말 신경쓰지 마.
S#3. 자영 방 / 밤
결연한 표정으로 입을 꽉 다물고 앉아있는 자영.
화나서 소리치는 아빠목소리 들려온다.
아빠(E) : 니 공부나 열심히 해... 대리시험은 무슨 대리시험이야...
자영 : ...
S#4. 교실 / 아침
아침 조회중이다.
담임 : 알다시피 오늘부터 3일동안 특강이 있어요. 외부에서 실력있는 강사 선생님들을 모셔다 듣는 강의니만큼
졸지말고 눈 땡그랗 게뜨고 잘 들어야된다.
학생들 : 네...
담임 : 그리구 이거 딴 학교 친구들한텐 절대 말하지 말아요. 알았지?
학생들 : 네...
담임 : 강사선생님 들어오실때까지 조용히 자습하고 있어요. (나간다)
담인선생 나가자 아이들 웅성거리며 약간 소란스러워진다.
자영, 신희에게.
자영 : 잠깐 나 좀 볼래?
S#5. 학교 일각 / 낮
마주 서있는 두 사람.
자영 : 어제 우리엄마가 나한테 뭐라셨는줄 알아?
신희 : ...?
자영 : 니 대신 대학교 시험을 봐주라고 그러시더라.
신희 : ...
자영 : 2학기내내 답안지 베낀걸로도 부족하니? 막판엔 전과목을 다 보여줬쟎아.
신희 : 말 좀 가려서 해줄래? 듣기 거북하다.
자영 : 너, 너희 엄마한테 무슨 얘길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결론부터 말할께. 절대로 있을수 없는 얘기야.
신희 : ...
자영 : 난 정말 가을내내 사는게 지옥같았어...신희야, 제발... 이젠 날 좀 놓아줘.
신희 : ...1년 늦게 대학생되는게 그렇게도 싫어? 그만큼의 보답을 우리도 할꺼야.
자영 : 너, 돈으로 빽으로 모든 일이 다 되는줄 알고 있나본데 아니야. 이번엔 절대 아니야. (간다)
신희 : (자영 뒤에 대고) 너 참 의외로 머리 나쁘다...
자영 : (대꾸없이 걸어가고)
S#6. 교실 / 낮
영어특강 시간.
깐깐해 보이는 여선생, 영어책을 들고 한 문장을 읽는다.
강사 : 이런 유형의 독해문제가 벌써 3년에 걸쳐서 출제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출제확률이 아주 높죠.
이 다음 패러그래프도 역시같은 유형인데...이걸 누가 한번 해석해볼까... (영어 성적 리스트를 쭉 따라 내려가보며) 이신희!
영어성적이 아주 좋으네. 신희가 한번 해석해볼래요?
신희 : ...
강사 : 어서!
신희 : ...(마지못해 천천히 일어서며) 별로 하고 싶지 않은데요.
강사 : 학생은 수능시험날도 별로 하고 싶지 않아요, 이러면서 시험 안볼꺼야? 어서 읽고 해석 해봐요.
신희 : (마지못해 더듬거리며 문장을 읽는다. 그리곤 가만히 서있다)
강사 : ...뭐해, 해석해 보라니까.
신희 : ...잘... 모르겠는데요.
강사 : 잘 모르다니. 월말고사 92점, 중간고사 90점을 맞은 실력이면 이 정도는 충분히 해석이 될텐데...어딜 모르겠단거야?
신희 : ...
강사 : 누구 해볼 사람?
학생들 : (조용하고)
강사 : 이 반은 뭐가 이래... 이 문장 하나 해석할 사람이 없어?
학생들 : (다들 자영을 바라본다. 자영아 니가 해봐 웅성거리고)
강사 : 누구? 저 학생? 그래, 학생 이름이 뭐지?
자영 : ...이자영입니다.
신희 : (자영을 본다)
강사 : 이자영... (성적표에서 자영의 이름을 찾아 점수를 본다) 자영이도 신희만큼 성적이 좋군. 어디 해봐요.
자영 : (일어나서 독해한다)
강사 : 응, 그래 아주 잘했다. 이신희, 너는 어디서부터 해석이 안되는거야?
신희 : ...
강사 : 어디가 막히는지 말을 해야 내가 설명을 해주던가 하지. 응? 첫문장 THAT 이하부터 헷갈리는 거야?
신희 : (소리 꽥) 아 글쎄 하기 싫어요. 하기싫다는데 왜 이래요.
강사 : (깜짝 놀라고)
자영 : (신희의 슬픈 자존심을 보며)...
S#7. 교정 / 낮
(E) 챠임벨 소리
S#8. 교실 / 낮
강사, 수업을 정리하며.
강사 : 별로 유쾌한 수업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여러분 수고했어요. 이번 수능에서 모두 좋은 성적 거두길 바랍니다.
그리구 아까 그 학생... 이신희라 그랬던가...?
신희 : (강사를 보면)
강사 : 내가 오늘 하루 특강 온 외부강사라 학생을 특별히 교무실로 부르고 어쩌고하진 않겠지만 이건 하나 알아둬.
학생, 영어성적이야 참 좋은데... 거야 컨닝을 했건 뭘했건 어떻게해서 얻었겠지.
신희 : (속 눈썹에 경련이 파르르 일고)
강사 : (맵게 톡 쏘는) 아까 그것도 하나 해석 못할 실력이면 지방에 있는 전문대도 어려워. 알았어?
신희 : ...
S#9. 신희 방 / 낮
방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와 쾅 닫는다.
가방을 방바닥에 메치는 신희. 식식거리며 서있다.
신희, 분이 받쳐 침대위의 베개를 집어던진다.
신희모, 들어온다.
신희모 : 너 왜 그러니?
신희 : ...
신희모 : 학교에서 무슨일 있었어?
신희 : 자영이 엄마가 뭐래?
신희모 : ...자영이가... 안하겠다구 그런대.
신희 : 그럼 좀 더 꼬셔 봐. 아파트를 한채 사주겠다던지 미끼를 좀 던져보란말야. 햇빛도 안드는 두더지 굴에 사는데
아파트 하나 주겠다면 혹할꺼 아냐.
신희모 : 아파트를 줘? 얘, 그러느니 차라리 어디다 강당 하나 지어주고 들어가는걸 알아보는게 낫겠다.
나두 더 이상 부탁하기 싫어.
신희 : (신경질) 거지같은 대학이나 그렇게 가지, 서울에 웬만한 대학을 그렇게 들어갈 수 있어?
(침대에 팍 엎어져 이불 확 뒤집어 쓰고)
신희모 : ...
S#10. 자영 방 / 낮
공부하는 자영.
외출복 입고 있는 엄마 들어온다.
엄마 : 너 오늘 일요일인데 시간 있지?
자영 : ??
S#11. 아파트 모델 하우스 / 낮
38평형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둘러보고 있는 엄마와 자영.
깔끔하고 예쁘게 꾸며진 구석구석을 보고 돌아다니며 가슴벅차 하는 엄마.
엄마 : 얘...우리한테 주시겠다는 아파트가 바로 이거야. 지금 분당에새로 지은거. 너무 이쁘지 않니?
방도 어쩜 다 이렇게 넓찍넓찍하니...
자영 : ...
엄마, 자영을 끌고 햇살이 환하게 들어오는 방에 와서 선다.
엄마 : 이건 니 방으로 하면 좋겠다... 자영아... 너두 이제 햇빛 좀 환하게 드는 집에서 살고 싶지 않니?
자영, 방을 둘러본다.
환한 햇살이 들어와 방을 비추는 창... 멍하니 서있다.
S#12. 모델하우스 앞 / 밤
아파트 홍보 카탈로그를 받아들고 나오는 자영과 엄마.
두 사람, 걸어나온다. 자영모, 계속 뒤를 돌아보며 걷는다.
엄마 : 너무 좋다... 그치?
자영 : ...엄마...
엄마 : 응?
자영 : 나도 저렇게 햇빛드는 밝은 집에서 살고 싶어.
엄마 : (얼굴 환해지며) ...그렇지?
자영 : 남의 집 셋방, 곰팡내 나는 지하실 방에서 사는거 나도 이젠 정말 싫어.
엄마 : 그래, 그래...
자영 : 엄마! 그런데 난 내 힘으로 하고 싶어요. 좋은 대학가서 열심히 공부하고 졸업해서 일하고 돈벌어서
내 힘으로 그런 집을 사고 싶어... 엄마... 그때까지 조금만 기다려주면 안돼?
엄마 : ...
S#13. 지하 마루 / 밤
거칠게 설겆이하는 자영모. 자영방을 향해서 군시렁거리며 그릇을 닦는다.
엄마 : ...얘, 서른 여덟평짜리 아파트가 생기는데 나같으면 한해 그냥 눈 딱감고 재수하겠다.
이 곰팡내나는 지하실을 벗어나 수 있다는데 1년 고생이 문제야?
S#14. 자영 방 / 밤
들려오는 엄마의 잔소리를 무시한채 열심히 문제집풀고 해답과 맞춰보고 있는 자영.
엄마(E) : 평생 대학가지 말라는것두 아니구 한해 늦게 대학생이 되면 아파트가 생긴다는데 왜 그걸 계산못해. 머리두 좋은애가.
자영 : (짜증난다. 못들은체 일부러 책장 넘기는 소리만 요란하게 내며 책을 뒤지고)
(E) : 전화벨
엄마(E) : (신경질적으로 전화받는) 여보세요...그런데요... (놀라) 네? 경찰서요?
자영 : (뭔가 싶어) ??
S#15. 경찰서 / 밤
엄마 뛰어들어온다.
영철과 과장, 조서를 꾸미는 형사앞에 앉아있다.
손에 붕대를 감고 눈에 피멍이 든 과장, 앉아서 열이 식지 않은듯 식식대고.
자영모 : 아이구... 영철아...이게 무슨일이냐...
영철 : 아무일도 아녜요.
과장 : 아무일도 아니긴. 너 이번엔 어림없다. 죽어도 합의 안해줄테니까 그렇게 알어.
영철 : 관둬요 관둬. 당신같이 몰인정한 사람이랑은 나도 상종하기 싫어.
과장 : 그래 어디 너 콩밥 한번 실컷 먹어봐라. 아이구... 옆구리야...
엄마 : (어쩔줄을 모르고)
S#16. 지하층 거실 / 밤
자영, 냉장고에서 물통을 꺼내 물을 따르고 있고 식탁에 자영부모 앉아있다.
자영아버지, 화나서 펄펄뛴다.
자영부 : 아 그자식은 도대체 하루가 멀다하고 왜 그 모냥이야.
자영모 : 저기...이번에도 이의원님한테 좀 부탁해보면...
자영부 : 그것도 한두번이지. 벌써 몇번째야 이게. 난 못해. 더는내 챙피해서 할 수가 없어. 구속되라 그래 그놈의 자식.
자영 : ...
S#17. 1층 거실 / 낮
신희엄마 앞에 죄인처럼 기죽어 앉아서 우는 소리를 하는 자영엄마.
자영모 : 우리 영철이가요 사모님... 또 문제를 일으켜서요... 그런데 이번엔 문제가 좀 커져서 지금 유치장에 있어요.
영철이를 곱게 안 본 회사과장이 합의도 안해주고 아예 콩밥을 먹일려 구 그러나봐요. 그래서 이의원님한테 좀...
신희모 : (튕기는) 글쎄...좀 힘들겠네... 그렇게 경찰까지 넘어간걸 함부로 아는체 했다간 우리 집 양반한테도 흠이 될수있거든요.
굳이하자면 우리집 양반모르게 내가 아는 검사사모님을 통해서 해야되는데 ...자신없네요...
자영모 : (우는 상으로 절절매는) ...아후... 어떡허나...사모님...좀 도와주세요...
신희모 : 글쎄 나두 그러구야 싶지만 어디...
S#18. 택시 회사 사무실 / 낮
엄마, 얼굴에 피멍기가 있는 과장에게 사정조로 매달린다.
엄마 : 과장님... 저희 집안이 없이 살긴해도 지금까지 이혼한 사람없고 감옥간 사람없고...적어도 호적에 빨간줄 가는 일은 없이
살아왔습니다... 과장님...좀 봐주시면 안되겠습니까?
과장 : 벌써 이게 몇번짼지도 몰라요. 툭하면 손님하고 시비붙고 뭐하면 직장에서 상사한테 대들고...
지금까진 운좋게 그냥 저냥 넘어갔나본데 이번엔 어림없어요.
엄마 : (가방에서 흰 봉투를 하나 꺼내서 두손으로 내밀며) 과장님...어려운 형편에 힘들게 한장 만들어 왔습니다.
제발 이걸루 마음좀 돌려주세요... 백만원이면 보약도 좋은걸로 한재 쓰실수 있구요...
과장 : (봉투를 바닥에 집어내던지며) 관둬요 글쎄. 겨우 백만원들고 와선 무슨 합의를 봐요.
내 천만원 할애비를 들고와도 어림없어요, 글쎄. 절대 루 합의 안할테니 각오나 단단히 하슈.
엄마 : 남의 집 장남을 꼭 그렇게 전과자로 만드셔야겠어요? 과장님 제발...
과장 : (외면하고 앉아있다)
S#19. 지하층 마루 / 밤
엄마, 축쳐진 얼굴로 들어온다.
자영, 방에서 뛰어나온다.
자영 : 어떻게 됐어?
자영모 :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아 흐느낀다)
자영 : 엄마...
자영모 : (울면서) 니 오래비 전과자 되게 생겼다...우리 영철이 이제 끝났어... (흐느낀다)
자영 : (걱정스럽고)
S#20. 경찰서 / 밤
자영과 아버지, 유치장으로 다가온다.
초췌하게 앉아있는 영철을 본다.
자영 : 오빠...
면회실에 앉아있는 세 사람.
자영 : 오빠...힘들지? 춥진 않어?
영철 : 미안하다 자영아... 시험도 얼마 안남았는데. ...(목이메는) 오빠가 정말 미안하다... 죄송해요 아버지...
자영부 : (담배만 피우며 심란한 표정으로)
S#21. 동네 / 밤
침통한 표정으로 걸어오는 자영과 아버지. 말없이 걷고 있다.
자영 : 오빠 이제 구속되면 바로 전과자가 되는거죠...
부 : ... (속상한듯 멈춰서서 한숨을 후...내쉰다)
자영 : 전과기록이 있으면 취직도 안되고 사회생활도 어렵다고 들었는데...
부 : 다 이 애비가 무능한 탓이다.
자영 : 아빠...
부 : ...왜?
자영 : 내가 신희의 대리시험을 봐주면 오빠를 살릴수 있겠죠?
부 : ...자영아...
S#22. 사진 스튜디오 / 낮
증명사진 찍는 신희. 일부러 안경을 끼고 단정히 옷을 입고 카메라 앞에 앉아있다.
사진사의 '하나, 둘, 셋' 소리와 함께 사진 찍히고.
S#23. 동네 미용실 / 낮
신희 수험표의 증명사진을 미용사에게 보이는 엄마.
엄마 : 딱 요 길이로 똑같이 잘라주세요.
미용사, 자영의 머리칼에 분무기로 물을 쉭쉭 뿌린다. 머리를 잡고 가위로 자르기 시작한다.
서걱거리는 금속성 소리와 함께 자영의 머리 잘려나간다.
자영, 무참한 기분. 눈물을 참으려는듯 입술을 굳게 물고 있다.
바닥에 툭툭 떨어지고 있는 자영의 머리카락.
엄마, 그 옆에 서서 신희의 사진과 자영을 자꾸 비교해보며.
엄마 : 좀 더 짧아야될꺼 같은데...
자영 : ...
미용사, 자영의 머리를 다 매만졌다. 거울을 보며.
미용사 : 자, 보세요...사진이랑 똑같아졌죠?
자영 : (고개 숙인채 거울을 보지 않는다)
S#24. 경찰서 / 밤
유치장에 꾸부리고 앉아 눈감고 있는 영철.
경찰, 다가와 유치장 문을 열어주며.
경찰 : 김영철, 나와!
영철 : ...저요?
경찰 : 폭행상해로 들어온 김영철 맞지?
영철 : 예... (얼떨떨하며 나온다)
경찰 : (등 한대 쳐주며) 고생했다.
영철 : (경찰의 태도에 더 이상하고)
S#25. 지하층 마루 / 밤
펄펄뛰는 영철.
자영 엄마, 그 옆에 무심한 표정으로 걸레질만하고 있다.
영철 : 나 다시 들어갈래요. 나 들어가서 콩밥 먹을께요.
자영모 : ...좀 조용해라. 윗층에 들릴라.
영철 : 아니 이런 법이 어딨어요. 자영이가 왜 그 기집애 대신 시험을 봐줘요? 내가 언제 동생팔아서 나 빼내달랬어요?
자영모 : (기계적으로 걸레만 왔다갔다하고 있고)...
영철 : (땅바닥 주먹으로 내려치며) 으이 씨!
S#26. 자영 방 / 아침
거울앞에 서있는 자영. 사진속 신희의 옷과 똑같은 옷을 입고 안경을 써본다.
거울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자영.
S#27. 신희네 고사장 / 아침
교문앞에서 북을 치고 꽹가리를 치고 춤을 추고 커피를 타주고...
후배 학생들의 요란한 응원소리 속에 수험생들이 학교로 속속 들어선다.
고개를 떨군채 학교로 들어서는 자영.
친구 하나 다가서며 말을 건다.
학생1 : 어? 자영이 너두 여기서 보니? 넌 예당여중 아니었어?
자영 : (말없이 들어가고)
S#28. 신희네 고사장 교실 / 아침
지정된 좌석에 앉아 책을 보고 있는 학생들.
자영, 책을 펼쳐놓은채 멍하니 앉아있다.
옆자리에 앉던 은실, 자영을 보고 눈이 둥그레져서.
은실 : 어? 너 자영이 아니니?
자영 : (고개 숙인채 모른체하는데)
은실 : (다가와) 야... 나 은실이야, 정은실. 우리 중학교때 이후로 처음보는거지?. ...와...이게 몇년만이야...
자영 : (고개 숙인채) 사람 잘못봤어요.
은실, 이상해서 갸우뚱한다. 책상에 놓인 수험표를 보면 '이신희'다.
은실, 갸우뚱하며 자기 자리로 돌아가고.
S#29. 자영네 고사장 / 아침
시험이 시작됐다.
감독선생, 돌아다니며 수험표와 학생을 확인하고 결시생을 체크하고 있다.
비어있는 자리에 멈춰선다.
선생 : 이자영... 결시!
S#30. 신희네 고사장 / 아침
수험표를 확인하며 걸어오는 선생.
자영, 안경쓰고 있다.
앞에 멈춰서 신희의 수험표를 본다.
자영, 긴장한다.
선생 : 이신희...
자영 : ...네...
선생 : (체크하고 지나간다)
자영 : ...
S#31. 1층 부엌 / 낮
신희, 과자를 먹으며 식탁에 앉아있다.
외출복차림의 준엽, 부엌으로 들어서다 신희를 보고 깜짝놀란다.
준엽 : 어? 신희 너 어떻게 된거야. 너 오늘 시험보러 안갔어?
신희 : ... (대꾸없이 부엌을 나간다)
준엽 : (뭔가 이상하고)...
S#32. 마당 / 밤
자영, 대문으로 들어선다.
신희, 현관에서 뛰어나오고.
두 사람 잠깐 말없이 마주본다.
자영 : ...
신희 : ...
자영 : (가방에서 신희의 수험표를 꺼내준다)
신희 : (수험표 뒤집어보면 깨알같이 답이 적혀있다)
자영 : ...
신희 : 고마워.
신희, 짧게 한마디하고 현관으로 들어간다.
자영, 멍하니 서있고.
S#33. 1층 거실 / 밤
EBS -- TV에서 정답풀이를 보고 있는 신희.
수험표에다 동그라미를 계속치며 '맞았다, 맞았어' 계속 박수치고 환호성 지르며 신나한다.
정희, 2층에서 내려온다.
신희 : 와...다 맞았다 다 맞았어...수리탐구에서 하나틀리고 다 맞았어...
정희 : ...좋기두 하겠다...
신희 : 야, 그럼 내가 대학생이 되기 일보직전인데 어떻게 안좋을수가 있냐... 6번에 1번, 오케이...
정희 : 논술은 어떡할꺼야? 논술까지 자영언니한테 봐달랠꺼야?
신희 : 이 점수면 논술없이 특차로도 갈 수 있어. (TV보며) 8번에 3번, 이것두 맞았다...
정희 : ...
S#34. 자영 방 / 밤
불도 안켜고 벽에 기대 앉아있는 자영.
반지하의 창문으로 희미한 가로등 빛과 함께 사람들 지나가는 구둣발 간간이 보인다...
눈에서 서러운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무표정한 자영의 얼굴위로 계속 흐르는 눈물...
S#35. 대학 캠퍼스 / 낮
대학생 티가 나는 신희, 예쁘게 화장하고 신나게 웃으며 친구들과 걷고 있다.
S#36. 재수학원 입구 / 낮
학원으로 들어서는 학생들.
가방을 멘 자영, 고개 푹 숙이고 들어가는데
고3때 같은반 친구 하나가 아는체를 한다.
학생1 : 자영아... 니가 여기 웬일이야? 너 여기 다녀?
자영 : ...응.
학생1 : 어머... 우리는 너 당연히 합격한 줄 알고 있었는데...
자영 : ...
S#37. 카페 / 낮
미팅중인 신희. 남자 셋, 여자 셋 나란히 앉아있다.
주선자가 '하나, 둘, 셋' 하면 손가락으로 맘에 드는 사람을 가르치는 찍기팅.
주선자 하나 둘 셋! 하면 남자들 셋 다 신희를 가리킨다.
신희, 부끄러운듯 그러나 공주같은 웃음으로 환하게 웃고...
S#38. 재수학원 강의실 / 낮
다닥다닥 붙은 책상들.
비좁은 틈에 끼어앉아 성문 종합영어 강의를 듣는 자영.
고개 숙인채 책만 보고 있는 자영. 책 위로 눈물이 한방울 툭 떨어진다.
S#39. 새 아파트 거실 / 낮
햇살이 잘들어오는 깔끔한 새 아파트.
가구가 없어 더 넓어 보이는 거실에 자영엄마와 신혼부부 마주 앉아있다.
전세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신혼부부.
자영엄마, 어깨에힘이 들어가 뻐기며 잔소리하고 있다.
자영엄마 : 운 좋은줄 알아요. 완전히 새 아파트, 그냥 내주는거니까 각별히 신경써서 깨끗하게 써야돼요.
요즘 신혼부부들 인테리어다 뭐다해서 여기저기 못박고 벽지 새로 갈아붙이 고 난리들을 치는데
그런거 절대루 하지 말구요. 문고리 하나 바꿔달때도 꼭 집주인인 나한테 허락을 받고 해요. 알았어요?
S#40. 지하층 마루 / 밤
엄마, 콧노래를 부르며 찌개를 식탁에 가져온다.
식탁엔 아빠와 영철, 자영 앉아있다.
엄마 : 자...먹읍시다...
식구들 모두 숟가락을 드는데 자영은 가만히 앉아있다.
자영 : 엄마... 우리 이제 이사가요. 내가 받은 아파트, 우리 그리로 당장 이사가요.
엄마 : (눈치를 살피며) 응... 그거... 내가 전세놨는데...
자영 : (충격이고) !!
엄마 : 사실 여기서 사는게 우리한텐 돈 버는거지.
자영 : ...(눈물이 글썽 맺히는데)...
엄마 : 너 돈모으기가 그렇게 호락호락한게 아니다. 지금 니 오빠도 회사에서 짤리고 노는 판인데
뭐 장사 밑천이라도 좀 줘야할 것 같고...
영철 : 아 난 또 거기다 왜 끌어들여요? 난 뭐 여동생 팔아서 먹고 사는 놈인줄 알어요?
아빠 : 시끄럽다.
자영 : ...(눈물이 글썽하더니 주르르 흘러내린다. 말없이 일어서 자기 방으로 간다)
S#41. 자영 방 / 밤
방바닥에 베개도 없이 누워있는 자영.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노크소리나고 영철 들어온다.
영철 : ...(옆에 앉으며) 미안하다...이 오빠가 무능해서...
자영 : ... (눈물닦아내며) 아니야, 오빠.
영철 : 내가 내일 당장 해약하고 올테니까 걱정마. 그 새 아파트로 너 혼자 나가서 살어. 우리는 거기서 살 자격두 없다.
자영 : 아냐, 오빠... 괜챦아...
영철 : ...(미안하고 동생이 측은하고)...
자영 : 오빠!
영철 : 응?
자영 : 나 이렇게 사는거 정말 싫거든. 그런데 어떻게해야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지를 모르겠어...
나 신희보다 더 잘되고 성공하고 싶어 오빠...
영철 : 넌 할 수 있어 임마... 꼭 그렇게 될꺼야... (목이 멘다).
자영 : 응...나도 그렇게 믿고싶어... 정말 그렇게 믿고 싶어...
S#42. 뒷뜰 / 낮
멍하니 앉아있는 자영.
준엽, 다가온다.
자영 : 아저씨...
준엽 : 속상하지?
자영 : ...
준엽 : 나도 대충 사정을 알어. 이의원님은 모르고 있는것 같던데 어쨌든 나도 이의원님댁에 실망스런 점이 많다.
자영 : ...
준엽 : 너 세상에는 두가지의 인간이 있는거 아니?
자영 : ??
준엽 : 구름뒤엔 반드시 햇빛이 가려져 있고 그 구름은 반드시 걷히는데
그때까지 기다릴줄 아는 사람하고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이 있어. 그런데 넌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야. 이 아저씬 알어.
자영 : ...고마워요 아저씨...
준엽 : 담배 한대 주랴?
자영 : (웃으며) 됐어요...
준엽 : 아이구...아저씨도 속상하다.
자영 : 여자친구랑 싸웠어요?
준엽 : 싸우면 차라리 낫게? 바쁘다고 통 연락을 안한다. 넌 나중에 남자친구 생기면 이러지마라.
자영 : 네. (웃고)
S#43. 동네 편의점 / 낮
가드 맨 차, 편의점 앞에와서 선다.
S#44. 동네 편의점 / 낮
물건을 고르는 자영. 컵라면을 집는데 동시에 누군가 똑같이 잡는다.
자영, 보면 승재다. 자영, 얼굴이 환하게 밝아진다.
승재는 자영은 보지 못한채 다른 라면을 집는데,
자영 : 저기...
승재 : (자영을 보고) 어?
자영 : 저 기억하세요?
승재 : 기억하죠... 와... 그때 내가 구해놨더니 이제 이쁜 대학생이 됐구나...
자영 : 아녜요...재수해요...
승재 : (미안해서) 아이구, 이런...
자영 : 언제 마주치면 고맙다고 인사하고 싶었는데... 통 보이질 않으셔서...
승재 : 다른 구역에 몇달 가있다 왔어요.
자영 : 그때 정말 고마웠어요.
승재 : 말로만?
S#45. 포장마차 / 밤
소줏잔 부딪히는 승재와 자영.
승재 : 아줌마, 닭똥집 빠싹 구워서 주세요.. 그리구 서비스로 오뎅국물도 좀 뜨끈뜨끈한걸루 주고 그래봐요 좀.. 파 좀 확 썰어넣고.
자영 : (자꾸 깔깔 웃는다)
승재 : 왜 그렇게 웃어요?
자영 : 그냥...재밌어서요. 나 이런데서 술마시는거 태어나서 첨이거든요.
승재 : ...진짜 나한테 한두가지 고마워해야 되는게 아니구나... 자, 건배!
자영 : 건배! (소주 한잔을 쫙 들이킨다. 얼굴 찡그리며) 크으...
승재 : (장난스럽게 같이) 크으...
자영 : (깔깔 웃는다)
시간경과...비어있는 소줏병.
자영, 취해있다.
자영 : ...(잔 내밀며) 나 술 한잔 더 주세요.
승재 : 취했어요. 그만 마셔요.
자영 : (술잔 내민채 가만히 있고)
승재 : (술 따라주며) 요새 무슨 술 땡기는 일이 있습니까?
자영 : (어깨를 들썩) 몰라요... (술 마신다)
승재 : 어떤 놈이 자꾸 만나달라고 못살게 굴어요? 나한테 SOS치랬쟎아요. 내가 당장가서 구해준다고...
자영 : (승재를 물끄러미 보다가) ...정말루요?
승재 : 그럼요...
자영 : ...그래요, 나 좀 구해주세요. 나 좀 이 답답한데서 구해주세요.
승재 : ...
자영 : ...
승재 : 어떻게 구해줄까요?
자영 : (미소, 어깨를 들썩) 몰라요...
승재 : 자영씨...
자영 : 네?
승재 : 내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러요. 어디든지 달려가줄께요.
자영 : ...거짓말...
승재 : 정말이라니까.
자영 : 약속할 수 있어요?
승재 : (새끼손가락 내밀며) 자, 약속.
자영 : (손가락 걸며) 약속!
승재 : 도장도 찍읍시다. (엄지손가락 찍으며) 도장 꽝!
자영 : 꽝!
손가락걸고 웃는 두 사람.
S#46. 집 앞 / 밤
승재, 자영을 부축하고 집 앞에 데려다 놓는다.
승재 : 괜챦아요? 집에 들어가서 안혼나겠어요?
자영 : 네, 괜챦아요. (인사 꾸벅하며) 고맙습니다...
승재 : 이제 나한테 빚이 두개 있는거네.
자영 : 네...
승재 : 잘자요, 그럼...안녕...
자영 : 안녕히 가세요...
승재, 뭔가 아쉬운듯 자꾸 뒤돌아보며 천천히 걷는다.
자영도 대문앞에 서서 승재를 바라보고 있고.
승재, 가다가 뒤돌아보고 자영이 계속 서있는걸 본다.
다시 자영앞으로걸어온다. 앞에 와서 선다.
승재 : ...
자영 : ...?
승재 : 저기...
자영 : ?
승재 : 이번주 토요일날은 내가 근무가 없거든요. ... 그냥... 알아두라구... 잘자요...이번엔 진짜 안녕... (뒤돌아가는데)
자영 : 저기요...
승재 : (멈춰선다, 돌아보면)
자영 : 토요일날은 학원수업이 12시에 끝나요. 저두 그냥 알아두시라구요.
승재 : (활짝 웃고)
S#47. 롯데월드 / 낮
승재와 자영의 데이트 스케치.
바이킹타며 소리지르는 승재와 자영.
놀이기구를 타며 신나게 소리지르고 웃고 즐거운 표정의 두 사람.
무서워서 소리지르고하면서 자영은 자신도 모르게 승재의 팔을 붙들고 서로 몸이 부딪히고...
S#48. 공터 / 낮
맑은 날씨. 공터에서 승재의 차에 타고 있는 자영.
운전석에 앉은 자영, 시동을 걸어 보고 움직여본다.
승재 : 그렇지... 거기서 살짝 발을 떼면서 엑셀을 밟아봐요.
기어를 만지는 자영의 손위에 승재의 손이 겹쳐지고.
자영, 어색하고 쑥스러워 손을 뺀다.
두 사람, 괜히 머쓱해서 말없이 앉아있다.
묘한 어색함과 긴장감...
이때 무선호출이 분위를 깬다.
무선호출(F) : 12호! GPS (Global position system)꺼놓고 어딨나. 위치파악이 안된다. 즉각 응답하라. 12호!
자영, 푹 웃음을 터트린다.
승재, 자영보며 웃고.
S#49. 거리 / 낮
승재와 함께 걸어가는 자영.
무조건 '1만원'이라 쓰여있는 옷가게 앞을 지난다.
승재, 옷가게 앞에 멈춰선다. 자영을 잡아끈다.
S#50. 옷 가게 안 / 낮
예쁜 스웨터에 팔을 뀌고 고개를 쏙 내미는 자영. 승재, 웃는다.
자영, 거울앞에 서서 스웨터가 맘에드는듯 웃고.
S#51. 승재 집 마당 / 밤
달동네의 초라한 집.
찌그러진 세숫대야에 물을 떠놓고 시원스레 세수를 하는 승재.
용석, 조그만 밥상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며,
용석 : 밥 먹자.
승재 : (수건으로 닦으며) 응!
S#52. 승재의 방 / 밤
초라하고 옹색한 방안.
경영학 책과 카네기류의 성공지침서들이 빼꼭히 꽂혀있는 앉은뱅이 책상.
라면을 먹고 있는 승재와 용석.
용석 : 레포트는 다 썼냐?
승재 : 체육학과껀 다 했고 경영학과껀 아직 하는 중이야...
용석 : 부전공까지 하느라고 힘들게 그 난리냐... 야, 면만 건져먹지 말고 고기 좀 많이 먹어. 오늘껀 특별히 맛있는 갈비살이란말야.
승재 : 매일 이렇게 싸와도 괜챦은거야?
용석 : 주방 아주머니가 날 특별히 이뻐해 주시쟎냐.
승재 : (맛있게 먹는데 얼굴에 미소가 돈다)
용석 : ... 야, 너...무슨일 있냐? 기분 되게 좋아보인다.
승재 : 그냥...고길 먹으니까 힘이나네.
용석 : 야!
승재 : ...응?
용석 : 너 난 못 속인다. 너 요새 연애하지?
승재 : (말없이 피식웃고)
용석 : ...짜식... 누구야?
승재 : 나중에 말해줄께...
S#53. 네일 샵 / 밤
쇼핑백을 한아름 쌓아놓은 신희.
미자, 신희의 손을 맛사지 해주고 있다.
신희 : (쇼핑백보며) 핑크색 원피스가 젤 나은것 같아. 저걸 입어야지.
미자 : 좀 튀지 않나?
신희 : 생일엔 좀 튀어야지. 야, 내 생일날 우리 과 애들이랑은 나이트에 가서 완전히 광란의 파티를 열꺼구,
아빠 친구분 아들 딸들이랑은 이미지 관리상 고상 하게 집에서 조용히 할꺼야...너 대성 그룹 알지?
미자 : 알지 그럼.
신희 : 거기 아들 현우오빠도 올꺼구, 경제부 차관 딸 현주언니, 연강콘도 아들 성훈이 오빠...
미자 : 야...엄청 빵빵하다.
신희 : 그중에 내가 찍은 남자도 있다...
미자 : 누군데?
신희 : 있어... (배시시 웃는)...
S#54. 국회사무실 / 아침
문비서와 준엽, 자료보며 질문서를 작성하고 있다.
이의원, 돋보기 안경끼고 자료를 든채 내실에서 나온다.
이의원 : 문비서...김 정무수석 딸 결혼식이 이번 주 언제라고 들었는데...
비서관 : 네, 금요일로 들었습니다. 그런데 친지들만 초청해서 조촐하게 한다고 아예 청첩장도 돌리지않고...
이의원 : 그런다고 모른척하고 있나. 금요일날 그리 시간 좀 빼놔.
비서관 : 예, 알겠습니다.
이의원 : 질의서 작성은 잘돼가나?
준엽 : 예, 의원님.
S#55. 1층 부엌 / 낮
출장요리사와 파출부가 부산히 요리를 만들고 있는 부엌.
자영엄마도 옆에서 거들고있다.
신희엄마, 둘러보며 몇마디 거들고 나온다.
S#56. 신희 방 / 낮
핑크색 원피스를 입고 예쁘게 머리를 치장한 신희. 창밖을 내다보며 인상쓰고 있다.
엄마, 방으로 들어온다.
엄마 : 아래층은 대충 준비가 다 돼가는데...
신희 : (속상해서) 으... 씨...
엄마 : 왜?
신희 : 비온다고 귀챦아서 다들 안오면 어떡해...
엄마 : 금방 지나가는 소나기랬어. 별걸 다 가지구 짜증을 내. 어디보자, 내 딸 이쁜가...
신희 : (창 밖 내다보며) 아후... 현우오빠 꼭 와야되는데...
S#57. 거리 / 낮
비 쏟아진다.
승재의 차안에 같이 있는 자영. 승재가 사준 스웨터를 입고 있다.
자영 : 나 그만 가볼께요.
승재 : 좀 더 있다 비 그친담에 가.
자영 : 또 혼남 어떡해. 그때 이거 꺼놓고 있어서 엄청 혼났다며.
승재 : 오늘은 켜놓고 있쟎아.
자영 : 그래두... (창밖보며) 이제 비도 그쳐가는데 나 먼저 갈께.
승재 : (서운한) 아쉽다...
자영 : 이따 전화해.
승재 : 그래, 밤에 전화할께.
S#58. 거리 / 낮
비 그친 거리. 곳곳에 물이 괴어 있다.
자영, 걷고 있다. 데이트의 여운이 남아있는듯 미소를 띄고 콧노래라도 흥얼거리며...
차 한대 지나가다가 자영에게 물을 튀겨 옷을 다 젖게 만든다.
자영 : (물 뒤집어 쓴채 깜짝놀라)...
차, 멈춰서고 현우 내린다.
자영, 젖은채 가만히 서있다.
현우, 미안해 어쩔줄 몰라하며.
현우 : ...죄송합니다... 어떡하죠...
자영 : ... (옷을 내려다본다. 위부터 아래까지 다 젖었다)
현우 : 죄송합니다... 제가 좀 더 주의했어야했는데...
자영 : (승재가 사 준 옷인데... 속상해서 눈물이 핑글돈다)...
현우 : (속상한 표정으로 눈물이 핑도는 자영을 보며 가슴이 쿵하고) ...죄송합니다...
자영 : ...(나즈막히 차갑게) 됐어요.
현우 : 세탁비를 드릴께요.
자영 : 물빨래 할 수 있는 옷이예요.
현우 : 그래도...
자영 : 괜챦습니다. (가려는데)
현우 : (따라가 지갑을 열며 돈을 꺼내려한다) 세탁비를 드려야 제가 맘이 편하겠는데요...얼마면 되겠습니까?
자영 : (현우를 빤히본다. 속물을 보는듯한, 돈이며 다 되는듯 행동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받은듯한 눈빛이다)
현우 : (자영의 눈빛에 질려 아무말도 못하고 서있는데)...
자영 : 가세요. 괜챦아요. (간다)
현우 : (자영을 보며 한참을 서있는다)
S#59. 거리 / 낮
걷고 있는 자영 뒤로 따라가는 현우의 차.
자영, 차가 따라오고 있음을 느낀다.
뒤 돌아보면 현우, 자영의 시선에 머쓱해 하다가 먼저 지나간다.
S#60. 집 앞 / 낮
걸어오다 문득 멈춰서는 자영. 그 차가 집 앞에 서있다.
자영, 갸우뚱하며 대문으로 다가가는데 현우가 차에서 내린다.
현우, 뒷자리에 놓여있던 꽃바구니를 들다가 자영과 눈이 마주친다.
자영, 현우의 시선을 피해 얼른 대문으로 가 자기 집으로 통하는 벨을 누르는데 현우도 대문앞에 와서 선다.
두 사람, 이상하다는 듯 마주본다.
어색하게 서있는데 대문 열리고.
S#61. 마당 / 낮
신희 뛰어나와 현우를 반긴다.
신희 : 어머, 오빠...되게 오랜만이다... 오빠 왜 이렇게 멋있어졌냐?
현우 : (바구니주며) 자!
신희 : 와...내 주문대로 만들어왔구나... 고마워...
자영 : (말없이 지하로 들어간다)
현우 : (자영을 본다)
신희 : 빨리 들어와, 성훈이 오빠는 벌써 왔어. (잡아끈다)
현우 : (들어가며) 누구야?
신희 : 누구? 아, 쟤? 알꺼 없어.
현우 : (지하층으로 시선주며)...
S#62. 1층 거실 / 밤
분위기가 무르익어 먹고 마시며 떠드는 아이들.
성훈 : 야, 니들 3년후를 기대해라. 우리집에서 요새 스키장 딸린 콘도를 경기도쪽에다 짓고 있거든.
신희 : 정말?
성훈 : 그래. 겨울내내 와서 살어. 내가 아예 콘도 한 동을 다 내줄테니까.
시끌시끌 흥겨운 분위기.
현우 한쪽에서 조용히 와인을 마시고 있다.
신희 다가가,
신희 : 치즈 좀 더 갖다줄까?
현우 : 아냐, 괜챦아.
신희 : 오빠랑은 같은 학굔데두 학교에서 보기 되게 힘들다.
현우 : 난 경영학과구 넌 신방과구 건물이 다른데 당연히 보기 힘들지.
신희 : 오빠 너무해. 옛날에 나 대학가면 같이 놀아준다고 튕겨서 죽어라 열심히 공부했는데, 그래서 오빠랑 같은 학교까지 왔는데
점심두 한번 안사주고...나 이제부턴 1주일에 한번씩 점심사줘.
현우 : (웃으며 고개끄덕)...
신희 : 내가 중학교때부터 오빠를 얼마나 좋아했는데...
현우 : 저기... 아까 그 친구 있쟎아...
신희 : 누구?
현우 : 아까 나랑 같이 들어온...
신희 : 아... 자영이...
현우 : 자영이?
신희 : 걔 이름이 이자영이야.
현우 : 너랑 동갑이야?
신희 : 응.
현우 : 한집 사는 친군데 자영씨도 부르지 그래? ...
신희 : 자영일? (잠시 생각하는 표정. 크게 웃고 떠드는 아이들보고 문득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S#63. 지하층 / 밤
인터폰 울린다.
방에서 뛰어나와 인터폰 받는 자영.
자영 : 네...
신희(F) : 자영아, 난데 너 오늘 내 생일인거 몰랐지? 이리 올라와. 같이 놀자.
자영 : ...아냐, 됐어. 손님들도 많은것 같은데 난 그냥 있을께...
신희 : 올라와... 맛있는거 많단말야.
자영 : ... 됐어...그리구 생일 축하해.
신희 : 진짜 안 올라올꺼야?
자영 : 응...
신희 : 그럼 와서 전화기나 가져가. 너네 엄마가 또 여기다 전화기 두고 가셨어. (툭 끓는다)
자영 : ...
S#64. 1층 거실 / 밤
자영, 현관문을 열고 들어선다.
신희 : 어...자영아... 어서 와...
자영 : 전화기나 빨리 줘.
신희 : 왜 이래...와서 좀 먹고 놀다 가.
신희, 자영을 잡아끌어온다.
자영, 어색하게 서있는데
현우 자영에게 잔을 하나 건네며 말시킨다.
현우 : 아까는 정말 죄송했습니다...정식으로 사과드리고 싶어요.
자영 : ...예... ...
현우 : ...(자영을 보며 미소)...
신희 : 뭐야? 오빠 자영이한테 왜?
현우 : 아니... 내가 아까 오다가 물을 튀겼거든...그래서 죄송하다구...
신희 : 참 참 참...내 정신 좀 봐...소개가 늦었네...자, 여러분! 여기 이 친구는 이자영. 우리집 지하에 살고있구요,
안전운행으로 우리 아버지를 책임지고 계신 우리집 기사 아저씨의 따님입니다. 나랑 여고동창인데 현재 재수...
(말하다가 아차 나때문에 재수를 하지...)...
분위기 썰렁하게 조용해진다.
신희 : 어쨌든 많이 먹어 자영아...
자영 : ...
자영, 기분 상해 어색하게 서있다가 자리를 뜨려는데 접시를 건드려 깨뜨린다.
쨍그랑 소리와 함께 아이들 자영을 쳐다보고.
자영, 당황해 얼른 접시를 집으려다 손을 벤다. 손가락에서 흘런나오는 피.
현우, 손수건으로 자영의 손가락을 꾹 눌러준다.
자영 : (현우를 보며)...
신희 : 피 많이 나니? 어우, 너 내려가 봐야겠다...
S#65. 자영 방 / 밤
반창고 붙인 자영의 손가락.
자영, 방바닥에 엎드려서 앉아서 수건 사이에 빤 쉐타를 놓고 톡톡때리며 말리고 있다.
신희(E) : 자영아... 이자영...
S#66. 마당 / 밤
신희와 마주 서있는 자영.
신희 : 아까 그 현우오빠 손수건 좀 줄래? 내가 전해줄께.
자영 : 그거 아직 안 빨았는데.
신희 : 그냥 줘. 내가 빨아다주게.
자영, 신희에게 손수건을 건네준다.
신희 : 아까 그 오빠 있쟎아...대성그룹 회장 아들이다. 우리학교 경영학과 3학년. 내가 중학교때부터 되게 좋아했었어.
오늘 온 사람중에 제일 낫지, 그치?
자영 : ...(건성으로) 응...
S#67. 강의실 앞 / 낮
강의실에서 나오던 현우, 멈칫해 어딘가를 본다.
현우의 시선 닿는곳, 신희가 현우손수건을 흔들며 웃고 있다.
S#68. 피자집 / 낮
피자를 떠서 신희접시에 놔주는 현우.
현우 : 나중에 줘도 되는데 뭘 또 굳이 가져와.
신희 : 그김에 오빠도 보구 좋지 뭘.
현우 : 수업은 다 끝났어?
신희 : 아니 오빠 만날려구 땡땡이치고 나왔어.
현우 : ...(먹다 멈추고 한심하다는듯) 너 수업 자주 빠지니?
신희 : (얼버무리는) 아니...농담이야.
현우 : (말없이 피자먹고)
신희 : 오빠 생각나? 내가 옛날에 오빠한테 영화 좀 보여달래니까 대학가면 보여줄께 공부나 열심히 해. 이랬쟎아.
그래서 나 빨리 대학생이 돼서 오빠랑 영화보러 다녀야지...결심했었다.
현우 : 결국 영화보여 달란 얘기를 그렇게 돌려서 하시는군요.
신희 : 어우... 정말 그랬는데 오빠는 참...
현우 : 참 그 친구말야... 자영이랬나...
신희 : (뾰루퉁) 자영인 왜?
현우 : 지금 재수한댔지? 어느 학원 다녀?
신희 : 그건 왜?
현우 : 응? 뭐 그냥... 내 친구중에 재수한 애들이 많아서...
신희 : 오빠 친구들 재수한거랑 걔랑 무슨 상관이야. 오빠, 이따 우리 무슨 영화볼래?
S#69. 재수학원 앞 / 낮
학원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승재.
가방을 멘 자영, 나온다.
승재, 손을 흔들고. 자영, 웃으며 승재에게 달려간다.
자영 : 많이 기다렸어요?
승재 : 많이 보고 싶었어요.
자영 : ...
승재 : 배고프지? 빨리 가자.
두 사람, 웃으며 가고.
S#70. 분식집 / 밤
라면에 만두, 김밥을 맛있게 먹고 있는 승재와 자영.
승재 : 미안해, 이런것 밖에 못사줘서. 월급 받으면 내가 갈비 한번살께. 같이 사는 형이 강남의 유명한 갈비집에서 일하거든.
자영 : 괜챦아요.
승재 : 사게 해줘라.
자영 : ...더 나중에 사주세요, 그럼.
숭재 : 더 나중에 언제?
자영 : 나중에 잘 된후에.
승재 : ...그럼 그때까지 나랑 친구해줄꺼지?
자영 : ... (고개 끄덕끄덕)
승재 : ... (미소)...
S#71. 극장
영화보는 신희와 현우.
재밌는 영화인듯 까르륵 웃고 손뼉치는 신희. 신희, 기분좋다. 현우를 막 때리며 웃고...
현우는 무덤덤...
S#72. 유람선
유람선 갑판에 나와있는 자영. 바람에 추운듯 몸을 움츠리고 있으면서도 즐거운 표정.
승재, 겉옷을 벗어 자영에게 덮어준다.
자영 : 괜챦아요... (옷을 주려는데)
승재 : (뒤에서 어깨를 꼭 눌러서 못 벗게하고)
S#73. 집 앞
신희 집앞에 와서 서는 현우의 차.
신희 : 오빠 오늘 너무 재밌었어...
현우 : 응... 나두.
신희 : 잘 가... (문 열고 내리려는데)
현우 : ...신희야...
신희 : (어떤 기대감에 고개돌리며) 응?
현우 : (가방에서 선물상자를 꺼낸다)
신희 : (선물까지? 너무 좋아서) 헉!
현우 : 이거...그 자영이란 친구한테 좀 전해줄래...
신희 : (기분 나쁨, 황당) ...왜?
현우 : 내가 그날 그 친구 옷에다 물을 튀겼거든... 그래서 티셔츠를 하나 샀어.
신희 : 그날 사과했쟎아. 그럼 된거 아냐?
현우 : 그래두...
신희 : (날이 선) 오빠, 걔한테 관심있어? 오빠 그렇게 눈이 낮어?
현우 : (웃으며) ...미안해서 그런다니까...
신희 : ... (못마땅하고)...
현우 : 꼭 좀 전해 줘.
S#74. 동네어귀 / 밤
승재와 자영, 걸어오는데 현우의 차 지나간다.
현우, 그들을 보지 못하고. 자영도 차안의 현우를 못본다.
S#75. 신희 방 / 밤
현우가 주고 간 선물상자를 보며 기분나쁜 표정의 신희.
신희, 선물상자에 끼어있는 카드를 살짝 빼서 펼쳐본다. 예쁜 그림이 그려진 카드.
신희, 읽어본다.
현우(E) : 그날은 정말 죄송했습니다. 저희 과 여자동기들을 총 동원해서 티셔츠를 골라봤어요...
그날 입고 계셨던 것과 같은 색깔인데... 맘에 드셨으면 합니다. 힘내서 공부하세요. 현우.
신희 : (열이 확 오른다. 입에서 훅 숨을 불어내쉰다.열 받는듯 왔다갔 다 하다가 창문을 확 열어젖힌다)
S#76. 집 앞 / 밤
대문앞에 서있는 승재와 자영.
자영 : 오늘 너무 재밌었어요...
승재 : 나두.
자영 : 잘 가...
승재 : (자영을 안는다)
자영 : (주위를 둘러보며 승재 품에서 빠져나온다) 누가 보면 어떡할려구...
승재 : (다시 안으며) 우리 딱 1분만 이러구 있자...응?
자영 : 어우... 안돼 ...
승재 : 그럼 3분은 어때?
자영 : (웃으며) 왜 이래 진짜...
S#77. 신희 방 / 밤
열려진 창문으로 두런 두런 말소리 들려온다.
밖을 내다보는 신희, 승재와 자영 보인다.
S#78. 집 앞 / 밤
자영에게 키스하려는 승재.
자영, 쑥스러운듯 고개를 돌리고 피한다.
승재 : ...왜...?
자영 : 안돼요, 아직은...
승재 : 그런게 어딨어.
승재, 자영의 뺨에 입맞추고 달아나며 손을 흔든다.
자영, 싫지않은듯 부끄럽게 웃고.
S#79. 신희 방 / 밤
같쟎다는 표정으로 피식 웃으며 창가에서 돌아서는 신희.
현우의 선물상자를 쓰레기통에 쳐박고 카드를 쫙 찢는 신희의 얼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