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명화극장
2018년 2월 14일(수) 상영작
잉글리쉬 페이션트
(1997년, 162분)
The English Patient
감독 안소니 밍겔라
1996년, 제22회 LA 비평가 협회상
촬영상(크리스 멘지스,존 세일, 마이클 콜린스)
1997년, 제4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줄리엣 비노쉬)
1997년, 제69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줄리엣 비노쉬), 미술상(스튜어트 크레그), 촬영상(존 실), 의상상(앤 로스),
감독상(안소니 밍겔라), 음악상(가브리엘 야리드), 작품상(Saul Zaentz), 음향상(월터 머치 외 3명)
부커상을 수상한 마이클 온다체의 소설을 앤서니 밍겔라가 영화화한 이 대작은
1997년 아카데미 9개 부문 상을 휩쓸며 전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 모은
영화 〈잉글리시 페이션트〉의 원작 소설이다.
사위어 가는 서구 제국주의에 대한 알레고리이자 비판을 담은 이 작품은
전쟁을 소재로 한 전쟁문학이면서 동시에 남녀 간의 힘겨운 사랑을 담은 로맨스 소설이자,
그 로맨스를 추리구조로 풀어낸 추리소설이기도 하다.
저자는 네 인물이 펼치는 네 가지 사랑이야기와 각자의 전쟁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주고 있다.
감독이자 작가인 밍겔라가 절망적인 심정으로
거의 만들기를 포기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대단한 결과다.
그는 이 시적인 소설에 도취하여 그 재구성에 3년 넘는 시간을 보냈고
그 속에 담긴 불행한 사랑 이야기를 상당히 확장해 놓았다.
이 영화에서 관객을 사로잡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복잡하지만 열정적인, 전형적인 사랑이야기가 그 하나고,
꿈 같은 비행장면부터 드라마틱한 모래폭풍과 관능적인 사랑의 장면들과
매혹적인 효과들에 이르기까지 데이비드 린을 연상시키는
섬세하고 아름다운 스타일이 또 하나다.
장대한 스케일과 화면 위에 펼쳐지는 장엄함과 그 깊은 의미는
「잉글리시 페이션트」의 예술적, 기술적 성취다.
이 작품의 묘미는 인물들의 다양한 정체성에 있다.
영국인 환자는 실은 헝가리인이며, 해나는 캐나다 출신이지만 유럽에 파견돼 있고,
이탈리아식 이름을 가진 카라바지오는 캐나다에서 온 연합군의 스파이이자 도둑이며,
킵은 영국 군대에 속한 인도 시크 교도이다.
유럽의 변방 한 골짜기라 할 수 있는 이탈리아 시골의 수도원에 머물고 있지만,
이들은 각각 하나 이상의 정체성을 가지고 다른 (모든) 세계를 표방한다.
알마시는 이름과 기억과 국적을 잃었고,
카라바지오는 스파이 혐의로 체포되어 몸의 일부를 잃었고,
해나는 아버지와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었고, 킵은 나라를 잃었다.
전쟁이라는 우연적인 사건이 서로 다른 정체성을 가진 인물들을
한 공간과 한 시대에 모아놓았던 것이다.
이 소설에는 네 인물들이 각각 이끌어가는 네 가지 이야기가 있다.
즉, 이 소설은 네 가지 사랑 이야기이자 네 명이 겪은 각자의 전쟁 이야기이다.
작가는 이탈리아 시골의 수도원에 사랑의 상실을 겪고
전쟁의 황폐함으로 고통받는 네 사람을 모아놓았다.
그곳에서 온전한 인간성을 되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또 다른 전쟁을 치르기 시작한다.
이 소설의 인물들은 상실을 겪은 과거를 딛고 새로운 현실을 살고자 몸부림치며
전쟁으로 황폐해진 세계를 다시 이으려 애쓴다.
그러므로 그들이 치르는 전쟁은 상처와 치유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전쟁 속에서 인물들은, 특히 젊은이들(해나와 킵)은
과거(알마시)를 벗고 변모하려 하며 깨달음을 얻어간다
따라서 이 작품은 과거에 있었던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역사가 지속되는 현재에 세계와 개인이 어떻게 변화해 나가는가를 보여준다.
그리고 알마시와 캐서린의 불같은 사랑, 영국인 환자에게 보이는 해나의 헌신적인 사랑,
킵과 해나의 천진난만한 사랑 등을 통해 그 주제를 풀어나간다.
마이클 온다치는 전쟁과 사랑, 젊음과 소멸, 유럽과 식민지, 과거와 현재,
사실과 허구를, 한 공간과 한 시간에 집약하여 그림으로써,
인간의 삶은 어떻게 이어지는가, 라는 물음을 던지고자 한 것이다.
2차 대전이 끝나갈 무렵 이탈리아의 한 수도원에서,
젊은 간호사 해나가 심한 화상으로 죽어가는 남자를 돌보고 있다.
이름도 얼굴도 불타 버린 영국인 환자에게는 헤로도투스의 책 한 권만이 있을 뿐이다.
해나는 그에게 책을 읽어주고, 몸을 씻겨주고, 모르핀을 준다.
그리고 불구가 된 도둑 카라바지오, 용의주도한 인도인 공병 킵이 모여 살면서
네 사람의 상처 입은 기억들이 되살아난다.
영국인 환자 알마시에겐 사하라 사막에 묻어둔 가슴 아픈 사랑이,
화려한 도둑이자 스파이인 카라바지오에겐 나치의 고문 후유증이,
킵에게는 서방에 대한 배신감이, 그리고 해나에게는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이 있다.
해나는 운명에 이끌려 킵과 천진난만한 사랑을 나누고 영국인 환자도 킵과 친구가 된다.
죽음을 눈앞에 둔 영국인 환자는 모르핀보다 중독성 강하고 화상보다 치명적인 상처를 남긴,
아름답지만 슬픈 러브스토리를 그들에게 들려주게 되며…….
알마시의 모험과 불온했던 사랑이 드러나는 동안,
서로에게 끌리며 서로를 묶고, 상대의 이야기 속에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이들 넷의 이야기가 흥미로운 추리 구조 속에서 펼쳐진다.
2018년 2월 14일(수)
상영시간 1회 10:30 2회 1:30 3회 4:30
첫댓글 명망 높은 영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