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강신주씨가 인터뷰어 지승호와 여덟 번의 만남, 100시간의 함께 나눈 이야기를 담은 책,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를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철학자 강신주의 책을 모두 찾아 읽어볼 정도로 애정합니다.
그가 말하는 삶의 철학, 자신의 삶을 온전히 자유롭게 누군가의 노예, 무엇에 얽매인 노예로서의 삶이 아닌,
스스로 결정하여 주체적으로 살아가라는 말에 깊이 공감하며 저 또한 그렇게 살기를 희망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글로 쓰인 강신주씨의 생각 또는 강의의 내용만을 따라 읽다가
그가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며 펼쳐낸 생각의 보따리를 읽어보니 이 또한 새롭게 다가옵니다.
이 책의 제목인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는 폴 발레리가 쓴 '해변의 묘지'라는 시의 한 구절입니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세찬 바람이 내 책을 펼쳤다가 닫고,
파도의 포말들이 바위 틈에서 작열한다.
날아 흩어져라, 찬란한 모든 페이지들이여!" - 폴 발레리(1871-1945), '해변의 묘지' 중에서
발레리의 고향, 남프랑스의 세뜨, 바닷가 근처에는 바닷가 경사진 방향으로 늘어선 묘비들이 인상적인 마랭 묘지가 있다고 합니다.
빛과 어둠 그리고 바람과 파도에 맞서서 영겹의 세월을 보냈던 해안의 바위들과
이제 그 대열에 합류한 죽은 자들의 비석들, 마랭 묘지는 청년 발레리의 인문학적 감수성을 키워준 곳이자, 장년 발레리의 지친 마음을 위로해 준 곳.
1945년 파리에서 사망한 발레리가 이 곳 해변의 묘지에 안치된 것도 모두 예정된 수순.
묘비에 새겨져 결코 수정할 수도, 수정되지도 않는 묘비명을 갖듯
글 쓰는 사람에게 출간된 책이 그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고 말하는 강신주씨는
자신이 쓴 글과 책을 통해 하나의 삶을 마무리 짓는다 말합니다.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기를 희망한다면, 지금의 내 삶을 철학자의 눈으로 한번 되돌아보길 원한다면 이 책의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