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보(於牛洑)를 잠일대(潛日臺)로 만든 사람.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박제철
행정구역상 전북 완주군 고산면 어우리마을 앞에는 잠일대(潛日臺)라는 호수가 있다. 그 호수의 아름다움에 빠져 버린 친구가 있다. 그는 시인이며, 수필가요, 사진작가다. 그 친구가 잠일대 옆에 살면서 호수를 사랑했는지, 아니면 호수를 사랑해서 그 옆에 집을 짓고 이사 왔는지는 모른다. 그 친구의 글이나 사진을 보면서 이름도 참 예쁘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그 친구 집을 방문하지 않았다면 호수의 원래 이름조차 모른 채 영원히 아름다운 잠일대로 기억했을 것이다.
잠일대 호수의 원래이름은 어우보(於牛洑)다. 잠일대 호수의 물이 넘쳐흐르도록 만든 무너미 언덕위엔 어우보라고 새겨진 오래된 표지석이 있다. 어우리라는 마을 이름을 따 ‘어우보(於牛湺)’라 했고, 지금도 그렇게 불리고 있다. 일제강점기인 1922년에 익산, 군산의 식수와 생활용수로 사용하려고 만경강 상류에 길이 200여 미터, 높이 5미터정도의 시멘트로 만든 비교적 크지 않는 보(洑)다. 지금은 한국농어촌공사 전주완주임실지사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1987년 보수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는 평범한 보(洑)일 뿐이다. 다만 빠르게 흐르던 강의 유속이 보(洑)로 인하여 느려져 철새들의 낙원이 되었고, 가시연꽃, 창포 등 다양한 식물이 군락지를 이루고 있고, 물고기가 많아 부근엔 매운탕집이 성시를 이룬다.
어우보는 전주에서 그리 멀지 않다. 수량이 풍부하고 물이 맑아 여름철이면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다. 나도 그곳엘 여러 차례 간 일이 있다. 어느 땐 가족들과 물놀이도 가고, 때론 아내와 같이 다슬기를 잡으려고 갔던 곳이다.
주변 환경도 아름다운 곳은 아니다. 보(洑)나 땜하면 강물이 흐르는 계곡과 주변을 에웨 싸고 있는 숲이 연상된다. 허지만 어우보 주변엔 더위를 피할만한 숲도 없고, 강바닥은 골재채취로 은모래도 없어지고 지금은 이름 모를 잡초와 물풀만이 무성한 곳이다. 고산 평야를 가로지르는 만경강을 필요에 따라 보를 막은 그저 평범한 하나의 보일뿐이다.
모든 사물을 어떻게 보고 느끼는가는 보는 사람의 몫이다. 이렇듯 만경강상류의 평범한 보가 감성 깊은 한 문인에 의해서 재탄생되고 있다. 그의 일과는 잠일대를 보면서 시작되고 잠일대를 보면서 끝난다. 잠일대라는 호수의 이름도 그 친구가 붙여준 이름이다. 창문을 열고 컴퓨터 앞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노라면 해와 달이 호수 속에 잠기는 것을 보고 '잠일대'라고 이름을 지었단다. 그가 빚어낸 주옥같은 시, 수필. 사진도 잠일대 에서 건저 올린 것들이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보지 않고 오롯이 감정으로 들어 올린다. 어찌 보면 호수와 하나되어 호수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전도사인 성싶다.
세계제일의 휴양지라는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이 왜 유명해 졌을까? 어느 필자는 와이키키는 인공으로 만든 해변이며 부산해운대는 자연이 준 아름다운 곳이라며, 해운대가 와이키키보다 더 아름답다고 주장한다. 하와이 해변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는 말이나 글로 전하고 사진이나 영상이 아니었으면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예술의 표현이 한 몫 하지 않았나 싶다. 잠일대도 그 친구의 글과, 시, 사진으로 널리 알려지게 될 날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성싶다. 잠일대가 시각적으로 아름다워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마음으로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그 친구가 있기 때문이다. 이태백이가 물속에 있는 달을 건져 올리기 위해서 뛰어 들었다는 말이 있다. 비록 확실치 않는 전설 같은 이야기지만 이태백 하면 달이 연상되지 않던가? 시인 김재교 하면 잠일대가 떠오를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