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반도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여행>
알프스 소녀가 손을 흔들던 슬로베니아
박 혜 숙
여고 동창 여섯 명이 떠난 이번 여행은 환상의 조합이었다. 변두리 모임에서 4번째 떠나는 해외여행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명석한 황희익, 에너지가 넘쳐 우리 사진을 계속 찍어대던 여영자, 8밤을 코고는 나와 같이 자며 모든 것을 헌신하는 착한 최선숙과 과테말라 캐나다를 오가며 사는 캐나다 국적의 안영님과 건강과 멋에 해박한 김시진과 다녔다.
30년을 매 달 만나온 친구들이라 서로를 배려하며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밑반찬 몇 개 챙겨왔다고 나를 엄마라 부르는 다정한 벗과 떠난 여행인데 카드 도둑이 될 뻔 했다. 비행기에서 면세품 주문을 갈 때 해야 물건이 많다고 하여 양주와 덴마크 요구르트 약을 주문했는데 번호를 잘못 표기하고 돌아오는 항공 날짜를 한국 기준으로 써 시진 것을 나에게 주는 것도 모르고 받아 넣었다.
6살 4살 손자손녀를 보는 나는 애초 여행을 포기했었는데 부모가 알아서 할 테니 무조건 다녀오라고 하고 남편이 기꺼이 여행비를 대주겠다고 하여 합류했다. 무리해서 떠나는 여행이 부담되었는지 출발 전날 등이 가려웠다. 약을 발라달라고 하니 남편이 3개의 수포가 생겼다고 혹시 대상포진이 아니냐고 하여 가슴이 덜컥했다. 북유럽 여행 때는 편도선이 부어 고생했기에 설마 하며 감기약을 예비로 지으러 갔다가 얘기하니 등을 보자고 했다.
의사는 100프로 대상포진인데 초기에 발견하여 다행이라며 7일분 약을 3번씩 빼놓지 말고 먹으라며 지어주었다. 연고는 없냐니까 수포는 그냥 갈아 앉을 건데 무리하지 말라 했다. 홍삼 엑기스를 조석으로 한 숟가락씩 먹으며 최대한 덜 피곤하려고 애쓰고 다이어트고 뭐고 맛있으면 많이 먹고 차로 이동할 때도 가능하면 쉬었다. 대상포진 약에 수면제가 있는지 여행 나오면 시차 적응하느라 힘든데 짝이 ‘대면 보살’이란 별명을 지어줄 정도로 잘 잤다.
우리 여행 코스는 미니 발칸이라 부르는 8박9일 여정이다. 처음 신청했던 일정이 인원이 부족해 40만 원 더 비싼 팀에 합류하여 행운이었다. 어떤 여행객은 비즈니스 석으로 다녔다.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까지 포함하여야 정통 발칸 코스로 보름을 돌아야하는데 땅이 넓어 차를 무척 타야한다. 처음 도착한 나라는 전라도만한 나라 슬로베니아다. 강대국 침략으로 고단했던 반도 국가를 티토가 대통령이 되어 1918년 유고슬라비아로 독립되었다.
산이 70%나 되어 녹색 향연에 빠졌다. 알프스 산이 여섯 나라에 걸쳐 있는데 크란스카고라 만년설이 쌓인 바위산을 망토처럼 두르고 있는 산 아래 스키장이 있는 호텔이었다. 여장을 풀고 스키장을 따라 파스텔톤으로 핀 야생화 밭을 산책했다. 국민소득이 25000불의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이고 6000여개의 석회동굴과 온천 지중해를 끼고 있어 가장 부유한 발칸국가였다.
다음 날은 물이 오염될까봐 모터를 금지하고, 나무로 만든 배를 만들어 23년째 독점하는 플레트나(사공이 노젓는 배)를 탔다. 총각 뱃사공과 사진도 찍고, 호수안의 블레드 섬으로 이동하니 높다란 계단을 올라 성당으로 들어갔다. 100미터 높이의 성당에서 결혼식을 하려면 이 계단을 신부를 안고 올라야 한다. 유고슬라비아는 남쪽 슬라브족이란 뜻으로 티토 대통령 별장이 있었다. 그가 통치하다 죽은 후에 분리 독립했다. 티토 별장엔 김일성이 머물다간 흔적도 있었다. 유고슬라비아의 저력을 짐작하게 했고 알프스의 눈동자라 불리는 블레드 성은 거대한 호수에 아름답게 떠 있었다.
언덕 위의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분홍빛 성 프란체스코 성당에서, 한 가지만 소원을 빌라하여, 남편 허리 완쾌되게 해달라고 빌고 종을 세 번 쳤다. 절경의 블레드 호수를 한 시간에 한 바퀴 돌면서 고요한 적막감에 쌓였다. 여행지가 어쩌면 이렇게 고요한지 깊은 사색에 빠지며 야생화와 물고기와 대화를 나누었다.
슬로베니아의 수도인 류블랴나로 이동하였다. 아기자기하고 난잡하지 않은 발칸의 특성을 지녔으며, 오스트리아 헝가리 영향을 받은 곳으로 ‘작은 프라하’라 불린다. 트로모스토브예(세 개의 다리), 프레세르노보 광장, 메사르스키 다리(푸줏간의 다리), 루불랴나 대성당 등 시내관광을 했다.
국민시인 프레세렌 동상은 20살 차이나 나는데다 가난하여 사랑하는 여자를 떠나보내고 침울하게 서 있다. 쳐다보는 시선을 따라가니 다른 남자에게 시집간 집 앞에 그녀 모습의 조각품이 있는 곳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조건 때문에 아픈 사랑을 해야 했던 서글픔이 여기에도 있어 그의 시가 궁금해졌다.
다음 여정은 세계에서 2번째 큰 20km의 포스토니아 동굴 탐험이다. 기차를 타고 들어가 내부룰 걸으며 본 것이 5.2km라니 전체 규모가 상상이 안 되었다. 헨리 무어가 ‘가장 경이로운 자연미술관’이라 극찬할 만 했다. 15만 년 동안 형성된 것으로 종유석은 100년에 1센티 자라니 절대 만지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
카르스트 동굴로 여행 중 가장 추위를 느끼며 열차를 탔다. 나오는 길에 프로테우스란 희귀동물을 보았다. 30cm 크기에 손가락 발가락이 있는데 빛을 비추거나 두드리지 말라 주의를 주었다. 이렇게 슬로베니아 관광은 마쳤다. 온 동네 사람들이 같이 축구를 하고, 사진 찍고 손을 흔들어주던 알프스 소녀 하이디도 그 속에 있을 듯한 나라가 오래 가슴에 남아 있을 것이다. 밝은 아이들 표정을 보며, 우리나라랑 국민소득도 같다는데 어떻게 저런 얼굴을 갖게 할 수 없을까 많은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