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아주 천천히 올라갔다
좁은 도로는 그들만이 그렇게 있을 뿐이라고 태연한척 하고 있었다
아리마 온천을 왕복하는 전차는 15분간격으로 그 임무를 다하고 있었다
전차에서 내려 묵을 호텔로 전화를 거는아들옆에서 처음 오는 그곳의 봄은 어떻게 시작 되나를 눈여겨 보았다
아리마 온천을 올기회가 있었지만 그때는 다른 사정이있어 일정에 서 제외해 달라고 부탁했었다
손주를 만나는 것을 더 우선으로 치던 아내가 손주와 잠시라도 더 있겠다고 여행일정을 조절하였을때 좀 서운했었는데 오늘 아들이 오라고 성화를 부려서 딸과 함께 큰맘을 먹었다
아내는 벌써 손주를 보는 게 행복한지 아픈몸도 다 잊은듯했다
음력 3월이면 갑자 을축 하는 나이로 환갑을 맞이한다
공부중인 아들과 함께 할수 없슴에 우리가 아들에게가서 아리마 온천이나 하고 오자는 결정을 내렸지만 요즘같은때 큰돈이라고 나는 별 별 핑게를 대고 있었다
환갑이라는 이름으로 온가족이 만날수 있는 게 그리 쉽지 않을거라며 고집을 부리는 아내의 결정을 따라 아들이 있는 일본의 고베 에 도착했다
그리고 손주를 보는 게 행복의 제일 이라며 좁은 아들의 집에서 며느리가 해주는 밥을 먹었다
왜 그리 집세는 비싼가...? 한국은 거기에 비하면 집에대해선 천국인듯하다
아버지는 언제나 아들에게 미안한건가? 좁은 방안에서 뛰어노는 어린 손주를 바라보며 좀더 좋은 환경에 살게 하지 못함이 괜스레 미안했다
그것이 부모의 사랑일까 모르겟지만 자식은 언제나 애물 단지 라더니 내맘도 그러했다
마지막 전날 아리마 행 지하철을 탓다
두번을 갈아타고 도착한 아리마역에는 꽃샘바람이 불어 난 손주를 감아안고 바람을 피했다
할부지 할머니 하며 스스럼 없이 안겨드는 피붙이 손주가 있어 더 행복해하는 아내가 감회에 젖는듯 행복해 했다
"참 오랫만에 우리 식구만 모였구나.."
감회가 깊었다
방을 배정 받고 짐정리를 하곤 맨윗층 에 있는 온천엘 갔다
비닐봉투엔 이미 목욕에 필요한 것들이 들어있었다
온천을 하는 사람들이 거의 나이든 사람들이라 그럴것이지만 노인에 대한 배려가 대단했다
현관에 노인을 위한 배려가 눈에 처음 들어왔는 데 화장실도 욕실도 어느곳 한군데 소홀함이 없었다
쇳물이였다
소금맛이나는 붉은 쇳물이 작은 돌로된 구멍에서 한없이 흘러나와 조용히 흘러갔다
쇳물처럼 붉은 물을 금탕이라 했고 맑은물은 은탕이라 이름지어놓고 아주 정갈한 대중탕이 우리를 반겼다
전망좋은 맨윗층의 공간을 손님들을 위해 배려한 것도 그렇다
산속에 작은 분지에 뜨겁고 붉은 온천수가 솟아나 일본의 영운 도꾸가와 이에야스 가 자주 왔다는 아리마는 천혜의 자원을 그나름대로 잘 이용하고 있었다
사람들도 조용이 물에 몸을 담그고 명상하듯 걸음 소리조차 내지 않으려 애를 썻고 샤워를 하는 것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몸에밴 배려하는 모습을 볼수있는것이 우리나라온천과는 다른 모습이였다
우리나라는 물바가지로 물을 퍼서 좍좍 소리내어 몸에 쏱아붓지만 이사람들은 종교 의식처럼 아주조심스럽게 조용조용 온천물을 아끼고 보듬으며 사랑하는 듯했다
야외온천역시 아직 푸르른 나무가 심겨진 외부에 찬바람속에 뜨거움을 느끼는 새로운 경험이였다
아리마의 도로는 좁아 차들이 달리지 못하고 천천히 양보운전으로 기다리고 가고 하여도 경적한번 울리지 않았다
아마도 좁은 분지에서 도로의 공간마저 아끼려 훼손을 줄인것이라 생각했다
이들이 자연과 자신의 삶을 조화시키는 모습은 어찌보면 인위적이지만 질서가 지켜지는 것같아 감탄을 하지 않을수 없었다
나무나 풀 돌하나하나에 모두 사람의 손으로 질서를 지켜 배열하고 그틈틈이 인공적인 것을 채워넣어 아름다움을 축소해 놓아 전시한듯했다
호텔 방에서 전통 음식을 차려놓고 환갑 을 대신한다고 말하곤 아들 딸 손주에게 덕담을 나누었다
원래는 수양아들들과 며느리들과 친지를 불러 저녘이나 같이 하며 형식적이지 않지만 잔치를 대신하려 했는데 아직 공부중인 아들을 위해 우리 식구만 모여 돈독한 하루를 보냈다
손을 흔들어주는 손주를 뒤로하고 돌아서서 걸을때 가슴에서 한줄기 전율이 찌르르르 밀고 올라왔다
아내도 그런눈치였지만 우린 뒤돌아보지 않았다
또 언제나 볼수있을지...
그동안 건강하기를 바라며 그렇게 돌아왔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일본가서 자제분과 손주를 만나 정을 나누고 오셔서 더 젊어지셨지요. 헤어진지 얼마 안되었지만 마냥 그리운 것이 가족이 아닐까 합니다. 특히 손주! 건강하셔서 자주 손주 안아보러 가셔야지요. 글 감사합니다.
일본은 정갈한 나라이지요, 작아도 깔끔한 집, 질서를 철저하게 지키는 나라,,우리 나라를 침범하지만 않았어도 ..그랬드라면 편안한 마음으로 마음껏 부러워하고 일본 사람들의 의식을 칭찬할수 있었을텐데 하며 아쉬워 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