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8일, 4호선 회현역 근처!
오전 4시간을 내리 수업했더니 몸이 후줄근하다.
폰달력을 열어 오늘 일정을 확인했다.
오후란에 "김수영 문학관/연산군 묘"가 기재되어 있다.
피곤한데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일단 점심 먹고 생각키로 결정!
식당에서 카레덮밥을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옆자리의 중년 신사들의 대화가 귀에 쏟아진다.
"문재인 때 집이 두 배 정도 올라 팔았는데 양도소득세 많이 뜯겼어,
문재인 xx때문에 세금 폭탄이야!"
웃기고 어이없다!
집값 오른 건 문재인 덕분인데, 세금 내는 건 문재인 탓이라고!?
이런 부조화와 비논리를 대하면 언제나 속에서 열불이 오른다!
그래 가자!
정직과 저항과 자유와 사랑이 살아 숨쉬는 김수영에게로!
김수영 문학관은 서울 도봉구에 있다.
도봉구에 시인의 본가와 묘와 시비가 있기 때문이다.
4호선 회현역에서 지하철 타고 쌍문역 2번 출구를 나와
마을버스 6번 타고 15분 정도 가면 '김수영 문학관' 정류장 도착!
김수영 문학관은 4층 건물이다.
아파트 밀집지역에 현대식의 고상한 자태을 뽐내고 있다!
입구에는 김수영의 대표 시 <풀>이 관람객을 먼저 맞이한다.
언제 음미해도 늘 가슴을 적시는 시!
풀이 눕는다/ (중략)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생략)
동영상이 있는데 지나가면 풀이 눕고 일어서고 마구 움직입니다.
아이디어 굿~!!
시인은 1921년 탄생!
4세에 유치원에 들어갔다니 꽤 부유했던 모양이다.
선린상업학교를 졸업하고
1943년 태평양 전쟁 때 만주로 이사가서 연극배우가 되었단다.
한국전쟁 때 북한군 의용군에 들어간 죄로 체포되어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지내게 된다.
시인이 자유를 치열하게 갈망하고 표현했던 이유가
자유 없던 포로수용소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로수용소에서 영어 통역관을 했다니, 영어를 꽤 잘 했나 보다!
"시는 온몸으로 써야 한다!"
"시인의 스승은 현실이다!"
"지식인은 인류의 문제를 자기의 문제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시에 대한 그의 철학을 엿보게 한다.
"시작(詩作)은 머리도 심장도 아닌 몸으로 하는 것이다."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자유'와 '사랑'을 치열하게 노래한 시인!
시인의 일대기가 영화 형식으로 소개되고 있다.
관람석에 앉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보았다!
흉상도 전시되어 있는데 잘 생긴 모습이다!
김수영 시인을 주제로 한 논문도 엄청 많다!
역시 유명하고 널리 사랑 받는 시인으로 인정~!!
방문 기념으로 방명 쪽지 남겼다!
"자유와 사랑을 얻기 위해서는 저항이 필요한 것이다!"
내가 내린 시인에 대한 한줄 평가다.
2층 전시실에도 김수영 시인의 시가 소개되고 있다.
- 김수영의 시는 자유와 사랑의 세계를 꿈꾸었다. -
- 그는 자유가 없는 현실에 분노하고 저항하였다. -
- 그의 양심과 정직은 불합리한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 비속어와 직설적 문장을 사용했다. -
시인을 표상하는 키워드!
자유, 평화, 사랑, 곧은 정신, 온몸 시학, 시여 침을 뱉어라~~
그리고
사회의 부조리에 성실하게 참여한 시인!
1968년 6월
48세의 젊은 나이에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3층에는 김수영 문학 도서관이 있다.
직원 두 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문학서적을 마음껏 빌려 볼 수 있다.
도서관에서 웅변하고 있는 최고의 문학 기법, "필사"~!!
문학을 잘 하기 위해선 필사 과정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는데 완전 공감!
옥상의 옥외쉼터에는 너른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우리 문봄 모임하기에도 딱 좋은 공간!ㅎ
정원도 잘 가꾸어져 있고
도봉산의 늠름한 자태도 엿볼 수 있어 굿~!!
김수영 문학관 입구에 비치되어 있는 카달로그를 보면
시인과 문학관의 기승전결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김수영 문학관 근처에 세종의 딸 정의공주와 부마 안맹담의 묘가 있다.
아마도, 쌍문역 부근의 정의여고가 정의공주 이름을 따서 지은 모양이다!
길 건너 맞은 편에는 연산군 묘역이 자리잡고 있다.
연산군 묘역 입구의 은행나무는 550살로 추정한다는데
은행잎 노랗게 물드는 가을에 환상적이겠다.
서울시 기념물로 지정되었는데 매년 정월 대보름에 제사를 지낸단다.
연산군 묘는 사적 제362호!
연산군과 아내인 거창군부인 신씨 묘가 맨 위에 위치해 있고
그 아래 태종의 후궁 의정궁주 조씨 묘,
맨 아래에 연산군의 딸 휘순공주와 사위 능양위 구문경 묘가 있다!
묘 좌우로 망주석(望柱石)과 문석인(文石人)이 묘를 굳건히 지키고 있고,
어두운 사후세계를 밝힌다는 장명등(長明燈)이 묘지에 위안을 주고 있다.
연산군과 부인 신씨가 나란히 잠들어 있다.
왼쪽이 연산군 묘!
연산군은 강화도에 유배되어 31세에 세상을 떠나 원래 묘는 강화도에 있었는데,
부인 신씨가 중종에게 이곳으로 이장해 줄 것을 요청하여 같이 잠들었단다.
폭군이었어도 부부금슬은 좋았던 모양이다.
묘역 주위로 산책로와 둘레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
맑은 공기 마시며 산책 또는 트레킹 하기에도 좋겠다는 생각!
첫댓글 존경하는 김수영 시인의 문학관에서 많이 느끼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네, 저도 많은 것 느끼고 얻어 왔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늘 건강하세요~
오, 김수영 시인 좋아하는데
가보고싶네요.
인천에선 멀어서 권고하지 않았는데,
기회되면 가보세요.
느낌 있답니다!
서울 시내에 그동안 존재를 모르고 있었던 문학관이 여러 군데 있군요.
그 시절에 활동했던 시인이나 작가들의 집이나 작업실은 거의 남아 있지 않지만, 문학관에서나마 만나볼 수 있으니 다행입니다.
서울에 윤동주 문학관, 이상 문학관, 영인 문학관 등이 있는데, 그 외 찾아보면 꽤 있을 것 같아요.
늘 평안하시구요~
회장님 이곳까지 오셨으면 저를 보고 가셨어야지요
우리 집 옆인데 걸어서 10분 거리 버스로 2정거장 그 먼 길을 오셨다 그냥 가셨군요
날 버리 남자(회장님)
사랑하는 여현옥 고문님!
안 그래도 수유역 지나치면서 고문님, 여순남 많이 생각나더이다. 근데 평일이고 워낙 바쁘신 거 같아 지나쳤네요.ㅎㅎ
언제 시간 내어 얼굴 한번 봅시다요~^^
'시인의 스승은 현실이다'
명답이다. 시인이 말하는 자유와 평화는 유유자적이 아니라 현실에의 동참이다.
그렇지요.
현실을 떠난 문학은 '현실도피', '자기도취'라는 생각도 듭니다.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