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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의 과학- 노인층, 복잡한 유머보다는 단순한 슬랩스틱 선호
“영구가 돌아왔다”, 세대와 국경 초월하는 웃음의 과학
‘슬랩스틱’은 뇌 전두엽 발달과 무관한 코미디
심형래 감독의 코미디 영화 ‘라스트 갓 파더’가 이달 29일 개봉한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코미디 장르는 ‘슬랩스틱’. 액션을 과장해 표정, 동작으로 웃기는 코미디를 말한다.
심 감독은 영화 개봉에 앞서 “정통 슬랩스틱은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코미디”라며 “슬랩스틱으로 전 세계 관객을 웃겨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의 말대로 슬랩스틱은 진정 세대와 국경을 초월하는 코미디일까. 유머를 주제로 한 최근 10여년 간의 뇌과학 연구에서는 비교적 “그렇다”라고 답하고 있다.
● 노인층, 복잡한 유머보다는 단순한 슬랩스틱 선호
2003년 국제신경심리학회지 9월호에는 나이에 따른 유머 인식 차이에 관한 논문이 실렸다. 뇌과학 분야를 연구하는 캐나다 토론토대 로트먼 연구소는 이 논문에서 “노인들이 여러 코미디 장르 중 슬랩스틱 코미디에 특히 잘 웃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평균연령 73세 그룹 20명과 28세 그룹 17명의 웃음 코드를 비교한 실험을 했다. 연구를 이끈 프라티바 샤미 박사는 “노인층은 번거로운 이해를 요구하는 (이야기식) 유머보다는 슬랩스틱 같은 단순한 코미디를 선호했다”며 “반면 복잡한 추론 과정이 필요한 유머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샤미 박사는 “노화에 따라 뇌의 전두엽 기능이 약해진 게 하나의 원인”이라고 추정했다. 이 부위의 기능이 젊었을 때보다 약해지면서 상황에 대한 적응력, 추론 능력, 단기 기억력의 감퇴로 인해 복잡한 유머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뇌 전두엽 손상된 사람도 웃기는 슬랩스틱
이처럼 유머 이해도와 뇌 전두엽 간의 관계를 분석하던 샤미 박사팀은 이 연구 이전에도 비슷한 실험을 했다. 1999년에는 아예 전두엽이 손상된 사람들을 실험에 등장시킨 것.
연구진은 이 실험에서 18세부터 70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교육 수준을 가진 31명을 대상으로 유머 이해도와 선호도를 비교했다. 이 중에는 전두엽을 다친 사람, 전두엽이 아닌 다른 뇌 부위를 다친 사람들이 섞여 있었다.
실험결과 전두엽이 손상된 사람은 재치있는 입담으로 웃기는 토크식 유머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말이나 글처럼 언어로 전해지는 농담, 상황과 스토리를 이해해야 하는 만화 등에 전혀 웃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슬랩스틱 코미디는 좋아했다. 샤미 박사는 “전두엽을 다쳤더라도 영화 ‘바보삼총사’ 같은 전형적인 슬랩스틱 코미디에 웃음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같은 해 국제학술지 뇌(Brain) 4월호에 게재됐다.
● 슬랙스틱, 전두엽 덜 발달한 어린이도 웃긴다
이 두 연구는 복잡한 유머를 이해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뇌 부위가 전두엽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바꿔 말하면 전두엽 발달과 무관하게 몸으로 웃기는 슬랩스틱만이 어떠한 경우에도 웃음을 줄 수 코미디 장르임을 보여준다.
이런 현상은 전두엽 발달이 덜 이뤄진 어린아이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2007년 캐나다 매니토바대 심리학과 멜라니 글렌라이트 교수팀은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토크식 유머에 담긴 함축적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지에 대해 실험했다. 그 결과 어린이는 유머 속에서 누군가를 비꼬고 있다는 사실은 인지했지만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글렌라이트 교수는 “나이가 어린 아이들은 슬랩스틱 코미디에는 재미있어 한다”면서 “하지만 풍자나 비틀기 같은 유머 종류에 대해서는 잘 웃지 않았다. 그 안에 담긴 속뜻, 의도 등은 대략 10세가 넘어야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세대 초월해 사랑받는 이유
이 같은 연구들에 대해 정신과 전문의인 민성길 박사(서울시립은평병원장)는 “기존 뇌과학에서 알려진 전두엽 기능과 일치하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전두엽은 포유류에서 볼 수 있는 뇌 부위로 인간으로 진화할수록 더욱 발달한다. 민 박사는 “전두엽은 성장 단계에서 가장 나중에 발달하는 뇌 부위”라며 “아이가 성장해 어른이 되고 늙어가는 과정이 곧 전두엽의 성장과 발달, 노화 단계와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령 누군가 물건을 줬다가 뺐으면 아이들은 그 행위에 대해서만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반면 전두엽이 발달한 어른은 저 사람이 왜 저러는지 그 이유를 따져볼려고 한다”며 “마찬가지로 전두엽이 노화해 기능이 약해진 노인층은 현상의 이면을 이해하거나 따져보려는 뇌의 추상적 기능이 자연스럽게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뇌과학에서는 어린아이와 노인층을 구체화(concrete) 단계, 성인을 추상화(abstract) 단계로 분류한다. 민 박사는 “뇌과학에서 아이나 노인에 대해 ‘콘크리트하다’ ‘구체적이다’라고 표현한다”며 “이는 눈 앞에 보이는 장면에 집중하면서 눈에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스꽝스럽게 넘어지는 슬랩스틱 코미디는 눈에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며 “세대를 초월해 아이나 노인들이 슬랩스틱을 좋아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 “슬랩스틱, 문화권과 무관하게 웃음 유발”
올해 8월 미국 콜로라도대 볼더캠퍼스 피터 맥그로 교수팀도 유머에 관한 연구결과를 미국심리과학회지에 게재했다.
맥그로 교수는 이 논문에서 “유머는 대개 기존 상식이나 규범을 뒤집는 일종의 일탈에서 온다”며 “다만 그 모습이 ‘온순한(과격하지 않은)’ 일탈일 때 웃음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령 누군가를 때리는 슬랩스틱 코미디 장면에서 관객이 웃을 수 있는 이유는 상대방을 진심으로 해치지 않는다는 걸 전제로 하기 때문이라는 것.
연구진은 여러 코미디 장르 중 슬랩스틱이 국경을 초월한 웃음을 준다고 언급했다.
맥그로 교수는 “웃음을 유발하는 일탈 수준이 과연 온순한지의 판단은 문화권에 따라 다르다. 이런 이유로 대다수 장르의 코미디는 나라 밖을 벗어났을 때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한다”면서도 “몸으로 웃기는(physical humor) 슬랩스틱 장르는 문화권에 상관없이 웃음을 유발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서영표 동아사이언스 기자 sypy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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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쿠~ 얘, 저 사람은 도대체 왜 저걸 꾸역꾸역 먹니?"(엄마)
"푸하하… 웃기잖아요!"(딸)
"하나도 안 웃기다. 쟨 또 왜 옷을 저렇게 껴입어? 대체 뭔 짓을 하는 거야?"(엄마)
"아 그냥 보고 웃으면 되는 거지!"(딸)
주부 강혜주(51) 씨는 매주 토요일만 되면 딸 임희진(26·대학생) 씨와 다툰다. 바로 임 씨가 즐겨보는 MBC 프로그램 '무한도전' 때문. 지난 달 말 방영된 50회 특집 방송에서는 개그맨 정준하가 잔치국수 50그릇 먹기, 노홍철이 티셔츠 50벌 입기 등 무모한 도전을 펼친 것. 깔깔대고 웃는 임 씨는 "인터넷 화제 동영상에서 즐겨보던 것들"이라지만 강 씨는 "어디서 웃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맥락 없는 개그, 이것이 바로 인터넷 신인류 '찌질이'가 만드는 C급 문화다.
B급 보다 낮은 C급 문화? 찌질이가 만드는 유머코드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MBC '황금어장'의 코너 '무릎팍 도사'. 이 코너의 인기 비결은 편집에 있다. 출연진들의 대화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면 '에베레스트 산' 사진이 등장해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자막이 등장하고 재미가 없을 땐 '난파선'이 나오는 등 사진이 웃음의 한 몫을 차지한다. 실체는 바로 인터넷 '짤방(짤림방지)' 문화. 자신의 게시물이 짤리지 않게 하기 위해 연예인 사진이나 합성 사진 등을 첨부하는 것을 뜻한다.
'무릎팍 도사'의 임정아 PD는 "주 시청자 층이 '찌질이' 문화를 이해하는 인터넷 문화 소비층"이라며 "요즘 PD들은 인터넷을 켜놓고 편집할 정도로 방송 제작할 때 인터넷 유머 코드를 자연스럽게 반영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개그맨 이경규가 출연, 인터넷 사이트에서 화제가 된 '규라인'(이경규를 추종하는 방송인들)에 대해 얘기하기도 했다.
어느덧 10년째를 맞는 한국의 인터넷 문화. 2007년 현재 그 중심에는 찌질이가 서 있다.
지난해 KBS '개그콘서트'에서 인기를 얻었던 코너 '호구와 울봉이'에는 제 3의 인물 '김창식'이 등장했다. "~한 사람은?"이라는 질문에 무조건 "김창식 씨?"라며 의혹을 제기하는 이 개그는 인터넷 댓글 유머 '김창식 씨 한보람 양'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실제 김창식이나 한보람 모두 가공의 인물로 사건 사고가 터질 때마다 인터넷에는 "혹시 김창식 씨?"라는 의혹 댓글이 줄을 이었다.
'낚였다'라는 표현 역시 찌질이들의 속임수 놀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속았다'라는 의미의 이 단어는 누리꾼들을 상대로 잘못된 정보를 알려주는 행태를 뜻한다. "이 곳에 유용한 정보가 있으니 오라"며 링크를 걸어놓지만 실제는 악성코드 다운로드 프로그램이나 자신의 미니홈피 사이트 등 전혀 다른 곳이 나오는 것. 그러나 '낚였다'라는 표현은 신조어처럼 사용되고 있다.
행동이나 사상이 유치해 마치 '어린애처럼 코 찌질거린다'에서 나온 '찌질이'는 인터넷에서 철없이 댓글을 남기거나 유치한 행동을 일삼는 이들을 지칭한다. 이들의 유치함이 낳은 문화는 A급 문화(메이저, 주류 문화), B급 문화(마이너, 비주류)를 뛰어넘는 C급 문화(B보다 더 낮은 수준) 평가를 받지만 이들의 개그는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까지 확장됐다.
최근까지 유행한 '조삼모사' 시리즈나 '드라군 놀이', 댓글 등수를 따지는 '등수 놀이' 등 온라인 문화부터 '플래시 몹'처럼 해외발(發) 오프라인 문화까지 다양한 놀이 문화가 양산됐고 여기에 싱하형(이소룡의 표정을 극대화 한 캐릭터), 개죽이(대나무에 매달린 강아지) 같은 C급 문화 대표 캐릭터도 생겨났다.
관심과 '나대니즘'의 극대화?
C급 문화가 추구하는 유머 코드는 바로 '맥락없는 유머'. '무한도전'이나 얼마 전 종영된 KBS '개그콘서트'의 '마빡이'로 대표되는 기승전결 없는 개그는 과거 꽁트 개그와는 전혀 다르다. 이들은 스토리가 필요치 않은, 분산적이고 파편화된 웃음을 표방한다. 주제 역시 소소한 일상부터 '미성년자 관람불가' 급의 야한 농담 등 다양하다.
C급 문화의 발산지라 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 '웃긴대학'의 이정민 대표는 "성욕, 시기심 등 실생활에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없는 원초적 본능을 해학적인 컨텐츠에 '배설'하는 일탈 행위"라고 말했다.
이러한 무의미 문화 코드가 주류 문화를 위협할 수 있는 것은 일종의 '프로슈머' 개념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DC인사이드'의 김유식 대표는 "찌질이들의 행동 요인은 1차로 관심, 2차는 유명해지고 싶은 나대니즘('나대다'와 '~이즘'을 합친 신조어)"이라며 "스스로 재미를 만들고 유통시키며 '전국민의 연예인화', '개그 민주주의'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가수 문희준으로부터 시작된 연예인 악플러(악성 댓글을 남기는 사람)나 허위사실 유포, 욕설 등은 찌질이의 또 다른 모습. C급 문화의 극단적 재미추구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기도 한다. 특히 살인범 신창원을 포털 사이트 검색 순위 1위에 올리거나 포르노 동영상을 불법으로 유통시킨 일명 '김본좌'라 불리는 인물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라는 댓글로 추종하는 등 삐뚤어진 팬덤도 문제시 된다.
최근 'DC인사이드'에서는 이러한 찌질이 문화를 없애기 위해 '(인생)막장갤러리'를 만들어 아예 악성 찌질이들을 한 곳에 몰아넣었지만 아나운서 박지윤의 사생활이 담긴 사진이 이 곳에서 유포되는 등 사회적 물의는 계속 빚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누리꾼들 대부분은 C급 문화를 즐기지만 스스로는 '찌질이'가 아니라고 믿는 이중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현재 이들의 문화는 '문화 민주주의'와 '저질문화'의 중심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대부분 '찌질이=초등학생'이라 추정하지만 "악플러를 추적했더니 대학생, 대기업 통신회사 직원 등 20대 이상이었다"는 '웃긴대학'의 이 대표의 말은 이를 반증한다.
문화평론가 김헌식 씨는 "'인터넷 문제아=찌질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라며 "순간적, 감각적인 인터넷 매체의 속성과 연결되면서 C급 문화가 새로운 웃음코드로 떠올랐지만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제대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C급 문화 속 문제점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범석, 김윤종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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