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3일, 서귀포 칠십리배 국화부 경기가 있던 날, 서귀포 테니스 협회의 새로운 리더가 된 오상록 서귀포시 테니스협회장을 만났다. 오 회장은 굵직한 바리톤 목소리에 체격까지 넉넉해 무슨 일이든 여유롭게 처리 해 나 갈 것 같은 긍정적인 이미지로 다가왔다.
오 회장은 30대 부터 서귀포테니스협회 회장이 되어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인생의 동반자가 된 테니스가 너무 재미있고 또 그 좋은 스포츠를 즐기는데 봉사할 수 있는 터전이 필요했던 것. 이미 4년 전에 회장 선거에 도전해서 탈락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 만만하게 준비했는데 막판 두 표 차이의 개표 결과에 너무 놀랐다고 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압도적으로 승리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현실은 너무 달랐습니다. 동호인들의 마음을 얻는데 열정과 의욕만 가지고는 부족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선대 회장님들께서 이뤄놓은 터전 위에서 동호인들과 소통하며 더욱 미래지향적인 서귀포테니스 협회를 만들어 갈 계획입니다.”
현재 50초반의 오상록 회장은 대학 동아리에서 맨 처음 라켓을 잡았다. 같이 운동하던 대학 동기들 표현에 의하면 “네가 아직까지 테니스를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놀라울 뿐이다”라고 한단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처음 배울 당시 꼴찌였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맹훈련 한 과정을 보지 못하고 그 친구들은 테니스를 그만두어서란다. 그는 목표를 향해 끈질긴 노력과 에너지를 쏟아 붓는 근성과 저력을 가지고 있었다.
오 회장은 소방 해결사다. 소방관련 라이센스가 두 개나 있다. 40대까지 하루 17시간 이상 치열하게 일을 했다. 맨 처음 소방시설기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롯데호텔을 시작으로 컨벤션센타등 중요한 건물의 소장지기가 되었다. 또 소방공사업도 하고 있어 호텔, 상가, 아파트등 소방시설을 책임지고 있다. 불을 끄고 예방하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듯 서귀포시 테니스 동호인들의 와글와글한 불만도 민원을 넣기 이전에 직접 소통하여 불을 끌 수 있다고 한다. 앞으로 어떤 계획을 세워 서귀포 테니스 협회에 새바람을 불어 넣을지 오회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실어본다.
*오랫동안 품어왔던 꿈을 이루었는데 막상 회장이 되고 보니 어떤가?
현재 인수인계가 제대로 안된 상태라 모든 것들이 한 눈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다만 동호인들의 요구사항과 개선되어야 할 점들을 수렴하느라 매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실내코트 정비나 과중한 전기세로 인한 라이트 LED로 교체해야 되는 부분. 공천포 코트를 재정비하는 일, 정기적인 화장실의 특수청소, 중계탑 건물을 수리해 시니어클럽 사무실로 사용하게 해 달라는 것 등등 차근차근 정리해 가고 있는 중이다.
*서귀포 동호인들의 수장이 되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모든 클럽과 공정하게 소통하는 것을 첫 번째로 두고 있다. 이번에 협회 이사진을 전면 교체하고 현재 활동하고 있는 11개 클럽에서 골고루 추천해 소통할 수 있는 당연직 이사를 뽑았다. 앞으로 육지팀과 교류전을 할 때나 중요한 안건을 결정할 때에는 편향적이지 않고 각 클럽의 의견을 균등하게 반영하게 될 것이다.
*주니어 육성위원회를 만들 계획이라는데?
제주도에는 유소년을 지원하는 유소년테니스 후원회가 있었고 15년 전부터 더클(더클 아이의 준말)이라는 명칭으로 바뀌어 매 년 300~400만원의 장학금을 주고 있다. 오찬영 선수나 김동민 선수들도 유테에서 장학금을 받았다. 더클 회원들의 연회비로 후원금을 만들고 있는데 앞으로 연 500만 원 정도를 마련해서 서귀포 관내 초등학교 꿈나무들을 지원할 방침이다. 협회에서는 초등학생 10여명 이상을 선발해 꿈나무 선수로 키울 계획이다.
*새로 조직이 된 여성위원회는?
크고 작은 관내 행사에 여성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허금숙 회장을 주축으로 각 클럽의 여성 동호인들을 이사로 발탁해 앞으로 여성들을 위한 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또 이번 창단할 당시 기금도 조성이 되어 앞으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회장 취임 후 첫 행사로 서귀포칠십리배 전국대회를 개최했는데 어땠는가?
목요일에 개나리와 국화부를 동시에 진행했다. 예년과 달리 여건이 좋지 않은 공천포 코트를 쓰지 않고 서귀포 코트에서만 경기를 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국화부는 실내, 개나리부는 예선 참가 시간을 차등을 두었다. 다만 평일이라서 진행자가 부족했다. 당일 지도자 모임인 JJ 클럽에서 지도자들이 레슨도 접고 종일 도움을 줘 큰 힘이 되었다. 내년에는 휴가를 내서라도 더 많은 이사진들을 합류시킬 계획이다.
*새로 하고 싶고 해야 할 일이 많을 것 같다
서귀포칠십리배 같은 전국대회와 엘리트 대회를 하나 더 개최해 지역 경제에 도움을 줄 것이다. 또 기존에 협회에서 주관해 왔던 협회장배와 읍면동 대회 이외에 여성대회와 시니어대회등등 더 세분화 된 대회를 자주 열 계획인데 상금 액수도 높여 협회가 주최하는 대회의 품격을 격상시킬 계획이다.
*서귀포에 전지훈련팀이 자주 오는데..
올해부터 서귀포에 내려오는 각 전지 훈련팀 감독과 협의하여 동호인들을 위한 재능나눔의 시간을 갖게 할 것이다. 이번에 비트로팀에서 방문해 서귀포 동호인들을 위해 재능기부를 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뜨거웠다. 동호인들의 실력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비싼 전기료는 어떻게 해결을?
현재 모자라는 전기료는 실내코트 사용 요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그런데 다자녀 혜택으로 미성년자 두 자녀를 둔 분들이 예약하면 무료로 사용하고 있는데 실상 파악해 보면 이름만 빌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앞으로는 4명 모두 다자녀를 가진 분들에 한해서만 무료사용을 하게 할 계획이다. 이렇게 운영하다가는 예산이 안 맞아 실내코트 사용료를 올려야 할 판이다.
*공천포 코트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
2026년 전국체전이 열릴 예정이어서 현재 잡혀 있는 21억 예산으로 총 5면 중 가능한 실내코트를 두 면을 만들어 전천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회장님은 테니스를 얼마나 자주 하시는지?
주말을 제외하고는 매일 나온다. 당구도 끊고 골프도 안하고 테니스만 하니 결국은 테니스 친구만 남았다. 상격이 낙천적이어서 운동 후에는 늘 여러 명과 어울린다. 자녀 1남 1녀를 두고 있는데 아빠의 영향을 받아 모두 테니스 레슨을 받고 있다. 테니스가 인생을 풍요롭게 해 준 유일한 스포츠이기도 하다.
*제주대학교 테니스 동아리 OB모임은?
현재 OB 회장을 맡고 있고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다. 교수님들을 모시고 선후배 함께 하는 행사를 매 년 하고 있는데 후배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 매우 뿌듯하다. 선배들이 후배들을 위해 든든하게 후원하는 것은 제주대학교의 전통이기도 하다.
*상금이 많다는 서귀포클럽배는 무엇인가?
서귀포클럽 회장으로 재임 당시 서귀포 1등 클럽이라는 자부심으로 4년간 관내대회를 했다. 십시일반으로 회원 50명의 도움을 받았는데 그 당시 협회에서 주최하는 대회 시상금보다 많아서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올해부터 협회에서 주최하는 대회의 상금도 올리고 푸짐하게 먹거리도 준비해 잔치 분위기로 할 것이다.
두 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오 회장은 ‘재미’라는 표현을 자주했다. 테니스가 재미있어서 이렇게 매일 코트에 나오듯 인생의 재미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삶의 방식이 많이 달라진단다. 건강하게 운동하고 지인들과 어울려 밥 먹고 후배들 밥 잘 사주는 이러한 일상에 더 이상 보태고 싶은 것이 없다고 한다.
서귀포 협회장이 되면서 해 보고 싶은 꿈은 다 이루었다고 말하는 오회장은 서귀포 홀릭이다. 서귀포 출신으로 서귀포를 떠나 본 적이 없다. 늘 천상의 도시에서 살고 있음을 감사드리고 있단다. 공기도 좋고 조용하고 굳이 노후를 편안하게 보내겠다고 필리핀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된다고 한다. 평범하면서도 소박한 꿈을 이루고 사는 오회장은 보통사람들이 쉽게 알지 못하는 비범함을 품고 실천하며 사는 사람이다. 사람냄새가 풍긴다. 올해부터 서귀포테니스 협회에 어떠한 패러다임을 제시하게 될 지 오 회장의 행보에 잔뜩 기대를 걸어 본다. 글 사진 송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