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앉는 공국(共國)2
밤중에 빗소리를 들었다. 오늘 하루종일 비가 온단다. 아침에 눈을 떠서 티비를 켜니 강진 5일장의 정겨운 풍경들이 방영되고 있다.
나는 시골에서 태어나 그런지 그러한 모습들이 너무좋아 한때는 가까운 지역 5일장을 찾아다녔고, 시장통을 맴돌다 시선을 고정하며, 사진도 찍었었다. 그곳 모퉁이진 자리잡은 식당 방바닥에 퍼대 앉아 어깨 부딧치며, 먹는 한끼 식사란 맛집을 따로 찾아 다닐 수고를 덜었다.
아침 밥상머리에서 애 엄마는 '엊그제 자전거 동호회에서 남도의 소문난 맛집이라 해서 찾아갔는데, 25,000원 식사가 돌아와 이동네에서 먹은 9,000원 짜리보다 못하여 화가 나더라'고 하였다. 전형적인 뜨내기 손님 광고로 낚시하여 사기치는 수법들이다.
강진이란 대명사에서 문득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의 아버지가 썼던 소설들을 통하여 더깊이 알게된 '다산 정약용'이 생각났다.
그는 천주교를 믿었던 형제들 때문에 18년간 경상도 장기, 전라도 강진 등지에서 유배생활을 하며, 목민심서, 경세유표 등을 저술하였고, 둘째 형 정약전도 물고기의 생태를 기록한 자산어보라는 유익한 저술을 남겼다.
다산은 말년에 유배가 풀려 관직에 등용되었지만 생애 활력넘치는 시기를 유배생활로 끝내버렸다. 유배생활을 하면서도 항상 나라 걱정이 끊이질 않았다는게 눈에 선해 보였다. 이나라에 그런 사람 또 없을까?
젊은이들이 이름만 들어도 부러운 대기업들이 줄이어 희망퇴직을 받고, 중소기업은 경영난에 존폐의 기로에 섰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장래를 향한 각종 경제지표를 보아도 암울하단다. 우리들의 노후를 떠받쳐줄 기둥뿌리들이 썩어가고 있다는 현실에 분노가 생겨난다.
국가 세수가 줄어들고, 당장의 나라를 경영할 쩐이 모자라 미래를 위해 보험들어둔 각종 기금마져 당겨다 쓰는데, 불어나는건 국민 사기쳐서 돈버는 파렴치한들의 재산과 오로지 은행들의 돈장사뿐인 것 같다.
그렇다고 그런걸 걱정하거나 슬기롭게 극복하려고 힘쓰는 존재는 눈닦고 봐도 없다. 자신들만 해먹고 튀겠다는 생각일까? 나는 '욕을 먹어도 싸다'라며 댓글을 보탠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잘못된 것일까? 그런걸 따지자면 속뒤집어지니 이쯤해서 그부분은 접기로 해야겠다.
이 나라는 이때쯤이면, 복마전(伏魔殿) 우리(웅덩이)안에서는 천사 찾는 게임을 해댄다. 진짜 천사들은 바깥에 있는데도 말이다. 진흙탕물에서는 씻어보았자 그 누런 진흙색깔일 뿐이다.
엇그제 부산의 지인과 술자리에서 있었던 말이다. "적어도 이 나라 지도자들은 실력은 별개로 하더라도, 도덕성만은 확실히 국민의 평균이하를 밑도는게 확실하다"고...
왜 이 나라는 항상 국가발전이라는 모티브(motif)에 주력하지 못하고, 지도자들이 서로의 도덕성에 게거품을 물고, 개싸움을 해댈까? 술김에 연달아 악담이 터져 나왔다. '주토의 길을 걷는 나라...'
어찌하여 침이 마르도록 내세우던 5000년 역사, 백의.단일민족, 동방예의지국은 어디로 흔적없이 사라지고 백성들이 전혀 바라지 않는 디스토피아(dystopia)를 향해 열광하는가?
그렇다면 묻고싶다. 국가의 지도자들이 정녕 바라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자손에게 물려줄 찬란한 유산인가? 아니면 패밀리의 권력유지와 부의 획득, 그리고 국민위에의 군림인가?
그들이 개인적으로 이 나라를 위해 얼마나 기여를 하였기에 그 마마한 댓가를 챙기려할까? 그래서 하나같이 후세에 손가락질을 받는가보다.
그런 과정을 뻔히 알면서 행하기에 결코 존경받을 수 없는 역사의 되돌림이 되고 만다.
막걸리 즐겨 마시는 소시민인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들이 국민을 위해 힘쓰는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별별 잣대없는 생각들을 다 해댄다. 국가는 왜 존재해야 하는가? 적절한 시스템에 의하여 치안은 조폭에 맡기고, 국방은 외인부대(외세)에 맡길 수는 없을까?
독재는 위선과 거짓을 통하여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통제와 억압으로 국민을 굴복시킨다. 선동은 좋은 것만 보이게 하고, 좁혀진 시야는 점차 암흑으로 다가간다. 끓는 냄비속의 개구리가 장작불이 계속해서 불타 오르는 상황을 모르듯이... '악화는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못된 것은 틀림없이 따라하는 족속들이다.
이런 경우를 접했을때 정약용은 분노했다. 요즘처럼 악마의 탈을 쓰고 나라를 말아먹는 위선자들이 아닌 진정한 하늘의 뜻을 아는 그였다. 그래서 시기와 질투, 압제와 유배속에서도 국가를 부강하게 하고 무엇보다도 백성을 배부르게 하기 위하여 심혈을 기우렸다.
내가 좋아하는 철학자 최진석은 말했다. "우리는 아직 일(1)류를 경험하지 못했다. 정치, 교육, 국방, 기업...그것을 경험하지 못했기에 헤매고 있고, 경제는 대세 하락, 사회는 이전투구의 아수라장이 되었다"고 하였다. 짐작컨대 그래서 철학자인 그의 글이 현실에서 정치적으로 비춰지는가 보다. 어느 독자가 말했단다. "그건 철학이 아니잖아요?" 내가 볼때는 철학은 아닐지언정, 분명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는 애국의 글이다.
복마전, 아수라장에 빠져 그렇게 방심하는 그들은 적어도 공국 (共國)이 무너져 내리고, 종말(말세)에 다다르기 까지는 후회할 가치마져 느끼지 못할 것이란 불쌍한 생각이 든다.
어느 유튜브를 보니 일부 사람들이 꿈꾸는 파라다이스인 베네수엘라에선 치안이 불안하여 조폭들에게 돈을 주고 보호를 받는다고 하였다.
지금은 정치꾼들의 입에 회자(膾炙)되는 개, 돼지 그리고 다른 이름으로 불리우는 붕어, 가재, 개구리들...언젠가는 후손들에게서 진정으로 그렇게 실체가 느껴질지도 모른다.
아침에 누군가의 문자를 받았다. 참으로 암울하고 혼탁한 세상이다. 비가 오니 괜히 감정이입이 더해진다. 아무튼 기댈 언덕은 없다. 우리들만이라도 건강지키며 평상심을 유지하며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